여행을 준비하는 방법

세 단어 잇기(양말, 농구, 맛집)

by 박수민

그는 스포츠를 좋아한다. 주말 혹은 일과가 끝난 후 텔레비전으로 스포츠 채널을 보거나 휴대폰으로 스포츠 영상을 찾아본다. 야구, 축구, 배구, 농구 등 종목을 가리지 않고 본다. 여자, 남자 경기를 모두 챙겨보는 듯하다. 스포츠에는 도통이 관심이 없는 나는 남편이 어느 팀의 승률, 선수 개개인의 역량이나 이력을 말할 때마다 ‘어떻게 저걸 다 기억할까’ 싶어 그저 신기하다.


여행을 앞둔 어느 날, 그는 텔레비전 앞에 앉아 여느 때와 같이 스포츠 채널을 본다. 오늘은 농구다. 예전 경기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틀어 놓고서 열심히 여행지에서 갈 맛집을 찾는다. 여행지와 숙소를 고를 때보다 더 신중하다.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 지역 맛집을 찾는 건 아주 중요하다.


퇴근 후 양말도 벗지 않고 소파에 앉아 열심히 손품을 판다. 그가 맛집을 정하는 몇 가지 기준이 있다. 여행지에서의 동선이 꼬이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기가 많지 않고 지역민들이 자주 가는 맛집을 택한다. 챙겨보는 크리에리터의 채널 몇 개를 훑어보며 가려는 지역의 추천 맛집이 있는지 살피고, 그중에 두어 개를 골라 포털 사이트의 평점과 리뷰는 어떤지 확인한 후 최종적으로 선택한다.


한참만에 가고 싶은 맛집을 어느 정도 고른 후 “여기 어때요?”하고 묻는다. 추려낸 맛집을 보는 와중에 그의 부연 설명이 이어진다. 잘 먹는 건 같지만, 입맛은 달라 내가 찾은 맛집과 남편이 찾은 맛집을 서로 번갈아보며 후보군을 여러 개 골라둔다. 그중 여행 가서 가장 당기는 걸 먹는다. 맛집을 고르면 그의 여행 준비는 모두 끝나는 셈이다. 그제야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며 씻을 준비를 한다. 여행의 설렘으로 그의 걸음마다 콧노래가 따라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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