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홀린 마성의 눈웃음
얼마 전 일이다. 엄마 아빠와 함께 경치 좋다는 숙소에서 하룻밤 쉬다 오기로 했다. 엄마 아빠와 함께 간다니 점심부터 저녁, 다음날 아침까지 식사가 신경 쓰였다. 가기 전 몇몇 후보지를 골라서 엄마 아빠께 보여드리고, 선택받은 곳을 예약해뒀다. 그런데 아침식사가 걱정이었다.
숙소에서도 조식을 먹을 수 있었지만, 하나같이 평이 나빴다. 나는 원래도 브런치를 먹는 터라 점심만 먹어도 되지만, 엄마 아빠는 삼시 세끼를 챙겨드시기에 방법을 찾아야 했다.
결국 선택은 엄마 아빠의 몫! 엄마 아빠께 여쭤봤다.
평은 별로지만 든든한 숙소의 조식
VS 가볍게 요기한 후 맛집
두 가지 중 부모님은 후자를 선택하셨다.
과일이며 간식거리를 바리바리 싸와서 나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침식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숙소 안 편의점을 둘러보기로 했다. 편의점에는 그간 보지 못했던 유난히 맛있어 보이는 제품이 수두룩했다. 아침을 먹지 않는 나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아침거리를 골랐다.
놀라운 건 엄마였다.
엄마는 먹거리에 진심이다. 채소를 사더라도 국내산인지 하나하나 꼼꼼히 따져보고 사신다. 그래서인지 엄마는 평소 편의점에 가시는 일이 없다. 그런 엄마가 트로트 가수 이찬원의 얼굴이 새겨진 즉석식품을 덥석 짚으시며, “난 이찬원!”이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엉겁결에 받아 들고선 “엄마! 이거 뭔지 알아?”라고 물었다. 엄마는 “몰라, 이찬원이라 사는 거야”라며 소녀와 같은 모습으로 강력한 팬심을 드러내신다. 당시 엄마에게 가장 중요한 건 그 어떤 것도 아닌 오직 가수 이찬원이었다. 나는 엄마가 먹거리를 그렇게 빠르게 선택할 수 있다는 걸 그날 처음 알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엄마 아빠가 원하는 건 어쩌면 호캉스가 아니라 ‘이찬원 콘서트’ 일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찬원 효과는 구매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아침식사를 준비하시던 엄마는 이찬원 얼굴이 담긴 즉석식품 포장지를 조심조심 벗기시면서 그제야 ‘찬또배기 된장 술밥’ 한 글자 한 글자 식품명을 읽어보셨다. 혼잣말로 ‘아 이게 <편 스토랑>에서 요리한 거구나’ 하시는 엄마. 속삭이고 있는 엄마를 보고 있자니 귀엽기도 새삼 이찬원이 대단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뜨끈하게 데운 뒤 드디어 엄마가 첫술을 뜨셨다. 맛있으신지 물었더니 엄마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시며 “음~맛있네~먹어봐”라신다. 한입 먹어보고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자극적인걸 즐겨먹는 내 입맛에는 맛있었다. 하지만 평소 싱겁게 드시는 엄마께는 분명 짤 텐데 싶었다. 그런데도 엄마는 정말 맛있게 드셨다. 아마도 이찬원은 엄마의 마음뿐만 아니라 입맛까지 사로잡은 모양이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찬원 얼굴만 보고 산다던 엄마의 신난 뒷모습이 자꾸만 아른거린다. 아무래도 이다음엔 ‘이찬원 콘서트’, 보내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