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댁 마당에는 무화과나무가 있었다. 여름이면 마치 숲처럼 울창해졌는데 어쩐지 그 모습이 스산하게 느껴졌다. 할머니댁에 가면 놀 거리가 없어 즐겨하는 놀이가 잠자리 잡기였다. 손가락 사이에 가만히 꽂고서 언니와 누가 더 많이 잡았는지 겨루기를 했다. 한 마리 잡으면 한 마리가 도망갔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잠자리는 많았으니까. 한참 잡다 보면 소문이 났는지 더는 잠자리가 보이지 않았는데, 무화과 나뭇잎에 앉은 몇 마리가 보였다. 거기에서 잡으면 언니를 이길 수 있었겠지만 손을 뻗으면 반대편에서 다른 손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쪽으로는 되도록이면 걸음을 옮기지 않았다.
할머니댁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놀다 해가 질 때쯤 마루에 앉아서 엄마가 밥 짓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러고 있으면 할머니는 무화과나무를 왔다갔다하시며 잘 익은 과실 따서 언니와 나에게 건네주었다. 할머니가 무화과를 따시는 모습을 보면서 ’할머니는 용감하다‘라고 생각했다. 무화과를 먹으라고 내미실 때는 무서웠지만. 이제껏 먹던 과일과 생김새도 달랐을뿐더러 어쩐지 저 숲에서 자란 무화과는 먹고 싶지가 않았다. 언니도 그랬는지 할머니가 반으로 갈라 먹기 좋게 까주어도 우리는 먹는 둥 마는 둥 먹는 시늉만 했다. 그걸 보던 엄마는 “귀한 건데 먹을 줄 모른다”며 이마가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으며 남은 무화과를 집어드셨다. 그리고는 그 껍질을 화단에 휙 던졌는데, 무화과는 먹기 싫었지만 껍질은 던져보고 싶었다.
“엄마, 먹고 껍질은 나줘”
“껍질? 뭐 하려고?”
“나도 던져볼래”
엄마는 픽 하고 웃었지만, 이내 손에는 무화과 껍질이 쥐어졌다. 있는 힘껏 던졌지만 껍질은 발치에 떨어졌다. 엄마는 웃으며 다시 부엌으로 돌아갔고, 나는 껍질을 주워 화단에 버렸다. 내가 무화과를 원했던 적은 그때 딱 한 번이었다.
내 기억에는 언니도 분명 무화과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무화과가 든 빵을 잘도 사 먹는다. 그걸 보면서 ‘대체 왜?’라는 생각이 얼핏 들었지만, 할머니댁 무화과나무를 무서워하지 않았다면 달달해서 좋아했을 맛이긴 하다. 나는 좀처럼 무화과가 든 빵종류를 사 먹을 일이 없었는데, 엄마는 생신 때 그 많은 케이크 중에 무화과 케이크가 드시고 싶다고 하셨다.
엄마의 생신이니까 엄마가 원하는 케이크를 주문했다. 케이크 모양도, 엄마를 축복하는 글씨도 예뻤다.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다 같이 생일축하 노래도 부르고 케이크도 나눠먹었다. 엄마 아빠는 케이크도 무화과도 많이 달지도 않고 맛있다며 케이크집이 어딘지 알려달라고 했다. 가끔 먹고 싶거나 누군가의 생일에 주문하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아주 오랜만에 먹은 케이크 속 무화과는 더는 무섭지 않았다. 케이크답게 엄마가 행복해하는 모습과 달콤함만 입안 가득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