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진 마음을 채우는 엄마 반찬

가끔은 부담되지만, 내 입엔 꼭 맞는

by 박수민

당신의 꿈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자식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거라고 답한다. 다 큰 자식 걱정할 게 뭐가 있느냐고 해도 혹시나 밥을 거를까, 계절이 바뀔 때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매번 걱정이라고 한다.

당신 마음에서 나는 잔뜩 웅크린 채 엄마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아주 작은 아가에 불과하다. 사실 그 아가는 엄마 걱정은 잘하지 않는 이기적인 딸인데도 엄마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꾸만 마음을 퍼 나른다.


이기적인 딸이라고 해도 가끔 엄마가 아프다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철렁한다. 내가 어릴 적부터 엄마는 몸이 약해 자주 아프셨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간식과 점심을 챙겨주던 엄마가 자리를 펴고 누워있을 때면 집 전체가 어두컴컴하니 공기마저 무거웠다. 그때 덮고 있던 두툼한 담요와 기운 없어 보이는 엄마….(그래서인지 나는 아직도 담요를 좋아하지 않는다.) 어린 마음에도 아픈 엄마 걱정에 배고픔은 뒷전이었다. 하지만 이내 엄마가 차려놓은 밥상으로 시선이 옮겨가고 “얼른 밥 먹어”라는 엄마의 말에 못 이긴 척 첫술을 뜨고는 달큰한 밥맛에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던 먹성 좋은 아이였다. 당신 몸이 아플지라도 자식의 끼니는 한 번도 거른 적 없는 엄마였다. 지금도 엄마는 변함없다.


너네 못 가져가면 우리가 먹으면 되지


이제 가정을 꾸리고 사는데도 걱정이 줄기는커녕 마음 쓰이는 아들이 한 명 늘었다. 친정에 가면 내가 좋아하는 반찬과 사위가 좋아하는 반찬을 하나 가득 차려냄으로써 당신의 사랑을 표현한다. 머무르는 동안 매 끼니마다 엄마의 사랑을 가득가득 먹었는데도 집으로 돌아갈 때면 당신의 사랑이 부족할까 갓 지은 밥까지 싹싹 긁어 싸 주시는 엄마다. “집에 가면 밥 하기 귀찮잖아. 밥이랑 국이랑 데워서 먹어”라며 당신의 마음을 툭 하고 손에 쥐어주신다.


엄마의 마음이 고마우면서도 어떤 때는 그 자체로 부담이 될 때가 있다. 가령 친정집 근처를 지난다는 소식에 못 갈 수도 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딸과 사위가 좋아하는 반찬을 만들어 놓는 식이다. 계획이 틀어져서 가지 않게 되면, 미리 만들어 놓은 엄마의 사랑은 부담이다.

“엄마, 못 갈 수도 있는데 반찬을 왜 했어?”라고 물으면 “너네 못 가져가면 우리가 먹으면 되지”라고 한다. 엄마 아빠 두 분이 드시면 얼마나 드신다고 그 많은 양을 하시는지. 몇 번을 말해도 엄마는 아랑곳하지 않으신다. “우리 먹을 거 만들면서 조금 더 만들었어”라지만, 그 조금이라는 것이 조금이 아닌 줄 알기에 ‘혹여 엄마의 사랑이 상해 버려질까’ 마음이 쓰이는 딸이다. 그게 마음 아프면 군소리 없이 가면 되는데 아직 마음의 품이 넓지 못한 딸이다.


사실 엄마가 반찬을 만들어주는 이유를 알고 있다. 아침은 거르기 일쑤고 점심에는 바깥 음식을 먹으니 즉석식품이나 배달음식으로 배를 채우기보다 저녁만이라도 엄마의 정성 가득한 반찬으로 먹었으면 하는 마음. 좋아하는 반찬 몇 가지만 있어도 밥 한 끼 수월하게 먹을 수 있으니까. 고단한 하루를 끝내고 집으로 온 자식들에게 손수 저녁을 차려줄 수는 없어도 반찬통마다 사랑은 가득 담아 싸줄 수 있으니 엄마는 오늘도 바쁘게 주방을 오간다. 주방이 맛있는 냄새로 가득 찰 무렵 딸에게 전화를 건다. “반찬 했어, 가지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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