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이 간절한 나를 부르는 누군가

나에겐 없는 마음

by 박수민

버스를 놓쳤더니, 여유시간이 줄었다. 커피 한 잔이 간절했는데 사갈 수 있을지 마음이 조급해졌다. 다행히 종착지에 내렸을 때 시간은 충분했고 간절한 커피를 향해 정신없이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아가씨 아가씨”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자그마한 소리에 잘못 들었나 했는데, 휠체어를 타신 아주머니의 부름이었다. 소리가 들린 곳은 경사진 우체국 앞. 휠체어를 밀어 달라는 것으로 지레짐작했는데 의외로 아주머니는 자기 가방에서 물을 꺼내 달라 부탁하셨다. 꽤 큰 물통에 물이 하나 가득 담겨 있길래, 물을 드시고 싶으신가 보다 했는데, “물이 안 깨끗해요, 버리고 다시 받아줘요”라고 하셨다. “네?”하고 되물었더니 “미안하지만, 화단에 물을 버리고 물 좀 다시 채워주세요”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무슨 소리인가 싶어 화단을 살폈더니 널찍한 물통이 하나 놓여있었다. 혹여나 길냥이들이 목마를까 물을 놓아두고서 매일 갈아주시는 듯했다. 어떤 마음이면, 나의 불편함보다 말 못 하는 생명의 타는 목이 먼저일까. 그 모습에 ‘커피를 못 마시면 어쩌지’하며 종종걸음을 치던 내 모습이 부끄러워진다. 하지만 고양이의 물을 갈아주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덕분에 그토록 간절히 원하던 커피까지 살 수 있었다. 스스로 한 일은 아니었지만, 고양이의 물도 챙기고 마실 커피도 챙긴 내 자신이 엄청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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