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은 싸이가 <강남스타일>을 발표한 지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10년 전 <강남스타일>이 나왔을 때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강남스타일>에 맞추어 소위 ‘말춤’ 한 번 안 춰본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2013년 비틀스 취재 당시 우리도 런던 한복판에서 <강남스타일>이 크게 들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발걸음을 멈췄었다. 일요일 아침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 원형광장을 지나는데 <강남스타일>이 PA음향으로 크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 광장은 문화공연이 자유롭게 열려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고 하는데 한 공연팀이 강남스타일에 맞춰 공연을 하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k-pop 현장이었다. 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삼성’이나 ‘LG’의 TV나 LED 광고판을 보면서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 아닌 자부심을 느끼는데 음악으로도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현장이었다.
<강남스타일>이 대중적으로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면 당시 런던에서는 이미 k-pop 팬들이 많이 존재하고 있었다. 우리는 런던의 k-pop 실체를 취재하기 위해 일요일 아침 케이팝 댄스 아카데미가 열리는 곳을 찾았다. 대부분 10대로 보이는 학생들이 k-pop에 맞추어 춤 연습이 한창이었다. 부끄러운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그 음악이 한국 음악인지 외국 음악인지도 잘 분간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샤이니’ 곡이라고 했다. 샤이니 멤버 얼굴을 기억하는데 노래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일단 휴일에 k-pop댄스를 배우기 위해 외국인들이 모인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한 달에 한번 일요일에 케이팝 댄스 워크숍이 열리는데 하루 종일 케이팝 댄스를 배우고 있었다. 일단 취재 차 간 우리 학생들도 런던에 있는 케이팝 팬들과 어울려서 케이팝 춤을 한번 배운 후 학생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회계공부를 하고 19살 학생, 그는 친구한테 케이 팝에 대해 들었고 인터넷을 통해 케이팝을 검색해보니까 페이스북에 런던에 케이팝을 배우는 그룹이 있어 이 워크숍에 나오기 시작한 학생이었다. 그는 ‘샤이니’와 ‘힙합’을 좋아한다고 했다. ‘샤이니’ 노래는 오랫동안 들어서 대부분 알고 있었다. 댄스 워크 샵에 나온지는 1년 되었다는데 그에게 케이팝은 “노래도 좋고, 한국의 패션 등 문화 전반을 다 볼 수 있는 것이 매력”이라고 했다. 그는 케이팝 워크숍 외에도 개인적으로 주영 한국문화원에서 진행하는 케이팝 아카데미에 참여해서 한국음식도 배운다고 했다.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파전’과 ‘불고기’라니 놀라운 일이었다. 그에게 비틀스 음악은 일상생활에 백 그라운드 음악처럼 들린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비틀스 곡은 엘로우 서브마린으로 너무 오랫동안 들었고 즐겁고 흥겨워서 좋다고 했다. 비틀스 음악의 매력은 ‘네 명의 멤버 가운데 두 명이 돌아가셨는데도 계속 인기가 계속된다는 점이 대단하다고 했고 비틀스와 케이팝이 비슷한 점으로 비틀스 시대에도 젊은 여성 팬들이 열광했던 것처럼 k-pop에도 젊은 여성 팬들이 열광한 점이 비슷하다’고 했다. 영국 젊은이들한테 비틀스의 의미는 ‘노래도 흥겹지만 메시지 자체가 언제나 자유였다’고 대답했다. 요즘 노래 들어보면 랩 같은 건 잔인한 측면들도 있는데 그 당시에는 기득권에 대한 저항을 상징했지만, 지금 10대들에게는 자유로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말할 수 있는 것 있으면 인사 부탁했는데 한국말을 배우기는 하는데 잘하지는 못한다면서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했다.
이 케이팝 워크숍 운영하시는 분은 27살의 타미 마히야씨이다. 홈쇼핑 채널을 운영하면서 k-pop을 들은 이후로 케이팝 워크숍인 Loko를 운영하고 있다. 2011년 11월에 시작했으니까 이제 1년 조금 넘었다. 그가 이런 워크숍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케이팝 댄스를 개인적으로 유튜브에 올리면서 언뜻 생각난 게 다 같이 모여서 배워보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한다. 가끔 개인적으로 케이팝을 가르치는 사람들이 유튜브에 올리기도 하는데 틀린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 같이 만나서 배우고, 또 케이팝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의 모임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그가 케이팝 좋아하는 이유는 옛날 어렸을 때 보고 들었던 추억이 생각나게 한다고 했다. 어렸을 때 들었던 백스트리스 보이즈(Backstreet Boys, 미국의 5인조 뮤지션 보이그룹)도 노래뿐만 아니라 그들만의 패션과 스타일이 있었는데 케이팝에서도 그런 걸 볼 수 있다고 했다. 요즘의 영국 밴드들은 노래만 있는 경우가 많아서 패션과 그들만의 스타일을 갖춘 k-pop을 더 매력적으로 느낀다고 했다. 가장 좋아하는 케이팝 그룹은 빅뱅, 틴탑, 엠블랙, 포미닛 등을 열거하는데 빅뱅 정도 알고 있는 내가 오히려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특히 K-POP워크숍을 운영하다 보니 최신곡도 다 들어야 되고 신인들도 보고 그러니까 좋아하는 그룹이 넓어지고 있다고 했다. 빅뱅 노래 중에 ‘하루하루’를 좋아하고 빅뱅의 런던 공연도 직접 봤다고 했다. 처음에 8명 시작했는데 지금은 50명 정도가 워크숍에 참여하고 있다. 연령대는 11살부터 많으면 35살까지 있고, 처음엔 여자뿐이었는데 남자도 더러 참여하고 있다.
2006년부터 한국 영화, 문화에 대해 좋아하기 시작하다가 2009년에 케이팝에 듣게 된 친구도 있었다. 올해 23살에 마델리나 호르네트, 그는 나중에 한국어를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17살의 스티브 콜스는 학생으로 케이팝 관련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다. 현아의 버블팝 보면서 케이팝을 듣기 시작했는데 특히 안무가 너무 좋았다고 했다. 그 역시 케이팝의 매력으로 노래도 있지만 춤도 잘 추고 또 서양보다는 팬과 관계가 더욱 끈끈한 것 같다고 했다.
‘케이팝 인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다양한 대답들이 나왔다.
“영원히 됐으면 좋겠죠. 그런데 아직 잘 모르겠어요. 언제나 바뀌는 게 음악이고, 특히 영국이나 서구권에서는 그렇고 ‘’
“팬들한테 달려있어요. 있는 사람이 한국 사람이 한 명도 없고, 한국어도 몰라요. 그래도 좋고 흥겹고 하니까 다 모이는 건데. 이렇게 팬들이 모임으로써 교류도 하는 게 중요합니다. 팬들의 의지 가요.”
“얼마나 프로모션 할지가 관건일 것 같습니다.”
케이팝 댄스 아카데미에 참여한 학생들이 케이팝의 매력은? 이구동성으로 의상과 춤과 노래가 일종의 하나의 큰 패키지 통일되어 있음을 들었다.
인터뷰한 런던 케이팝 팬들에게 한국 팬들에게 인사 부탁했다.
“케이팝 짱! 한국 사랑해요, 코리아 사랑해요.”라고 한국말로 외치며 마무리를 했다.
K-POP 콘서트를 가려고 용돈을 모으는 10대 케이팝팬들 런던에서 k-pop 댄스 아카데미에서 그들과 함께 댄스 연습을 했던 탈북청년들의 소감들이다.
“외국인들이 땀 흘리면서 케이팝 배우는 것이 놀랍고 케이팝 대단한 것 같습니다. 지금 현재 케이팝 확산을 위해 이분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이런 노력들이 지속 가능하게 됐으면 좋겠고, K-POP이 많은 사람들이 같이 춤출 수 있는 노래, 댄스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외국에서 케이팝을 가지고 춤도 추고 하는 게 신기하고요. 케이팝 통해서 한국이 넓게 세상에 알려질 수 있는 게 좋은 것 같아요. (1:00)
”일단 너무 환성적이고 놀라워요. 물론 외국인 나 다른 문화권에서 열풍 하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한 달에 한번 와서 K-POP댄스를 배우는 열정이 대단한 것 같아요. 이걸 더 많이 해서 우리 한국 문화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고.. 한국에서 좀 더 많은 지원 해주면 케이팝이 좀 더 많이 퍼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인으로서 자부심도 있도.. 피카디리 광장 갔는데. 현대, 삼성, 로고가 보이는 전광판을 보니까 뿌듯했고요, 거기서 <강남스타일>이 울려 퍼져서 자랑스러웠습니다.”
10년 전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케이팝을 대중적으로 알렸다면 이후 등장한 방탄소년단은 2020년 미국 빌보드 핫 100에서 1위를 차지한 한국 최초의 가수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2022년에는 백안관에 초청되어 RM이 ‘반 아시아 혐오 범죄를 멈추자’는 연설을 하기도 하는 등 그 위상도 달라졌다.
싸이 역시 올해 <강남스타일> 앨범 발매 10주년을 맞아 9집 앨범 '싸다 9'를 발표했는데 타이틀 곡 '댓댓'을 듣다 보면 ‘준비하시고 쏘세요~’하는 부분은 중독성이 있는 멜로디로 과연 10년 전의 영광을 재연할 수 있는지 기대가 되기도 한다.
안타까운 소식은 방탄소년단이 이제 그룹 활동은 쉬고 개별 활동을 한다는 점인데 이들도 비틀스의 길을 걷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비틀스 역시 팀이 해체되고 개별 활동을 하다가 조지 헤리슨과 존 레넌은 역사 속에 남았고, 메카트니와 링고 스타는 80이 넘는 연세임에도 앨범을 발표하고 투어를 계속하는 등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방탄소년단도 비틀스처럼 잊히지 않는 영원한 밴드가 되길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