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 여드름이 창궐하던 시점, 연고나 약이 아닌 화장품으로 피부가 좋아지는 경험을 했다. 엄밀하게는 그동안 내가 알지 못했던 피부 관리의 문제점을 해결해 줬다. 바로 클렌징 워터였다.
이제 막 성인이 되어서 화장을 하고, 선크림도 바르니까 폼 클렌저만 써서는 이 제품들이 깨끗하게 씻기질 않아서 여드름이 더 심해진 거였다.
솜에 적셔서 쓰고, 모공의 노폐물까지 세정해준다.(출처: 검색 후 편집)
안 그래도 피지 분비량이 많고 각질도 잘 쌓이는 피부이다 보니 모공이 잘 막혀서 딥 클렌징이 필요했나 보다. 그런데다 화장까지 하니까, 기본적인 피부 관리법도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화장도 잘 지울 리 만무했다. 그래서 폼 클렌저와 클렌징 워터 두 가지를 사용한 이중 세안이 효과적이었다.
화장은잘 지우는 게 중요
클렌징 워터를 사용하면서 여드름이 줄기는 했지만 여드름이 나지 않게 된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클렌징 워터가 더러운 모공으로 인한 악순환의 고리를 일부 끊어주었고, 이는 여드름 관리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색조 화장품이라는 변수를 제외함으로써 여드름의 진짜 원인을 가려내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모공 구멍을 잘 메꿔놓긴 했는데, 다시 깨끗하게 닦을 자신은 있고? (출처: 하단 기재)
인체를 청결·미화하여 매력을 더하고 용모를 밝게 변화시키거나 피부·모발의 건강을 유지 또는 증진하기 위하여 인체에 바르고 문지르거나 뿌리는 등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사용되는 물품으로써 인체에 대한 작용이 경미하고, 의약품에 해당하지 않는 물품 - 화장품의 정의,「화장품법」제2조 제1호
염증을 가라앉히는 화장품, 여드름을 없애는 화장품은 있을 수 없다. 여드름은 피부 질환이므로 치료의 대상이다. 질병의 진단이나 치료, 처치, 증상 경감 또는 예방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화장품이 아니라 의약품에 해당한다.
그러나 얼굴의 피지와 각질, 메이크업 노폐물을 깨끗이 씻어내주는 건 화장품의 역할이다. 그리고 이렇게해서, 이전의 여드름이 더 나는 덜 청결한 피부보다는 건강한 쪽으로 한 걸음 더 가까워지게 되었다.
임상기관에서 진행한 이중세안 선크림 세정률 비교 테스트. 실제로 제품 조합별로 세정력 차이가 있다. (출처: 하단 기재)
워터, 오일? 뭣이 중헌디
며칠 전 SNS 오픈 채팅방에서 여드름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익명(1)이 클렌징 워터를 썼는데, 화장솜 때문인지 여드름이 더 나는 것 같다며 클렌징 오일을 써도 좋냐는 질문을 했다.
상대방 피부에 대한 정보가 한정적이고, 트러블이 난 경우 함부로 제품을 추천하기 어렵다.
나는 클렌징 워터를 사용하면서 세안을 진짜 깨끗이 했을 때 건강해지는 피부를 직접 경험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래서 쓰던 클렌징 워터가 남았으면 적절한 방법으로 다시 사용해 보라고 했다.
그러나 화장솜의 원단이 거칠거나 덜 적셔져 있고, 혹은 너무 강하게 문질러 닦으면 피부가 당연히 안 좋아질 수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화장품 사용에 있어 정답은 없으니 클렌징 오일도 사용해서 본인이 답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화장솜이 자극이 되는 경우가 많은지 거품 펌프에 넣어서 사용하라고 하는 곳도 많다. (출처: 위키피디아)
답은 본인이 만든다
사람의 피부는 그 사람이 뭘 먹고, 언제 자고, 얼굴은 얼마나 만지고, 뭘 바르는 지와 같은 세세한 일들은 물론 그 사람의 유전적 배경을 바탕으로 조성된 환경이다.
이건 나 아닌 다른 사람의 피부가 단순히 ‘나처럼 여드름이 났다’는 단 한 가지만 가지고 나에게 그랬듯 클렌징 워터가 효과적일 것이라고 결론 낼 게 아니다. 내 예상으로는 전혀 알지 못하는 세계다. 그래서 정답은 없고, 본인이 사용해서 답을 찾으라고 덧붙였다.
상대 평가 방식으로 논란이 되었던 입시 정책. 그러나 내 피부의 평가자는 나 뿐이다. (출처: 구글 검색)
좋은 피부에 대한 기준을 상대 평가로 쳐서100점짜리 정답을 트러블이 하나도 없는 피부인데, 어떤 사람은 몇 년을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 안 나진 않고 한 달에 1개 꼴로 여드름이 난다고 치자.
그게 상대 평가에서 90점이라고 쳐도, 당사자가 최대한 노력한 결과면 그 사람에게는 100점짜리 정답이다. 왜냐면 본인 피부니까 절대 평가다. 그리고 본인이 만족하니까.화장품의영역에서 상대 평가란 아주 조심스러운 기준이다.
화장품 추천은 어렵다
추천 제품을 쓰고 피부가 나빠졌다고 피드백을 받으면 추천한 사람은 ‘아, 나랑은 달랐구나… 미안.’이라며 민망해진다. 반대로, 피부가 ‘너-어무’ 좋아졌다고 해도 문제다.
단연코 화장품 하나로만 얻어진 결과가 아닐진대, 사용자 본인도 어디서 어떤 시너지 효과로 인해 피부가 달라진 건지 정확히 짚을 수 없다.
하물며 매일똑같은 제품을 쓰다가도 피부가 하루아침에 나빠질 수 있는데, 어떻게 타인에게 ‘내가 이거 써서 좋아졌으니 너도 이거 써봐’라고 쉽게 말할 수 있겠는가.
3년 전, 클렌징 제품은 추천받아 구매하는 경우가 1위였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출처: 하단 기재)
모든 걸 다 알지 못해서
그래서 피부과 의사가 대단한 거다. 의학적 지식은 일반화된 지식이지만, 환자의 개별 상황에 따라 적절한 진단과 처방을 내리는 건 동일하거나 유사한 사례를 수차례 반복해서 맞이하며 쌓은 경험이다.
이런 임상 경험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다. 마치 쇠를 제련하듯이 반복하고 또 반복하면서 견고해지는 과정에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
피부과는 슬의생보다 내과 박원장(?)이 어울린다. 중대한 질환보다 비교적 경증의 유사 케이스를 접하며 쌓이는 내공. (출처: 구글 검색 후 편집)
화장품은 의약품보다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적다. 이는 부작용이라고 할 만한 수준의 인체 반응을 유발할 가능성이 비교적 낮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의약품이나 시술은 신중하게 결정하고, 화장품은 대강 '써보니 좋더라'식으로 권유하면 되겠는가.
사람이 쓰는 물건은 언제나 최선이어야 옳다. 화장품도 다양한 피부 타입과 취향, 제품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만족스러운 제품을 큐레이션 해주는 시스템이 생기면 좋겠다.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민겨
당시 입소문을 타던 클렌징 워터 중에는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도 있었는데 매일, 자주 사용하기엔 좀 비쌌다. 그래서 국내의 3개들이 만원 정도 하는 저렴한 제품을 샀다.
앞서 말한 해외 제품의 저렴이 버전이라 칭송이 자자한 제품이기도 했었다. 웬 걸, 사용하고 3일 만에 전보다 훨씬 새로 나는 여드름과 블랙헤드가 줄었다.
미셀(micellar)은 계면활성제와 노폐물이 뭉쳐진 것으로 세탁, 세안제의 원리로서 클렌징 워터만의 특징이나 기술은 아니다. (출처: 하단 기재)
다행히도 값싸고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제품으로, 스스로 내 피부에 도움 되는 일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어 기뻤다. 지금도 그 제품을 쓰고 있는데 8년 간 한 번도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
그래서, 간혹 여드름 피부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클렌징 워터를 써본 적이 있는지 물어보고 써본 적이 없다면 저렴한 걸로 한 번 사용해 보면 어떻겠냐고, 조심스레 물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