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완전신간 Mar 20. 2024

10년 전 건데 그걸 이제 와서?

리들샷은 신기술도 신원료도, 신제형도 아니다.


리들샷으로 고공행진 중인 23년도 VT 주가(출처: 하단 기재)

따가운 게 정상?


들샷은 스피큘이라는 원료의 특성 때문에 따다. 스피큘은 10년도 훨씬 전에 나온 원료다. 당시에 피부 관리실에서 약초필링, 해초필링, 약초침 등으로 불리곤 했다. 이렇게 오래전 소재도 우려먹으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걸, 우리는 다시 한번 목도하고 있다.


가루 형태 스피큘이 피부를 미세하게 긁어서 박피 효과가 있다.(출처: 구글 검색 및 하단 기재)

스피큘은 화학명칭(INCI)으로는 실리카에 해당한다. 실리카는 흔히 김이나 건어물 등에 들어있는 방습제로 쓰이는데, 미세한 구멍이 많고 수분을 잘 흡수하기 때문에 이 실리카가 들어간 파우더를 바르면 만졌을 때 보송보송하다.


해면, 영어로는 스펀지(sponge)라고 하는 바다 생물(원생동물)을 구성하는 단위체가 스피큘인데, 그래서 해초필링이나 해초박피라는 말이 나왔다.

실리카는 똑같은 모양의 고리가 여러 개로 연결된 것처럼, 단위체가 여러 개 결합하고 있으며 모양과 크기가 제각각이다.


A, B의 scale bar는 100um으로, 비교적 큰 사이즈의 스피큘이며 각기 다양한 모양을 가진다.(출처: 하단 기재)
리들샷에 사용된 것과 같은 모양의 스피큘(출처: 하단 기재)

얼굴뿐 아니라 바르는 손도 피부인데, 손은 따갑지 않은 이유는 얼굴 피부와 손 피부 달라서 그렇다. 보통은 화장품을 손의 안쪽에 덜어 바르데, 손바닥은 표피에 1개 층이 더 있다. 그리고 각질층 두께도 얼굴보다 두껍다. 그래서 통각을 느낄 깊이로 스피큘이 닿지 않으므로 상대적으로 아픔을 덜 느낀다.


왼편의 피부는 투명층(Stratum lucidum)이 있는 손바닥, 오른편은 그 외 부위다. (출처: 하단 기재)


아플수록 강해진다


프레드리히 니체는 "나를 죽이지 않는 모든 것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라는 불후의 명언을 남겼다. 더불어 얼마 전 작고한 만화 드래곤볼의 작가 토리야마 아키라 또한 그의 작품에서 전투에서 패배하여도 죽지만 않으면 전투의 경험을 더하여 점점 더 강해지는 외계종족, '초사이어인'을 창조했다.

 

드래곤볼은 만화계의 전설이다.(이미지 출처: 나무위키)

피부가 좋아지려면 이 정도의 따가움은 감수할 만하다고 생각한 것일까. 저자극 판정과 민감성 피부 적합 테스트 결과가 없는 제품을 찾기 힘든 요즘, 대놓고 따갑다는 제품이 다름 아닌 국내에서도 인기일 줄 누가 알았을까.


 심지어 이 제품은 강도를 두 가지로 나누어 판매하고 있다. 기본 제품의 따가움에 적응했다면 좀 더 따가운 고강도 제품을 사용해 보라고 한다. 어떤 소비 심리를 자극했길래 아파야 효과가 있다는 메시지가 먹힌 건지 참 신기하다.


다이소 오픈런을 하게 만든 대란템(출처: 구글 검색)



강철 피부로 단련하기


예전에도 발라서 따가운 게 제품의 특징이자 셀링 포인트였던 제품이 있었다. 일명 '욕 세럼'이라는 제품인데, 바르면 따가워서 저절로 욕이 나오는 세럼이라고 붙여진 별명이다. 이제 잘 팔리지 않는 것 같지만 당시에 큰 인기를 끌었던 건 기억난다.


욕 나올 만큼 따갑다고 한다. (이미지 출처: 구글 검색)


그 밖에도 피부에 자극적이라며 유명했던 제품으로는 해외 C사의 '소주 스킨'도 있다. 제품은 전성분에 에탄올이 들어있는데, 국내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고함량으로 들어갔는지 바르면 눈가가 화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보통의 에탄올은 피부를 건조하게 하지만 표피 각질층을 일시적으로 벌려주고 지질을 제거하므로, 적정량의 에탄올을 함유한 스킨이나 토너는 다음에 사용하는 화장품의 흡수를 도와준다.


국내에서는 특유의 알코올 냄새에 민감한 소비자가 많아서 에탄올이 들어가는 제품은 대부분 남성용 스킨, 토너다. 그리고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모를 알코올 프리 슬로건 때문에 알코올 사용을 배제하기 시작한 탓도 있다.


알코올이 들어있으니까 냄새가 나지요. (이미지출처: 크리니크 페이스북)



돌고 도는 인생사


화장품은 유행이 분명히 존재하는 세계이다 보니, 제품 자체에 대한 유행뿐만 아니라 과거에 인기 요소 또한 돌고 도는 모양이다. 세대가 바뀌고, 기술과 세상이 바뀌어도 과거와 유사한 코드가 다시 한번 흥하는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추측하건대 사람이 만족과 행복을 느끼는 바탕이 과거에 비해서 별로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미래라고 해서 지금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것들로만 채워져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과거에 있었던 것이 다시 등장하기도 하고, 그 모습과 메시지는 별반 달라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번 스피큘, 리들의 인기를 보면서 깨닫는다.

지금으로부터 약 18세기 이후 20,016년에도 유행할 전설의 세럼이 나타났다.(출처: 하단 기재)

무엇보다도 큰 발견이라면 화장품은 피부에서의 효과보다 직관적인 후킹이 유효한 상품이라는 점, 즉 제품 자체보다 제품의 이미지가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제품이라는 걸 다시금 확인했다는 사실이다. 흥미롭고 매력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그 흥미가 소비자에게는 '아픔을 감수하고 얻는 아름다움' 즉 'No pain, no gain'에서 나왔다는 게 흥미롭다. 더욱이 고진감래나 권선징악,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에 대한 기대-보상 심리는 예나 지금이나 동일하기 때문에 이런 유행이 돌아오는 게 아닐까 싶다.




기타 출처








매거진의 이전글 요즘 트렌드는 네가 바르는 거 나도 바르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