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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완전신간 Apr 13. 2024

요새 관리 좀 하네?

피부 관리 좀 받으라는 이들에게 고함


요즘 관리 안 하는 사람 없죠


    "요새 관리해?" 깔끔하고 잘 정돈된 인상을 주면 레 듣는 말이다. 정해진 기준없지만 여기에 개인의 취향을 더하여 창의적인 변형이 이루어지면 그게 곧 개성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유행에 민감한 사람은 배우나 아이돌 등 대중적이고 매력적인 이미지를 가진 대상의 외모를 추구하기도 한다.

    결국 관리란 요즘 통용되는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서로 눈치 봐가면서 유행에 적절히 맞춰가는 게 아닐까 싶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타인이  관리 수준대해 평가할 때 발생한다.



타인의 외모에 관심이 많은 듯


    최근에는 경험한 적 없지만, 수년 전 일방적으로 외모 평가를 들은 적이 있다. 갑자기 한 선배가 나에게 '야, 넌 눈 좀 크게 뜨고 다녀라'라고 했다. 이유를 물을 새도 없이 그는 그렇게 휙 한 마디하고 담배를 피우러 사라졌다.

    그는 다른 여성에게 '뉴스에서 봤는데 사람의 신체가 급격히 노화되는 연령이 35세라더라고요. 실례지만 올해 몇 살이시죠?'라고 말했다. 가벼운 농담인가 보다. 그러는 당신은 몇 살이시죠?



모기 아니고 여드름


    이와 대조되는 사건도 있다. 10여 년 전 끊이지 않는 여드름으로 고생하던 중이었다. 가족 로 몇 개월 만에 만난 6살짜리 조카는 내 얼굴을 더니 '아빠, 누나 얼굴에 뭐가 많이 났어'라고 했다.

    그러자 그는 '응, 모기 물린 거야'라며 무언가 나를 보호하는 동시에 아이의 질문에 빠르게 대답하는 순발력을 발휘했다.

    서 말했던 선배와 조카 중 외모를 평가한 사람은 누구일까? 정답은 선배, 그리고 조카의 아버지다.



의도가 무엇이 


    둘은 나를 평가했다는 사실만 제외하면 각자의 의도, 내 반응은 달랐다. 먼저, 선배는 본인 취향에 맞게 나의 외모를 바꾸라고 일갈했으며 이목구비의 생김새는 자기 관리에 포함할 수 없는 점을 망각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화가 났다.

    한편 조카의 아버지는 짐작컨대 여드름에 대해 아는 척하지 말아야겠다고 판단 후 언급을 회피했다. 이에 나는 부끄럽다기보다는 슬펐다.



    내가 생각하는 자기 관리의 영역에서 피부는 신체 건강과 같은 맥락에 있었고, 나는 스스로의 건강을 책임지지 못하고 있던 과거를 고치려 애를 쓰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내 상태를 나 아닌 타인이 감춰주려고 하는 것이 내심 울적했다. 나도 알고 있는 타인의 입을 빌어 확인할 때가 간혹 있다. 그러면 두 관점의 간극이 뇌리에 확 끼얹어지는 느낌이 드는데, 상황이 바로 그런 상황이었다.



먼 길을 돌아


    세상 돌아가는 이치나, 사람을 대하는 마음가짐 등 자기 관리의 한 축으로서 배우고 체화할 것들은 피부 관리 외에도 참 많았다. 그러나 당시의 피부 상태는 지금 생각해도 비상 상황이라, 다른 주제를 제쳐두고 집중만했다. 이전까지 관리해 본 적이 없기도 했고. 그러니 바로 그때가 나에겐 적극적 자기 관리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토너, 크림을 고르는 기준이 생겼고 나만의 정착템 인벤토리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관리를 제대로 시작하고 직접 터득하며 '인이 문제라고 상정한 일'정면으로 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도, 마지막에 얻게 된 것은 건강한 피부가 아니라 내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였다.


정착템 중 일부



나를 알아가는 과정


    회복에 집중하는 동안 건강한 피부의 정의, 외모 지상주의와 자기 관리의 차이, 타인의 시선 아름다움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묻고 또 물었다. 그 과정에서 나를 정의할 수 있게 되었고, 이로서 세상과 타인을 마주하기 위한 내면의 준비를 하게 된 셈이었다.



    너 관리해?라는 질문은 겉모습과 우러나오는 느낌을 보고 하는 질문이지,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자기 관리로 그런 질문을 하진 않는다. 그러나 자기 관리엔 내면도 포함되는 바, 내가 피부 건강에 무지했던 사실을 깨닫고 노력한 결과 여드름이 나았듯이 내면을 관리하기 시작하면 결국은 그 변화가 겉으로 드러나게 되는 사실을 체감했다.



나는 나를 경영한다


   우선, 건강이나 외모는 다분히 상대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자기 관리란 본인이 느끼기에 가장 무난하고 좋은 상태로 자신을 '유지 또는 성장시키는 일다. 심지어 그 기준이  빈축을 살 지라도 반드시 수용할 의무는 없다.

    다만 본인이 힘들다. 사회적으로 평범한 수준을 인지하고 그걸 기준 삼아서 적절히 변용시켜 나가는데 자기 관리 너무 타이트하게 거나, 혹은 타인 기준에 맞춰서 하다 보면 말이 자기 관리일 '내'가 없는 자기 관리가 되어버린다.



자기 수련을 위한 도구


    화장품은 피부 상태를 개선·유지시켜 주고, 때로는 건강해 보이는 피부처럼 보이게끔 본래 모습을 숨겨주기도 한다. 이는 화장품의 도구적 역할에 충실하게 사용했을 때다.

    한편 꾸준히, 매일 비슷한 시간에 나를 찬찬히 살펴보고 화장품 자체보다 나에게 더 집중했을 때, 피부를 관리하는 반복적인 행동은 일종의 큐(Que)로서 심신 수련의 행위가 될 수 있다.



     변함없이 일상적인 루틴(Routine)이 주는 안정감이 온전한 나를 위한 행동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기쁜 일이다.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기반이 나로부터 형성되었다는 그 사실이야말로, 자기 관리에 피부 관리가 포함될 수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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