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나의 그때 마지막
어느 날, 해외에 나가 선교활동을 하던 친구가 톡을 보냈다.
연락이 뜸하던 친구라 너무나 반가웠다.
평소와 달리 그날은 예전의 이야기들을 꺼냈다.
우리를 힘들게 했던 친구 이야기, 갑자기 전학을 간 친구 이야기.
그리고 내가 알지 못했던 친구의 가족 이야기...
그런데 친구가 갑자기 생각지 못한 이야기를 했다.
"어렸을 때 난 니가 부러웠어~ 할머니 할아버지가 널 너무 사랑하시는 게 보였거든."
몰랐던 사실은 아니지만, 그런 말을 다른 사람에게 듣는다는 것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친구의 그 이야기에 나는 뭔가 쿵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까지 무엇을 놓치고 살았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누군가는 부러워했던 그 시간들을 너무 가벼이 여기며 40년이 넘는 세월을 헛 감정에 살았구나 싶었다.
'엄마'라는 어둠에 갇혀서는 나를 지금껏 지탱하게 해 준 것이 무엇인지 눈 감고 살았구나 싶었다.
지금까지의 내 그늘은 나 스스로가 만들고 있었구나 싶었다.
친구의 그 톡에 나는 지금까지의 내 감정을 찬찬히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눈 감고 있던 것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했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해야 하나에 대해서도 고민하기 시작했다.
감정을 이성으로 정리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나는 지금 그 일을 하고 있다.
과거의 그녀가 그래야만 했던 모든 순간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내가 어려서 이해하지 못했던 순간들과 나처럼 어렸던 그녀가 했던 선택의 순간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때의 그녀가 한편으로는 짠하고, 상처를 줘서라도 나를 각인시키고 싶었던 나의 어린 마음이 슬프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녀의 그때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리고 그저 듣고만 넘겼던 그녀의 그 순간들에 미안한 마음도 든다.
아마 우리의 앞으로는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다.
가족인 듯 남인 듯 그렇게 지금처럼...
하지만 내 마음에는 이제 그녀에 대한 원망보다는 짠한 마음과 안타까움이 더 크게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저 덤덤히 받아들이고 살아야만 했던 그녀의 모든 순간들이 안쓰럽다.
앞으로의 우리 사이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도 나도 이제 더는 서로가 서로의 상처는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