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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용 Jul 04. 2016

도밍고 컴퍼니(14화) – 그래서, 돈은 어떻게 벌거죠

퇴근이 없는 삶.

6월이다. 50번의 월급을 받았던 회사를 떠난 뒤 다섯 달을 버텼다. 중간에 프리랜서 활동을 했으니, 정확히는 세 달을 버텨낸건가? 아니, 그 마저도 퇴직금이니 사실 나는 아직 버텨낸게 없는건가?



마케팅 매니저의 합류.



동료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내고 몇몇 지인들을 찾아갔다. 지금 받는 월급보다 많이 주면 합류하겠다는 사람, 대기업이 되면 오겠다는 사람, 돈을 벌기 시작하면 오겠다는 사람. 주변에 워낙 사기꾼들을 많이 봐서, 사기를 당해봐서, 전문가의 가치를 저평가하는 사람이 되지 말자고 다짐했다. 현재 아이템의 비전과 팀의 상황 등을 솔직히 다 털어놓았다. 너무 솔직했을까? 그들은 나와 함께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학창시절 모든 그룹에서는 아니지만, 나는 늘 리더를 해왔다. 때문에 구성원 한명, 한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들을 융화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다. 당장 아쉽다고 아무나와 사업을 함께 할 수는 없다. 팀은 같은 목표를 가져야 한다. 결국 나는 아무나와 함께할 수 없었고, 외로운 싸움을 계속했다.


그러던 어느날, 마케팅 경험과 디자인 능력을 지닌 한 친구에게 제안을 했다. 도밍고뉴스가 가지는 비전과 현재 상황. 내 경험과 현재 상황. 솔직히 털어놓은 내 이야기에 몇가지 질문을 하던 친구는 내게 합류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뜻밖에 이 친구의 전공이 언론홍보학과라는 것, 저널리스트를 꿈꿨다는 것 등의 도밍고뉴스와의 공통점을 하나, 둘 찾아냈다. 개발자가 갖기 힘든 경험을 가진 이 친구는 마케팅 매니저로 합류하게 되었다.


도밍고컴퍼니는 이제 둘이 되었다. 둘이 되면 할 수 있는게 정말 많아진다. 회의를 할 수 있고, 업무를 분담할 수 있다. 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진행할 수 있고, 동시에 다른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다. 단순히 아이디어 때문이 아니라 '나' 라는 사람을 신뢰한다는 말이 참 고마웠다.

나와 다른 부분의 경험과 능력을 가지고,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으며,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그야말로 내가 원하던 사람을 얻게 되었다.



대표님. 그래서 돈은 어떻게 벌거죠?



지난 5개월간 수도 없이 들었다. 내게 힘을 주는 많은 지인들도, 조언을 해주는 선배들도, 피드백을 해주던 심사역들도.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했다.


아이디어는 좋아요. 돈은 어떻게 벌거죠?


수십, 수백번 'No' 를 들어온 스타트업들은 어떻게 그 벽을 이겨내고 홀로 서기를 할 수 있었을까? 내 사업과 직접적 연관이 없는 사람들의 공격에도 가슴이 아픈데, 고객들의 'No' 는 과연 어떤 느낌일까? 수 많은 선택지 중 어떠한 선택을 할 수도 있지만, 그 선택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 압박감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나를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주는 사람들, 자신의 의견을 깊이 들려주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그들의 속 마음을 조금씩 읽을 수 있었다.


아이디어는 좋아요. (아이디어는 누구나 낼 수 있는거 알지? 아무것도 아닌거 알지?)

돈은 어떻게 벌거죠? (돈 못벌면... 의미가 없어. 끝이지.)


너무 쉽게 생각했나보다. 그저 주어진 일을 완수하는게 얼마나 1차원적인 업무였는지 깨달았다. 이거해! 라고 하면 이거 하면 되었다. 그럼 되었다. '열심히' 가 통하던 세상에서 '잘' 해야 하는 세상으로 왔더니, 다시 학생이 되었다. 지난 4년간의 경험치가 초기화되었다.

방향을 틀었다.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당장 '매출' 을 낼 수 있는 아이템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중에 유저 많아지면 돈 벌게요.' 라는 말이 얼마나 무책임한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책임 또한 내 몫이지.



퇴근이 없는 삶.



"좋겠다 니맘대로 출근해서" 퇴사 후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저녁이 있는 삶' 을 보장해달라는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나 또한 그것을 주장했던 사람이고, 그 생각은 아직까지도 유효하다. 하지만 내게 출근과 퇴근은 기존의 알던 그것과는 다르다.

어느새 출, 퇴근은 단순히 '장소 이동' 을 의미하게 되었다. 이제는 요일도 시간도 의미가 없다. 먹을 것을 정말 좋아하지만, 하루는 끼니마다 울려대는 배고픔이 참 밉더라. 식사마다 소요되는 1시간이 아깝기도 했고, 먹기위해 산다고 했지만 7-8 천원의 한끼 식사가 너무 비싸게 느껴졌다. (그래서 하루 두끼씩 5천원 짜리 밥을 사먹다가 일주일만에 몸에 이상이 왔다. 에효.)


최소한의 금액으로 살아가는 스타트업 대표들이 참 대단해보였다. 나는 그렇게 못한다고 못박았다. 헌데, 서서히 변해가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것이 내가 회사를 뛰쳐나온 또 하나의 이유다. 사람은, 아니 나는 특히 환경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곤 했다. 주변에 껄렁한 친구들이 있을때는 입에 욕을 달고 살았고, 모범생과 놀때는 책을 손에 쥐고 살았다. 세미나에 다녀오고, 자기계발 서적을 읽고 난 뒤에 때로는 조금씩, 때로는 급격히 바뀌는 내 태도를 잘 알고 있었다. 비록 값싼 밥을 먹게 되고, 새 옷을 사지 못하더라도 나는 발전하고 싶었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제 밤에는 꿈에서 프리랜서 제안을 받았다. 꿈 속에서도 정확한 단가를 요구하고, 맨먼스 책정과 업무가 끝났을 때 재무 상황을 계산하던게 꿈에서 깨어난 지금도 생생하다. 이젠 꿈에서도 퇴근이 없다.


이 삶이 언제 또 바뀌게 될지 지금은 잘 모르겠다. 다만, 그동안의 삶에 대한 태도를 급격히 바꿀 수 있는 어쩌면 마지막이 될 기회라는걸 잘 알고 있다.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내 생각대로 살고 있는 지금이 (비록 퇴근이 없더라도) 나는 굉장히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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