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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용 Aug 12. 2016

도밍고 컴퍼니(17화) – 스타트업 경영

선택에 책임지기

다섯번째 정부지원사업에 탈락했다.


이번에는 확률이 좀 있다고 생각했던 터라 타격이 좀 있었다. 요즘 지인들과 이야기를 하다 마무리 멘트로 늘 날리게 되는 말은 "있지... 쉽지가 않아" 이다. 쉬울거라 생각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만, 언제까지 어려울지 가늠조차 되지 않기에... 더 어려운 것 같다.


7월의 마지막 날. 나는 지난 7개월간 어떤 성과를 냈을까?



서울 벤처 인큐베이터. Pre-Startup Winning Camp



다섯개의 정부지원사업. 한개의 민간사업. 세개의 교육. 그리고 SVI PSWC. 총 7개의 지원 중 나는 세 개의 교육과 SVI PSWC 프로그램에 합격하였다.

교육을 받은게 뭐가 성과냐고 할 수 있겠지만, 요즘 정부금으로 진행되는 교육들은 서류전형은 물론 면접전형까지 본다. 특히, SVI PSWC 는 발표전형을 보았는데 경쟁률이 무려 3:1 이었다. 보통 발표에서는 1.5배수 - 2배수를 뽑기에 꽤나 치열했다고 말할 수 있다. (요즘 입사할 때보다 면접을 더 많이 보러 다닌다.)


그렇게 나는 SVI PSWC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벤처기업협회 인큐베이터 공간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동안 우연히 알게된 스타트업 동료 대표님을 통해 상암 사무실에 기생하고 있었는데, SVI 프로그램에 선정되었다는 메일을 받자마자 짐을 싸서 바로 나왔다.

내가 기생했던 상암 누리꿈 혁신센터는 굉장히 쾌적했고, 동료 대표님과 주변 분들도 굉장히 잘해주셨지만 신세를 지고 있다는 것은 참 죄송한 일이다. 더욱이, 풀타임 팀원이 한명 늘어난 상태에서는 대표자로써 참 가시방석이 아닐 수 없다.


SVI 프로그램 합격통보 후 바로 다음날 구로디지털단지역 벤처기업협회 인큐베이터 공간에 입주하였고, 그날 바로 27인치 모니터를 질렀다. 나는 원래 작업환경이 갖춰지지 않으면 일을 안했던 대리였다. 늘 파견생활을 했기에 업무환경은 스스로가 만들어야 했고, 그 경험으로 새로 옮긴 사무실에서도 빠르게 작업환경을 꾸렸다.

가장 빠른 와이파이를 찾고, 최선의 자리를 확보하고, 사물함을 배정받고, 모니터와 멀티탭 등 팀원과 내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는 하루면 되었다.


작업 환경을 마련한 뒤 다음날 기대하고 있던 지원사업의 탈락 통보를 받았다. 회사에서 자금은 피다. 점점 핏기가 말라가는 도밍고컴퍼니의 대표로써 과연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게 좋을지 막막했다.

그리고 그 절묘한 시점에서 나는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오대리, 프로젝트 들어가자.



전 회사의 상사였다. 마지막 프로젝트를 함께 했던 PM 이었는데, 퇴사 후에도 우리는 종종 연락을 주고 받곤 했다. 딱히, 뭘 얻어내야겠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냥 그러고 싶었다. 때문에 퇴사한지 7개월이 지난 상사의 연락이 그리 무겁지만은 않았다.


오대리, 프로젝트 들어가자. 6개월 대구 프로젝트야. 와서 안드로이드 팀을 리딩해줘.


전 회사와 상사들. 그리고 대구 프로젝트는 내게 참 고마운 존재다. 만약 3, 4월에 대구 프로젝트에 프리랜서로 다녀오지 않았더라면, 지금 도밍고컴퍼니는 없었을 것이다. 간단히 만든 도밍고뉴스 앱도 없었을 것이고, 그동안의 깨달음도 없었을 것이다.

그곳에서 다시 나를 찾았다. 기다렸던 지원사업의 탈락과 함께.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이 상황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하는가? 내 선택으로 바뀔 수 있는 것들이 이제는 너무 많아졌다. 내 선택에 따라 우리 팀의 전략과 방향이 급격히 틀어질 수 있다. 어떤 선택도 쉽게 할 수 없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대표자의 역량. 특이점 만들기.



대표자는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할까? 지난 7개월간 스타트업을 만들며 느낀건 "특이점을 만드는 능력" 이다. 개발자는 개발을 잘해야 하고, 기획자는 기획을 잘해야 한다. 하지만 대표자는 팀 내에서 생각하지 못한 무언가를 만들 줄 알아야 한다. 나는 그것을 '특이점' 이라 부른다.

얼마 전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대표님이 있다. 그 대표님은 스타트업을 돌며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개발자였는데, 굉장히 많은 기회가 주변에 있는 것을 보고 놀라웠다. 나는 그에게 앱과 관련된 일이 들어오면 넘겨달라고 말했다.


특이점이 찾아왔다. 그는 내게 한가지 앱을 보내며 네이티브로 변환할 경우 기간과 단가를 물었다. 나는 단가와 기간을 산정한 뒤 주변 동료들에게 검증을 받고 넘겼다. 어쩌면 이 특이점을 통해 도밍고컴퍼니의 새로운 수익모델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다음주에는 SVI 의 오리엔테이션이 있고, 새로 시작되는 르호봇 교육에 참여하게 된다. 도밍고컴퍼니를 운영하며 계속 느끼는건 정말 '사람' 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람은 정말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쉽사리 판단해서도 안되고, 너무 간단히 가까워지거나 멀어져서도 안된다.

적당한 시기에 적절한 사람과의 만남이 '특이점' 을 만든다.



책임져. 책임지라고.



내가 지금 10억이 있었더라면 어떻게 했을까? 내가 영어를 원어민처럼 구사할 수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내가 실리콘밸리 출신의 개발자였다면 어땠을까? 내가 아이비리그 출신이라면 어땠을까? 내가 미국인이라면 어땠을까?

내가 금수저라면... 무슨 고민을 하고 있을까?


후회하는건 아니다. 누군가를 탓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갖지 못하는 선택지를 가진 자들이 가끔은 부러울 때가 있다. 그들은 버스를 탈까, 지하철을 탈까 고민하지 않겠지. 그들은 프라프치노를 먹고 싶지만, 너무 비싼 것 같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기분을 모르겠지.

아마, 그들은 모니터를 사면서 몇시간동안 가성비를 따져보지 않을거야. 모니터 받침대를 살까 말까 고민해보지도 않을 거고, 주위의 식당가를 돌며 어디가 가장 맛있고, 가깝고, 싼지 고민해보지 않을거야.


가끔은 허무할 때가 있다. 고작 돈 몇푼을 가지고 사람의 인생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게... 누군가에겐 아무 일도 아니지만 누군가에겐 인생의 전부가 될 수 도 있는.

또한, 내 선택으로 인해 누군가는 큰 혼란에 빠질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화가 날 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런 선택들이 계속해서 내게 다가오고, 때로는 예고도 없이 내 뒷통수를 치곤 한다. 그래도 나는 계속 새로운 것을 접하며 단단해지는 과정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선택들로 인해 생기는 결과물을 온전히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큰 압박이 있다.

아, 근데 책임지는건 뭘 의미할까...?



그래도. 내 이야기.



2011년. 입사 직전에 내가 아끼던 동생 하나가 내게 물었다.


[오빠, 근데 오빠는 언제 놀아?]

응? 나도 노는데?

[뭘, 맨날 뭔가 하는 것 같은데? 늘 바쁘게 뭔가를 하는 것 같아.]

그런가...?


나도 사람이다. 가끔은 아무것도 하기 싫기도 하고, 그냥 막 짜증이 나기도 한다. 막 소리를 지르고 싶을 때도 있고, 술을 마구 마시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뭐든지 과하면 좋지 않은 법.


내게 늘 열심히만 사는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 가끔 보는 내 모습에 칭찬을 건내고, 힘을 주는 사람들. 그들은 알까? 내가 매년 응급실을 드나들었던 사실을. 그들은 알까? 3개월을 주기로 찾아오는 번아웃. 한 번 찾아오면 한 달간 무기력하게 살았던 시간들을.


운동 후 개운함이 좋기도 하지만, 삶의 밸런스를 위해 일부러 시간내 운동하는걸 알까? 주위의 많은 서포터들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그들을 생각하고,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걸 알까?


이 모든 생각들이 너무 계산적이게 보이지 않기 위해 더 많은 생각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냥 내키는대로 지르기도 하고, 그렇게 그렇게... 그렇게.


내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는건 알까?


버겁기도 하다. 머리 아프기도 하고, 너무 어렵기도 하다. 당장 내일이라도 한통의 전화에 지금까지 쌓은 모든것들이 흔들릴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내가 이런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단 한가지 이유다.

그래, 나는 내 이야기를 만드는 내 삶을 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제 8월이 시작된다.  8월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된다.

지금껏 도밍고컴퍼니를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 더욱 재미난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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