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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용 Aug 20. 2016

도밍고 컴퍼니(18화) – 자유도 100%

나만의 프레임

아... 10분만 더 자고 싶다!

아... 출근하기 싫다!! 왜 주말은 이렇게 짧은건가!?!!

아... 그냥 내마음대로 살고 싶어! 자유를 얻고 싶어.


만약, 당신이 자유를 얻는다면?

만약, 지금 당장 무슨 짓을 해도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다면.


그대, 당신은 뭘 할텐가?



나와의 싸움



금요일이다. 원래, 오늘이 되면 도밍고컴퍼니의 재정적인 부분이 정리될거라 생각했다. 뉴스 공모전에 합격하던지, 프라이머 투자가 완료되던지, 아니면 프리랜서로 투입되어 자생하던지.


안타깝게도 아직 결정된 사항은 아무것도 없다.


4년간 회사를 다니면서 출근하고 싶지 않았을 때는 분명히 있었다. 왜이리 주말이 빨리가는지, 그저 한, 두달간 푹~ 쉬고 싶을 때도 있었다.

지난 8개월간 나는 내가 하고 싶은대로 살았다. 자고 싶으면 자고, 먹고 싶으면 먹었다.  하지만, 나는 과연 자유를 얻었을까?


내 모든 자유는 "도밍고컴퍼니" 라는 프레임 안에 갇혔다. 도밍고컴퍼니 일을 위해 먹었고, 잤다. 그동안의 사회생활과 다른점은 '내 일' 이라는 것이다.

일을 위해 내 자유가 제한되지만, 일 또한 나이기에 결국 나는 나를 위해 제한을 하게 된다.


그래, 나와의 싸움인 것이다.



본질 쳐다보기



나는 효율을 중요시하는 개발자였다. 단축키를 좋아했고, 보다 효율적인 협업 툴을 찾기 위해 애썼다. 주석을 통일하기 위해 템플릿을 공유했고, 사내 위키를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자고 했다.

나는 늘 더 나은 것, 더 좋은 것을 찾으려 했다.


5월부터 지난 3개월간 나는 더 나은 것을 위해 발로 뛰었다. 내가 모르는 것들을 배우기 위해 선배들을 찾아다녔고, 그들의 조언대로 행동했다. 내 사업은 계속해서 변신했고, 그게 나를 그리고 도밍고컴퍼니를 위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동안 4개의 정부지원사업에 떨어지고 허탈한 마음을 다스리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정부지원금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안되네? 이제 어떡하지? 어디서 돈을 만들어내지?"


마침 프리랜서 제안이 왔고, 팀원들도 파트타임으로 전환을 고려했다. 다행인것은 팀원들에게 상황을 계속 공유했기에, 계속되는 탈락에도 팀은 망가지지 않았다.

파트타임으로 전환했을 때 팀원들이 얼마나 업무에 시간을 할당할 수 있을지, 나는 얼마나 할당할 수 있을지. 보수는 어떻게 지불하는게 좋을지, 그렇다면 얼마가 필요한지?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묻던 중 나는 굉장히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내가 생각한 서비스를 만드는데 얼만큼의 시간이 필요하고, 얼만큼의 돈이 필요한지를 산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 기본적인 것을 안하고 도대체 나는 뭘 하고 있던건지... 스스로 굉장히 한심함을 느끼며 현재 팀원들로 가능한 일정을 산정하였다.


4-5달. 서비스를 만들고 이를 검증하는데 필요한 돈은 인력에 대한 최소한의 금액으로 산정하였다. 필요한 자금이 나왔고, 이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허탈함이 밀려왔다. 지난 5월부터 개발에 착수했더라면 이미 제품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나는 왜 자금부터 마련하려고 했을까?



사실상 도망치기



그래, 지난 시간을 뒤돌아보니 나는 도망치고 있었다.

막연히 몇개월 더 버틸 수 있는 자금을 원했다. 그저 몇개월간 혹은 1년간 재정적인 고민을 하지 않고,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불안하니까, 안정을 취하려했다. 그저 돈을 위한 일을 했던 것이다. 이게 과연 스타트업인가? 이게 창업자가 갖는 정신이 맞는가?


계획을 다시 짰다. 현재 기다리는 자금로가 해결되었을 때의 계획, 그 계획이 흔들렸을 때의 플랜 B. 플랜 C 까지 갈 것도 없었다. 그동안 고민했던 것들은 두가지 선택지 내에서 해결이 되었다. 이렇게 간단한 문제를 나는 왜 그리 고민했을까?

그래, 나는 그저 불안감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것이다.



내가 가장 잘하는 것 하기



행동하지 못하면, 아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열심히가 아니라 '잘' 하는 것이 중요한건 칼럼에서도 언급했다. 내가 잘 아는 분야로 사업을 진행했고,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문서작업과 영업. 네트워킹과 경영. 내가 그동안 경험했던 것을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새로운 파트였고, 나는 늘 초보자의 입장이었다.

내가 가장 자신있을때는 동료 대표자들이 개발자들의 생각을 물었을 때, 개발 일정에 대해 물었을 때, 개발 단가에 대해 물었을 때. 그래, 나는 개발자인데 왜 개발에 좀 더 집중하지 않았을까?


개발을 중심으로 계획을 다시 짰다. 돌고 돌아, 내 분야로 들어왔다.

더이상 불안감은 없었다. 그동안 내가 해왔던 것이기에 어떻게 해야할지 알았다.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이 충분한지 알 수 있었다. 이를 위해 부족한 것들을 리스트업 했고, 필요한 자금과 인력, 시간등을 산정하였다.


새로 만들어진 계획표를 쳐다보았다. 이제 모든 계획은 "서비스(본질)" 를 위한 행위가 되었다.



나만의 프레임. 그것이 스타트업



얼마 전 한 네트워킹 파티에서 동료 대표자가 말했다.

"결국 마이웨이죠. 남들이 뭐라하든 저는 제 길을 갑니다. 그게 창업자죠."


아, 그렇네?

애초에 내 머릿속의 그것을 현실화하기 위해 회사를 나왔다. 내 인생을 살기 위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 나왔다.

창업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서비스고 고객이다. 수많은 선배들과 멘토들의 의견은 그저 그들의 경험일 뿐이다. 감사히 듣되, 판단은 창업자의 몫이다.


머릿속의 흩어져 있던 많은 정보들이 이제서야 정리가 되었다.

아마 다음 칼럼부터는 본격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늘 응원해주시는 수많은 분들께 감사드리며, 도밍고컴퍼니는 도밍고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음을 보고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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