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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용 Sep 06. 2016

도밍고 컴퍼니(19화) – 거절과 거절

멘토는 없다

기대했던 공모전에서 탈락했다.

다섯번째인가? 여섯번인가?

이젠 하나하나 세어보기도 벅차다. 탈락의 기억은 결코 행복하지는 않으니까.


거절은 내게 익숙치 않다.

내가 잘나서가 아니다. 그저, 도전을 즐겨하지 않았던 것이지.


도전은 불확실성과의 싸움이기에 굉장히 피곤한데, 내가 왜 거절당했는지 명확한 이유조차 알 수 없으니 참 답답하다.

하지만 앞선 다수의 결과에서 그래왔듯, 나는 또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만 한다.

그게 내 일이다.



도밍고씨는 노답이네요.



2016년 1월 1일.  도밍고컴퍼니의 시작을 선포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왔다.

2016년이 되면서 나와 처음 대화를 나눈 사람들은 수백명에 달한다.

새로 만든 내 명함도 백여장을 사용하였다.


동료 창업자들, 개발자들. 수강생과 강사들. 각 기관의 운영자들과 멘토들.

수백명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는 남모르게 상처를 받기도 하고, 위축되기도 했다.

어? 저 팀은 참 부럽네. 어? 저 팀은 자금력이 장난 아니구나...

그래, 사실 내가 부러워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자금력이었다.

결국은 돈인가?


지인의 소개로 한 기자분을 만났다.

우리 서비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피드백을 받게 되었는데 굉장히 날카로웠다.

안다. 딱히 나를 공격해서 그가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는 나를 돕기 위한 생각이었고, 알고 있는 고급 정보들도 알려주었다.

우리 서비스의 약점에 대한 나름의 의견을 내며 방어를 했지만, 방어는 완벽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과정 속에서 도밍고컴퍼니가 얻는 것이 분명히 있을거라 생각했었다.


자, 일반 유저는 어떻게 모을거죠? 전문가는? 그래서 돈은 어떻게 버실건데요?

질문에 대한 답을 제대로 하지 못하시군요. 답이 없다?

요즘 말로 '노답' 이라고 하죠.


그렇게 8개월간 수십명의 멘토를 만났다.

부족한 부분을 짚어주는 것은 도움을 주는 방법의 하나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방법이 언제나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누구 한 명 때문만은 아니지만, 당분간 멘토들과의 미팅은 스탑하기로 했다.



저는 답을 모릅니다. 답은 본인이 만드는거죠.



그렇게 하면 안돼!

자, 봐바. 이렇게, 이렇게 하는거야.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 중 최악이다.

이런 사람들 중 내가 먼저 도움을 요청했던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 묻지도 않았는데, 가르침을 주려고 하는 사람들이다.

이게 진정한 꼰대다.


내가 어떤 경험을 했고, 어떤 능력을 가진지도 모르면서 그저 자신의 경험을 쏟아낸다.

같은 창업자 신분의 사람이 그런 행동을 하는건 정말 최악이다.


창업 강사들 중에는 창업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과반수를 넘는다.

대학생 때 깔짝 동아리식의 창업을 해봤다는 사람들은 더 위험하다.

때문에 나는 진짜 창업을 했던 강사를 멘토라 생각했고, 그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들은 대부분 자신의 이야기가 답이 아니며, 결정은 대표자가 하는 것이라 말했다.


그래, 존중받는 것 같아서 참 좋았다.

그들은 여러 선택지를 주며, 나를 존중해주는 듯 했다.

그렇게 나는 외부활동을 했고, 결과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은 얻지 못했다.


정신을 차리니 굉장히 큰 의문점을 놓치고 있었다.

아니, 답을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를 왜 귀기울여 듣고 있었지?


맞다. 나는 나를 존중해주는게 좋았다.

상대방이 어떤 선택지를 주어도 결국 내 방향은 내가 설정해야 한다.

때문에 내가 필요한 것은 여러 선택지가 아니라 나에 대한 응원과 확신이었다.


안타깝지만 단발성으로 만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답을 모르지만 나를 존중한다고 했던 강사들, 멘토들은 그저 '서비스 직' 의 화이트칼라였다.

그래, 멘토가 직업인 사람들이다.



내가 믿어야 할 사람은 오직 팀원. 그리고 우리의 제품.



계속된 거절과 까임. 탈락과 우울함 속에서도 내게 응원을 보내는 사람은 감사하게도 정말 많다.

함께 창업을 하는 동료 창업자들은 물론, 내가 창업을 포기한다고 하더라도 나를 응원해줄 사람들.

아니, 내가 모든 사회활동을 포기해도 그저 나란 사람을 좋아하고 응원해줄 사람들. 내 가족들.


도밍고컴퍼니에서 내가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대화" 다.

결국 우리는 멤버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나는 대표자로써 늘 강인한 모습을 보이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나를 믿고 함께 해주는 팀원들이 정말 힘이 된다. 감사한 것을 넘어, 힘이 되는 친구들이다.


더이상 문서 쪼가리와 5분간의 세 치 혀로 평가받는 것은 버린다.

멘토가 직업인 사람들도 더이상 필요 없다.


제품으로 시장에서 평가받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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