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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용 Nov 20. 2016

[칼럼] 도밍고 컴퍼니(21화) – 현실과 이상

그 사이 어딘가.

스타트업은 얼마나 일해야 할까?


이에 대해선 너무나 많은 정의가 있다. 연애는 커녕, 밥 먹는 시간과 잠 자는 시간마저 잊고 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고, 충분히 쉬면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람' 에게 '환경' 은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회사' 에서 '가정' 에서 '또래집단' 에서 본인의 캐릭터가 동일한가? 전혀 다르다. 어딘가에선 주도할 것이고, 어딘가에선 주도 당할 것이다. 자발적 아웃사이더일지도 모르고, 정치력을 발휘하여 입맛에 맞지 않는 자들을 따돌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사람' 이 중요한 조직에서 '환경' 즉, '문화' 는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그 '문화' 는 '철학' 이 만든다.



많은 팀을 조직해봤고, 오랜기간 조직을 유지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이들은 내게 다양한 요구를 했고, 내 생각과 전혀 다른 제안을 하기도 했다. 나는 이들에게 때로는 휘둘리고, 휘두르며 많은 팀을 잃었다.


자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철학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이러한 경험은 내게 굉장한 선물을 주었다. 뒤돌아보면 나는 늘 수십명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을 하나로 만드는 역할을 해왔다. 종교, 학교, 대외활동, 회사 등. 다양한 조직에서 리딩을 해왔고,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을 갖고 늘 불안정하게 살았다.


십수년간의 불안정 속에서 나는 점차 나만의 철학을 만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 철학을 내 비즈니스에 고스란히 담고 있다.



성공하는 n가지 방법? 변수를 무시한 헛소리



스타트업의 기준은 뭘까?


지난 주 KSEF 에서 발표한 스타트업 백서 에서는 스타트업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말했다.



본 연구에서는 스타트업을 신생기업,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빠른 성장과 스케일 가능성, 2인 이상 조직으로 개념화함. 연구결과, 스타트업 CEO 96%가 일반창업과 스타트업은 확실히 다르다고 인상하고 있으며, 높은 성장 가능성, 확장 가능한 사업영역, 비즈니스 모델을 스타트업만의 특징으로 선택함. (출처 - KSEF)



글쎄, 저 문장이 프로그래밍화 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한 조건인지 의문이다. 혁신과 빠른 성장 등을 어떤 기준으로 산정하는지는 나와있지 않다. 


혁신이라 하면 단연 "애플" 사를 떠올릴 수 있는데, 애플을 과연 스타트업이라 할 수 있을까? 애플이 내부 인력을 가지고 '신생기업' 을 만들게 되면 스타트업이라 할 수 있을까? 


모든 기업의 출발선이 다를 수 밖에 없다는건 인정해야 한다. 다만, 앞서서 출발한 이들이 낸 상대적으로 작은 성과를  '성공' 이랍시고, 자신들이 가진 여러 변수(특권)을 무시한채 '우리처럼 하면 성공합니다' 식의 기사들을 너무도 불편하다.



즉, 언론에서 떠드는 스타트업의 성공 공식들은 대부분 '이상' 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현실? 삼시 세끼 밥 먹는 방법.



'타임푸어' 라는 말이 있다.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을 말하는데, 거의 대부분의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이에 해당하지 않나 싶다. 나는 이를 두고 "내 시간(몸) 팔아 돈을 번다" 고 말한다.


'타임푸어' 가 위험한 가장 큰 이유는 '시간' 을 사용할 줄 모르게 된다는 것인데, 내 주위를 둘러보면 열심히 사는 사람일 수록 자신을 위한 시간을 놓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들은 예상치 못한 시간이 생겼을 경우,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스타트업을 한다고 해서 매일 18시간씩 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18시간을 일한다고 해서 성공확률이 높아진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18시간이 성공을 위한 '변수' 가 될 수는 있어도 '본질' 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본질' 은 뭘까? 나는 스타트업의 본질이 구성원 개개인의 '철학' 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스타트업은 구성원의 '철학' 에 따른 제품을 만들고,  고객은 스타트업 구성원의 '철학' 이 담긴 제품을 구입한다. 즉, 고객은 스타트업의 '철학' 을 구입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철학' 은 무엇을 의미할까? 어떻게 확인 할 수 있을까?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팔 수 있을까?

철학은 먼저 현실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쉽게는 삼시세끼 먹는 것 부터 시작해서, 자신의 돈, 시간 등 자원을 활용하는 방법 등이 있다. 개개인이 타고나는 DNA 에는 분명 많은 것들이 이미 결정되어 있다. 때문에 이를 확인하는 것 자체가 철학적 시도인 것이다.



한 예로, 엘론 머스크의 1달러 실험이 있다.


엘론 머스크는 냉동 핫도그와 오렌지를 사서 한 달 간 이것만 먹으며 버텼다. 그리곤 자신이 하루 1달러와 컴퓨터만 있다면 행복하다는걸 깨달았다고 한다.


나는 이 실험이 굉장히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가 먹는 것에 대한 욕구가 있는지, 수면에 대한 욕구가 있는지, 잉여 시간에 대한 욕구가 있는지 등. 본인이 놓칠 수 없는 무언가를 확인하는 것 자체가 철학적 탐구이고, 이를 충족시키는 삶을 사는 것이 '성공의 조건' 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는 "성공하는 n가지 방법" 따위가 아니라, 삼시세끼를 해결하는 방법 따위의 현실적 철학을 조명하는게 더 옳다고 생각한다. 



이상도 철학이다.



현실의 철학을 확인했다면, 다음은 "이상 철학" 이다. 


나는 SNS 에서 흥미로운 정보를 찾으면 주위에 공유를 하는 편인데, 이 간단한 행위를 통해서 나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상대방이 해당 정보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확인 할 수 있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은 협상 테이블에서 매우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상대방이 정보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상대방에게 호감도를 얻을 수 있다. (비즈니스에서 아군은 매우 중요하다. 필요할 때 접근하는 것은 너무 계산적이니, 평소에 호감도를 높여두어야 한다.)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다. (상대방에게 내가 이런 정보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해당 정보에 대한 정보망을 늘린다. 상대방은 관련 정보를 보았을 경우 내게 알려줄 가능성이 생긴다.)



물론 위의 이야기는 굉장히 '계산적' 이다. 하지만, 단순히 좋은 정보를 공유하는 행위에서 위와 같은 것들을 얻을 수 있다면 상대방도 전혀 기분 나쁠 것이 없다. 오히려 이로 인해 안부를 묻기도 하고, 약해진 연결고리를 강화할 수 있다. (내 경우엔 순수하게 정보를 공유하는게 더 크다.)


나는 이 행위를 좋은 것을 나누고 싶은 단순한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내 주위의 사람들이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나름의 데이터가 생겼다. 그리고 한가지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는데.



지적 호기심, 비전, 이상 등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는 것이다.


많은 지인들에게 정보를 공유하지만, 내가 공유하는 정보 등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정해져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이는 스타트업 팀빌딩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리더가 아무리 큰 그림을 잘 그리고 리딩한다고 해서 구성원의 비전이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것에 내가 말하는 '이상 철학' 이다.



즉, 구성원들이 스스로 성장해줘야 하는 스타트업에서는 '지적 호기심' 이나 스스로의 '비전' 이 있는 구성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실과 이상 사이.



다행히도 나는 삼시세끼 무엇을 먹어야 내가 행복한지, 얼마나 잠들어야 행복한지 등을 잘 알고 있다. 또한, 지적 호기심이 있고 이루고자 하는 꿈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그 다음은 '밸런스' 다. 그리고 지금 도밍고 컴퍼니는 이 단계에 있다.



바닥에서 시작하는 스타트업은 10년을 버텨야 성공할 수 있다고 한다. 3년 후 데스벨리? 5년 후 살아남았음을 인정? 글쎄, 주변에 모두에 해당하는 스타트업들이 있지만 그들 모두 하루하루가 힘들다고 말한다. 결국 언론에서 나오는 성공적인 스타트업이 되려면 좀 더 버텨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짧은 기간 하루 18시간씩 일하는 것보다, 더 긴 시간 꾸준히 일할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잃어선 안되는 소중한 것.



수능이 끝났다. 


'와, 내가 수능본지 벌써 3년이 흘렀어!' '5년이 흘렀어!' 했던게 이제 기억도 나지 않는다. 내가 06학번이니... 10년도 넘었다. (올해 시험을 본 친구들은 17학번이라지?)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6년차가 되며, 이제는 업무적 문제를 만났을 경우 뒤적뒤적 할 나만의 데이터베이스가 생겼다. 인간관계에선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 부터 쌓인 데이터베이스가 있으니, 더 많은 사례들을 쌓아두었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결국 인생이란, 내게 더 소중한 것을 발견하는 여행이 아닐까?" 



도밍고 컴퍼니는 내게 굉장히 중요하고, 소중한 것이다. 그동안 내가 배우고, 만든 철학을 실전에서 보여 줄 유일한 창구이며, 이를 통해 또 다시 배울 수 있는 곳이다.


현재 도밍고 컴퍼니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성장" 이다. 



6년차 개발자와 3년차 마케터 그리고 신입 개발자 총 3명이 함께하는 이 팀은 우리가 추구하는 철학, 우리가 배우고자 하는 철학을 서비스에 녹이고 있다.


그 첫번째로 프로피언 Propion (도밍고뉴스) 를 선택했고, 제품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의 철학에 공감하는 고객들은 프로피언(도밍고뉴스) 안에서 자신들의 인사이트를 공유하며 만족을 느낄 것이다.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다. 다만, 이 팀은 내겐 잃어서는 안되는 굉장히 소중한 것이고, 이를 지키기 위해 계속해서 '성장' 해야만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성장' 은 나의 '현실 철학' 과 '이상 철학' 사이를 줄여 줄 것이라 생각한다.



현실과 이상, 그 어딘가 위치하는 도밍고 컴퍼니가 철학을 담아 여러분께 찾아뵙는 그날까지, 열심히 달리고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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