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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용 Feb 21. 2016

도밍고 컴퍼니(6화) – 술이 마시고 싶군

지인들 : 오, 도밍고. 너 이제 술 많이 늘었다?

도밍고 : 하핫... 이정도야 뭐... 사회적 지위가 있는데 이정도는 마셔야지.


그렇다. 나는 술을 잘 못한다. 때문에 '술은 정신력이다' 라는 말은 안믿는다... 타고난 간의 기능도 필요하단 말이다.


때문에 나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내 주량을 더 낮춰서 말했다. 내가 말한 주량은 '소주 반 병' 사실 난 소주 한 병 정도는 마신다. 하지만 한 병 해봐야 고작 7잔 반 나오는데, 술자리에서 한, 두시간 주고 받다보면 그정도는 훌쩍 넘기게 마련이다.


해서 난 '술 못 먹는 놈' 으로 포지셔닝을 한 것이다.



술술술, 명분.



하지만 사실 내 주량은 한 병이 넘는다. 안주를 잘 먹는 날에는 두 병을 먹고도 집에가서 잘 잔다. 물론 빈 속에 빠르게 먹으면 한 병도 못먹지.


내가 이렇게 술에 대해서 몸을 사리는 것은 다음날 숙취 외에도 다른 이유가 있다. 술을 마시면 건강에 해롭고, 머리도 나빠지고, 돈도 많이 들고... 굉장히 많은 이유가 있지만 하하... 난 술자리에서 쓸데없는 이야기들로 시간을 보내는게 너무 싫다.



물론 나도 술자리를 즐길때가 있다. 명분이 있는 자리다. 누군가를 축하 하거나, 위로 하거나,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등. 명분이 있는 술자리는 즐기는 편이다. 다만, '난 술을 마셔야 친해져' 라며 술자리를 시작해놓고 "짠~ 따러~ 짠~ 따러" 훅훅훅 마신 뒤 "으아~ 이차 고~" 하는 술자리는 싫다.


당연히 나도 그랬던 적이 있다. 취해서 같은 말을 반복한다던가, 노래를 부르고, 소리를 지르는 등. 흔히 볼 수 있는 취객이지. 내가 취해서 헤롱거릴때는 거의 같은 이유다. '술 자리에 망가질 사람이 없을 때' 필요한 술자리이고, 즐겁게 웃다가 돌아가면 좋으련만 그렇게 될 수 없는 자리들이 종종 생기곤 한다. 그럼 뭐... 나라도 취해야지. 역시나 명분이다.



앞만 보고 싶더라.



회사를 나온지 딱 1달이 넘었다. 난 조류인가? 지난 일들이 그다지 기억나지 않는다. 물론 추억을 함께한 사람들을 만나면 새록새록 기억이 나지만, 4년간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던 그 곳이 지금은 내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한편으론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론 좀 슬프다.



주2회 스카이프를 이용한 영어수업을 하고 있다. 30분정도 수업을 하는데, 수업이 있는 날엔... 하루 종일 한국말보다 영어를 더 많이 쓰기도 한다. 사실 밖에 나가거나 통화를 하지 않으면서 말을 많이하는게 더 이상하긴 하지... 수다쟁이지만, 나도... 혼자 있으면 조용하다.


도대체 1인 기업가들은 어떻게 삶을 살아가는지... 참 대단하다. 난 한 달여 혼자 생활해보니 괴롭다. 개발자임에도 굉장히 협업을 좋아했던 나는 혼자서 결정하고 책임지는 이 삶이 굉장히 힘들다. 힘들다 말 할 수도 없는게 더 힘들다.


지금까지의 테스트로는 난 혼자 창업을 하면 절대 안된다는 결론이 났다. 다 떠나서 말 상대가 없는게 너무 괴롭다.



외로움은 어둠이 내리면 더하다. 분명 오전, 오후와 같은 일을 하고 있는데 밖에 캄캄하면 다른 사람들은 뭐하나~ 더욱 궁금해지더라. 퇴근 시간이여서 그런가? 괜시리 여기저기 전화해보게 되고, 그러다 보면 하하... 술이 마시고 싶더라.


그래 그렇게 싫던 술이 이젠 마시고 싶어지더라. 그냥, 술 마시고 먼 미래의 일, 가까운 미래의 일 싹 잊고 잠깐 기분 좋아지고 싶더라. 아하 그래서 아재들이 술을 좋아하는거구나.



역순. 잘못된 시작.



도밍고 컴퍼니는 애초에 시작이 잘못 되었다. 제대로 된 아이템이 있고, 그 아이템을 만들며 회사가 생겨나야 되는 법인데 회사부터 만들어 보겠다고 뛰쳐나왔으니 당연히 잘못 되었지.


물론, SWIKI 를 통해 테스트를 해봤고, 도밍고뉴스라는 아이템을 가지고 나왔지만 이 아이템에 대한 컨셉이 모호해진 지금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시간은 늘 빠르게 흘러가고 선택은 늘 나의 몫. 난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하는걸까?



다행인 것은 이 시나리오마저 내 머릿속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게 문제이기도 하다. 대다수의 상황을 고려하려다 보니 상황에 따른 대처방법의 깊이가 깊지 않았다. 이런 시나리오도 예상 했지만... 하하 대책은 없었던 것이지.


대책없는 상상은 아무짝에 쓸모 없는 것이다. 뒤돌아보니 내 예측은 늘 이따위였다. '그럴 수도 있을게야 암.' 하고 그런 상황이 오면 '이거봐 역시 내 선견지명이란!' 하고는 대책이 없다. 그래 난 대책없는 놈인 것이지.



엘론 머스크는 로또였다.



엘론 머스크는 자신의 길을 알아보기 위해 오렌지와 소시지를 사서 집에 틀어박힌 뒤 한 달간 오렌지와 소시지만 먹으며 코딩을 했다. 그리고 깨달았지, '아, 난 컴퓨터만 있으면 하루 1달러만 벌어도 행복하구나'


개뿔, 난 안행복하다. 인스턴트 주워먹다가 장염에 걸려서 냄비밥을 해먹기 시작했고, 집에서 가져온 압력솥으로 바꿨다가 인덕션 덕분에 자꾸 바닥이 타더라. 맨날 탄밥 먹다보니 우울해져 전기밥솥을 질렀지.       

        


<연어, 당근, 버섯, 계란, 파, 두부를 넣은 완자 | 메이드 인 도밍고>


난 하루 두끼만 같은 반찬을 먹어도 우울해진다. 그래서 맨날 김치찌개만 먹을 수도 없고, 그렇다보니 완자까지 만들어 부쳐먹게 되더라. 하하... 저런 짓을 한 날은 설거지까지 마치면 허리가 너무 아프다.



지난 한달간 엘론 머스크 테스트는 실패다. 도밍고뉴스는 방향을 잃었고, 혼자서 다 할 수 없다는걸 너무도 잘 깨달았지. 같은 반찬을 먹게 되면 얼마나 우울해지는지 알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난 신형 맥북프로가 있어도 결코 행복하지 않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자, 남은 자금은 두 달. 난 무엇을 해야 값진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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