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이 2016.2.3 에 작성되었으니 딱 25일만이다. 도밍고는 계속해서 도밍고 뉴스를 만들고 있고, 아주 조금이지만 어디로 달릴지 방향이 잡혔기에 기록을 한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굉장히 부정적인 생각을 하기도 했었고, 많은 사건들이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의 과한 지출이라던가, 인간관계, 가정사 등... 한 사람의 인생에도 이렇게 많은 이벤트가 일어나는줄 그동안 몰랐다.
가장 힘든 것은 외로움이다. 지금껏 내 마음에 쏙 드는 사람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긴 하지만, 그래도 나와 함께 일을 하며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것은 지독한 외로움을 가져온다. 전화로 여러 친구들과 일상적인 대화를 하기도 하고, 몇몇 동료들과 기술적인 대화를 하기도 했지만, 역시 눈과 표정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것과는 정말 다른 것이더라.
오래 된 친구들, 내가 따르는 선배들, 나를 따르는 후배들. 그동안 나와 많은 추억을 만들었던 사람들도 이 외로움 앞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결국 내가 이겨내야 할 일이다. 내가 시작한 이 외로운 싸움은... 내 싸움이다.
혼자 일을 하면서 익숙치 않은 것은 '책임' 이다. 나는 그동안 사회생활을 하면서 모든 일에 책임을 지지는 않았다. 내가 맡은 부분, 내가 약속한 부분에 대해서 책임을 다 할 뿐이었다.
"이건 웹팀에서 해결 해주셔야 할 것 같네요. 이건... 기획단계가 좀 모호하지 않나요?? 좀 명확하게 바꿔주시는게... 디자인이 굳이 이렇게 되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나요?? 이 디자인 때문에 일정이 늘어나겠는데요?"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정이었다. 제품은 당연한 것이다. 단, 제품의 퀄리티가 어느정도 수준으로 올라 왔다면 무조건 기한내에 끝내는게 프로젝트였다.
때문에 일정을 무기로 책임을 동료들과 나누며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었고, 나는 이 방법에 꽤나 능숙한 편이었다.
혼자 일 한다는 것은... 전부 내 일이라는 것이다. '적당히 생각해보고 나중에 제대로 생각해야지' 이런 사고는 동료들끼리 '회의' 가 있다면 가능했었다. 대화 속에서 좀 더 나은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하니까. 하지만, 나는 회의를 할 동료가 없다. 벽을 만나면 가열차게 파고 들어야만 했다. 벽을 보고 못본 채 하면 언젠가는 다시 내 앞에 오더라.
도밍고 뉴스를 서비스 측면에서 보려고 노력을 했다. 수십명의 감사한 분들이 도밍고 뉴스 설문조사에 응해주셨고, 나는 이 설문조사를 분석해보는 것부터 시작했다. 이 일을 시작으로 그동안 내가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시장조사, 타깃고객 등 어느 하나 명확한 것이 없었다. 그동안은 그저 '제품을 잘 만들고 싶어' 였다. 그래... 제품을 잘 만들려면 어떤 제품을 만들지가 명확했어야지.
어느 날 밤 나는 차분히 마음을 가라 앉히고 서비스를 냉정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망상은 걷어내고, 현실적으로 구현 가능한 것을 추려냈다. 뿌연 연기 속의 도밍고 뉴스는 생각보다 굉장히 작은 시장, 작은 서비스였다.
"나중에 광고를 붙일까? 사람들이 깊은 대화를 나누는 장이 되었으면 좋겠어~ 또 다른 BM 은 없을까?"
다 버렸다. 제품이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생각들이었다.
도밍고 뉴스는 어떤 문제를 해결할 지, 어떻게 해결할 지, 어떻게 구현할 지, 그래서 무엇을 얻을 것인지에 대해 냉정히 적어보았다.
도밍고 뉴스에 올인한지 한 달이 지나 처음으로 서비스를 냉정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나를 보며 포지션이 명확하다며 부러워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나이에 비해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물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10대 때 부터 개발을 한 친구들도 있고,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굉장히 빠르게 배우는 친구들도 있다. 그들에 비하면 나는 그냥 평범한 개발자다.
두 달 정도 개발을 하지 않았다. 기술 자료를 읽거나 대화를 나누기는 했지만, 사실 코딩은 하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으니 할 수가 없던게지.
도밍고 뉴스를 냉정히 바라보며 빠르게 구현 가능하도록 재기획 하고 나니 '무엇을 해야 할 지' 가 보였다. 역시 더하기 보다 빼기가 중요하고 어려운 법이다.
서비스 기획을 하는 시점에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기도 했고, 도통 방향이 잡히지 않아 우울했었다. 선택에 대한 불안함은 늘 지속되었고, 마음이 불편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갔다.
초기 기획이 끝나고, 이번 주부터 나는 개발자로 돌아왔다. 판이 바뀌었다. 흐리멍텅하게 뜨고 있던 눈은 내가 익숙한 날카로운 눈으로 바뀌었다. 개발에서 안되는 것은 없다, 내가 못 찾는거지. 어떻게 해서든 방법은 있고, 그걸 찾아 해결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 이제는 시간 문제인 것이다.
도밍고라는 이름은 사실 내 세례명이다. 스페인의 성인 '도밍고' 신부님의 이름인데, 한국에서는 '도미니꼬' 라고 한다. 입사 전까지 나는 성당에 꽤나 열심히 다녔었다. 복사단, 청년회, 교리교사까지 했다. 헌데, 집을 떠나고 나니 새로운 곳에서 다시 종교활동을 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종교활동을 최근에는 하지 않지만, 성서에 이런 구절이 있다. '늘 깨어있어라.' 요즘 정말 많이 느끼는 말이다.
앱 개발자로 일하다보니 주변에서 앱에 대한 의견을 많이 듣는 편이다. 좋은 앱 좀 추천 해달라는 말부터, 카톡 같은거 만들 줄 아느냐는 사람들, 이런거 만들면 얼마가 드는지, 얼마나 걸리는지. 그리고 개발자 구인 문제까지. 하루 아침에 생긴 질문들이 아니다 늘 내게 물어왔던 질문들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내게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거 같이 만들어보자' 부터 '내가 너 알바 시켜줄게!' 까지... 누가 시켜달라고 했나...? 개발자는 그렇게 다루는게 아니다... ㅡ,.ㅡ 그동안 몇 차례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면서 뼈저리게 느꼈다. 몇 번의 사기를 당하다 보니 이제는 사기를 판별하는 눈이 생겼다. 순진한 개발자들 상대로 사기치려는 사람들 그러지 마라. 다 돌아온다.
회사를 나오니 그동안 연락이 없던 사람들에게 연락이 오기도 한다. 합류 제안이나 개발 의뢰 등 심심치 않게 오는 연락들이 나는 무척이나 감사하다. 비록 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지금껏 내가 '잘~' 살았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하고, 앞으로도 내가 할 일이 많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하니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며, 흐리멍텅하게 시간을 보내기도 했던건 사실이다. 이래선 안된다는 생각에 잡생각이 들 때마다 책을 읽었고, 올해 벌써 9권의 책을 읽게 되었다. 책과의 만남은 또 다른 인사이트를 내게 주었고, 맑은 정신을 유지하도록 도와줬다.
그래, 깨어있어야 한다. 합류 제안도, 개발 의뢰도 내가 깨어 있었기에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혼자 일하는 것이 굉장히 외롭고 괴롭지만, 스스로도 컨트롤 하지 못한다면 무슨 일을 하겠는가.
도밍고 뉴스는 3월 중에 오픈하는 것이 목표다. 시작은 비록 조그마한 아이디어 단계지만 이를 통해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은 결코 작지 않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도밍고 뉴스를 통해 보다 편리하게 IT 정보를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개발자 도밍고는 열심히 코딩을 하러 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