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 파트너스(Gobi Partners)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돈이다. 하지만 무작정 돈을 푼다고 해서 스타트업 생태계가 부흥하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자금을 투자해야 투자사도 스타트업도 성장할 수 있다. 아비랩에서 아세안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해 힘쓰는 VC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중국, 홍콩 및 아세안 전역을 커버하는 중국계 VC(Venture Capital)가 있다. 중국 상하이와 말레이시아 쿠알라 룸푸르(Kuala Lumpur)에 본사를 둔 초기 단계(Early Stage) 전문 VC인 고비 파트너스(Gobi Partners)다.
고비 파트너스는 2002년 설립해 현재까지 13개 펀드를 모아 250개 이상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투자한 아세안 스타트업만 해도 50개가 넘는다. 투자한 주요 스타트업으로 아세안 온라인 프리랜서 플랫폼 패스트워크(Fastwork), 말레이시아 중고차 판매 플랫폼 카썸(Carsome), 아세안 전자 상거래 플랫폼 오라미(Orami) 등이 있다.
고비 파트너스는 방콕, 베이징, 홍콩, 자카르타, 쿠알라 룸푸르, 마닐라, 상하이, 싱가포르, 도쿄 등 9개 지사를 운영한다.
VC는 펀드를 모아 투자하고, 펀드 운용 수수료를 받는다. 펀드 조성은 VC 주요 업무 중 하나다. VC가 운용하는 펀드를 보면 성격을 알 수 있다. 고비 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주요 아세안 펀드를 소개한다.
메란티 펀드는 2017년 8월 첫 모집을 5천만 달러로 마감한 펀드다. 시리즈 B, C를 목표로 하며, 클라우드 서비스, 전자 상거래, 핀테크, 무슬림 기술(Muslim-focussed tech 또는 Taqwatech)에 중점을 둔다. 5백만 달러에서 2천만 달러 사이로 15개 이상 스타트업에 투자를 목표로 한다. 메란티는 열대 우림에서 가장 높은 나무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초기 파트너로 세 곳을 선정했다. 말레이시아 VC MAVAP, 인도네시아 투자사 CKM 그리고 한국의 GS샵이다. GS샵은 메란티 펀드에 3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메란티 펀드는 초기에 언급한 대로 전자 상거래, 핀테크 등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다음은 메란티 펀드가 투자한 주요 스타트업이다.
인도네시아 핀테크 스타트업 슈퍼아톰은 2천 4백만 달러를 메란티 펀드로부터 투자받았다. 슈퍼아톰은 P2P 대출 플랫폼 우앙미(UangMe)를 운영한다. 은행 보급률은 낮지만, 모바일 접근성이 좋은 아세안에서 P2P 대출 플랫폼은 중요하다.
슈퍼아톰은 중국 모바일 인터넷 기업 치타 모바일(Cheetah Mobile)에서 인큐베이션을 받았고, 독립하며 투자받았다. 전 세계 4억 3천 4백만 모바일 사용자를 보유한 치타 모바일은 특히 아세안에 월간 활성 사용자가 약 6천만 명이 있으며, 이 중 절반이 인도네시아에 있다.
2018년 7월 31일 공식 운영 승인을 받은 슈퍼아톰은 우앙미 출시 후 약 5백만 회 다운로드를 기록 중이다.
최근 슈퍼아톰은 1억 인구를 보유한 필리핀에서 금융 라이센스를 취득했다.
말레이시아 물류 스타트업 이지파셀은 1천 6백만 달러를 메란티 펀드로부터 투자받았다. 이지파셀은 온라인 소포 배달 플랫폼을 제공한다. 원하는 택배 배송지를 선택하면, 배송할 수 있는 택배사를 확인할 수 있다. 2019년 2월 기준, 사용자에게 배송 견적을 약 1760만 번 제공했다. 이지파셀 데이터분석팀은 매일 배송 데이터 약 5만 건을 분석하고 있다.
이 투자에는 에어아시아 그룹 텔레포트(Teleport)가 함께 했는데, 향후 이지파셀 택배를 에어아시아 텔레포트 인프라를 활용해 서비스할 계획이다.
메란티 펀드의 포트폴리오가 단단해지고 있다. 슈퍼아톰과 이지파셀 각각 중국 치타 모바일과 말레이시아 에어아시아가 뒤에 있다. 고비 파트너스의 네트워크가 빛을 발했다.
고비 코어 필리핀 펀드는 필리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1천만 달러 펀드다. B2B 전자 상거래, PaaS(Platform-as-a-Service), 헬스, 물류 등에 중점을 둔다. 이후 여행,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지난 2019년 1월 헬스 테크 스타트업 마리아헬스(MariaHealth)와 에듀 테크 스타트업 에듀카시온(Edukasyon)에 투자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마리아헬스는 2016년에 설립됐다. 필리핀 건강보험은 문제가 있으며, 필리핀인 10명 중 8명은 평생 건강 검진을 받지 않는 것으로 보고됐다. 마리아헬스는 온라인 건강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에듀카시온은 2013년 필리핀 청소년 교육에 문제를 느껴 설립됐다. 현재 연간 1천만 학생에게 교육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대학은 물론 원하는 직업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 스타트업이다.
필리핀 Z세대를 위한 온라인 청소년 플랫폼을 목표로 한다.
고비 아궁 펀드는 인도네시아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1천만 달러 펀드다. 각 스타트업에 1백만 달러를 투자한다.
아궁 펀드는 지난 2018년 10월 아세안 온라인 프리랜서 플랫폼 패스트워크(Fastwork)에 480만 달러를 투자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패스트워크는 2015년에 설립해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운영 중이다. 소프트웨어 개발, 디자인, 콘텐츠 마케팅, 영상 편집 등 50가지 카테고리 전문가 약 3천 명을 연결한다.
단순 연결을 넘어 고객이 작업에 만족할 때까지 지급을 보류하는 에스크로(Escrow) 서비스도 제공한다.
슈퍼시드 펀드 2는 2016년 시작된 아세안 슈퍼시드 펀드(ASEAN SuperSeed Fund)에 이어지는 펀드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전자상거래, IoT, 핀테크, 무슬림 기술(muslim-focussed tech 또는 Taqwatech)에 중점을 둔다. 25개에서 30개 사이 스타트업에 각 25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슈퍼시드 펀드는 그동안 카썸, 지넥수 등에 투자했다.
2015년 설립된 카썸은 말레이시아에 본사를 둔 중고차 판매 스타트업이다. 2017년 슈퍼시드로부터 투자받았다.
자동차 가격 비교로 시작한 카썸은 이후 소비자가 차량 딜러와 쉽게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으로 바꿨다. 구매 시 차량은 집에서 수령할 수 있다.
카썸은 2018년 3월 1천 9백만 달러 규모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다.
2012년 설립된 지넥수는 금융은 물론 보험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넥수는 말레이시아에서 온라인 금융 애그리게이션 서비스 링깃플러스(RinggitPlus)를 인도네시아에서 크레딧고고(KreditGoGo)를 운영한다.
지넥수는 2017년 말레이시아 핀테크 규제 샌드박스에 합류해 보험 판매 자격을 얻기도 했다.(말레이시아 핀테크 스타트업과 규제 샌드박스)
고비 파트너스는 오랜 기간 활동 했고, 좋은 선구안도 증명하고 있다. 포트폴리오를 보자면 유망한 분야 대부분을 커버하고 있다. 위에 언급한 스타트업 카테고리만 해도 P2P, 물류, 헬스, 에듀, 공유경제, 핀테크, 전자 상거래 등 적절한 분야에 투자했다. 적절하다고 표현한 이유는 아세안 시장에 적절하기 때문이다.
VC 능력 중 하나로 네트워크를 뺄 수 없다. 고비 파트너스는 이미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중국 치타 모바일, 말레이시아 에어아시아 등과 협업이 이를 증명한다. 본문에 언급하진 않았지만, 협력 투자사로 말레이시아 대기업인 선웨이 그룹(Sunway Group)도 있다. 더 무서운 것은 이미 투자한 포트폴리오 기업이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넥수만 해도 총 투자액이 3천 7백만 달러에 이른다. 스타트업 대표가 좋은 회사를 만드는 VC에 투자받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아세안 초기 단계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고비 파트너스, 기억해두자.
고비 파트너스가 중점 두는 분야 중 하나를 언급하고 싶다. 바로 무슬림 기술(Muslim-focussed tech 또는 TaqwaTech)이다. 이는 무슬림을 위한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뜻한다. 꾸란과 기도 매트를 호텔 방에 포함하는 것부터 할랄 식당 지도를 소개하는 것까지 다양한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
이슬람 고객이 무서운 이유는 크기다. 이슬람 인구는 전 세계 인구 4분의 1에 달하는 18억 명에 이른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전체 인구 85% 이상, 말레이시아는 인구 60% 이상이 이슬람이다. 이들을 그룹으로 묶어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언어보다 더 강력한 고객층이 될 것이다.
토마스 차오(Thomas Tsao) 고비 파트너스 회장은 아세안 본사를 싱가포르가 아닌 말레이시아로 선택하고 그 이유를 다양성이라 말했다. 말레이시아는 같은 말레이어를 사용하는 인도네시아와 연결돼 있으며, 중국, 인도 등 커뮤니티를 가지고 있다. 말레이시아 사람은 영어를 잘해 서양과 연결도 쉽다. 또한 무역 전쟁의 가장 큰 수혜자로 아세안을 꼽았다. 미국 기업은 중국 공급망에 관한 의존도를 줄이려 하는데, 그 대안이 결국 아세안이라는 것이다.
적절한 포트폴리오를 가졌고, 아세안에 관한 이해도도 높다. 여기에 글로벌 네트워크도 갖췄다. 펀드 금액이 총 11억 달러에 달하는 고비 파트너스가 아세안 미다스 손으로 등극할지 앞으로 행보를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