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ra Digital Innovation Ventures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돈이다. 하지만 무작정 돈을 푼다고 해서 스타트업 생태계가 부흥하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자금을 투자해야 투자사도 스타트업도 성장할 수 있다. 아비랩에서 아세안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해 힘쓰는 VC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MDI 벤처스(Metra Digital Innovation Ventures)는 2014년 설립된 인도네시아 VC(Venture Capital)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 있으며, 싱가포르와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한다.
업력이 길지 않은 MDI 벤처스가 초기부터 활약한 이유는 모회사를 보면 알 수 있다. MDI 벤처스는 인도네시아 국영 통신사 텔콤(Telkom) 그룹 자회사다. 인도네시아 텔콤 그룹은 가입자 1억 6천만 명을 보유한 인도네시아 1위이자 세계 4위 통신 사업자로 뉴욕증시에 상장한 기업이다. MDI 벤처스는 텔콤의 자금력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출범 5년 만에 영향력을 보인다.
MDI 벤처스 투자 방향은 텔콤 그룹 포트폴리오와 함께한다. 크게 ▲텔콤 그룹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신규 사업 ▲미래 기술 투자 등 3가지로 나뉜다.
텔콤 그룹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에 속하는 카테고리는 ▲디지털 광고 ▲결제 솔루션 ▲클라우드 컴퓨팅 등이 있다. 신규 사업 카테고리는 ▲빅데이터 ▲미디어 ▲전자상거래 등이 있다. 미래 기술 투자는 ▲IoT 등이 있다.
VC는 펀드를 모아 투자하고, 펀드 운용 수수료를 받는다. 펀드 조성은 VC 주요 업무 중 하나다. 하지만 MDI 벤처스는 업력이 길지 않은 VC로 운용 펀드가 많지 않다. 이 글에서는 MDI 벤처스가 투자한 주요 투자사를 소개한다.
레드 닷 페이먼트(이하 RDP)는 비자와 마스터카드 전직 임원 팀이 2011년 싱가포르에 설립했다. 싱가포르는 물론 태국, 인도네시아 등 22개국에 페이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MDI 벤처스는 2016년 RDP에 투자했다.
우리나라도 OO페이 전쟁이 진행 중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IT 공룡은 물론이고 토스는 간편결제와 송금 기능을 바탕으로 유니콘에 등극했다. 서울시에서는 제로페이를 출시하며 페이 전쟁에 정점을 찍었다. 돈이 움직이는 길목을 잡으려는 시도는 전 세계적으로 일어났다. RDP 등 아세안도 예외는 아니었다.
싱가포르 투자회사 테마섹(Temasek)과 구글이 쓴 2018년 e-Conomy SEA 보고서(e-Conomy SEA 2018)에 따르면 아세안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인터넷 경제 중 하나다. 아세안 6개국 전자상거래 총 거래액은 2018년 230억 달러로 2017년보다 114% 급증했고, 2025년에는 1천억 달러를 넘길 것으로 예측됐다.
아세안 전자상거래에 관한 관심은 RDP로 이어졌다. 지난 2019년 7월, RDP는 글로벌 핀테크 회사 PayU에게 지분 대부분을 넘겼다. 이 거래에서 RDP는 6천 5백만 달러(약 750억 원)가치를 인정 받았다. MDI 벤처스는 이 거래로 인해 엑싯했다.
핀테크 부문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받는 분야가 있다. 해외 송금 분야다. 해외 송금은 지금까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가 제공하는 스위프트망을 이용했다. 스위프트망은 속도가 느리고, 독점 운영되는 등 문제가 있다. 이에 블록체인을 활용 한 리플(Ripple)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해외 송금 서비스 트랜스퍼와이즈(Transferwise)는 해외 송금을 원하는 사용자를 묶어 물리적 해외 송금 없이, 송금 금액을 매칭해주는 서비스다. A국가에서 B국가로, B국가에서 A국가로 해외 송금을 원하는 사용자들을 논리적으로 각 국가 내에서 해결하는 것이다.
인스타램은 2014년 설립된 싱가포르 스타트업으로 싱가포르, 홍콩, 호주, 미국, 유럽, 캐나다, 인도, 말레이시아 등에서 MSB(Money Services Business) 라이센스를 받았다. 트랜스퍼와이즈와 비슷한 해외 송금 시스템으로 매년 수십억 달러 해외 송금을 처리하고 있다. 2018년에는 블록체인 리플과 파트너를 맺었다.
MDI 벤처스는 2018년 인스타램 시리즈C 투자를 주도해 태국 카시 콘 뱅크 VC인 비콘 VC(Beacon Venture Capital)와 함께 2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2021 IPO(Initial Public Offering, 기업공개)를 계획하고 있는 인스타램이 성공적으로 상장할 경우 MDI 벤처스는 또 다른 성공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다.
MDI 벤처스 포트폴리오를 조사하며 놀라운 서비스를 발견했다.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 클루(Qlue)다.
클루는 2014년 자카르타에서 시작됐다. 라마 레디(Rama Raditya) 클루 CEO는 자카르타 도시화 문제를 해결하고자 클루를 설계했다. 라마 CEO는 당시 자카르타 주지사였던 바수키 차하야 푸르나마(Basuki Tjahaja Purnama) 주지사에게 제안을 했고, 자카르타 도시화 문제를 해결하는 클루가 탄생했다.
자카르타 시민은 모바일 앱 클루로 자카르타에 민원을 넣을 수 있다. 자카르타 시민은 주로 쓰레기 처리나 불법주차 관련 민원을 매일 약 500건 접수하고 있다. 클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CCTV, 라이브 센서 등을 활용해 얼굴 인식, 거리 분석 등 인공지능 및 데이터 인텔리전스로 확장했다. 덕분에 자카르타는 스마트 시티로 향하고 있다.
클루가 출시된 후 도시에 변화가 생겼다. 자카르타는 홍수 범람 지역을 8천 곳에서 4백 곳으로 약 94% 줄였다. 또한 잠재적 위협을 파악하고, 경찰을 파견하기도 한다. 클루로 수집한 시민 보고서로 마약 딜러를 체포하기도 했다. 재난 대응 관리, 치안 관리 등에 시민이 기여를 하고, 그 가운데 클루가 있다.
MDI 벤처스는 지난 2019년 2월 클루에 투자했다.
앞서 설명한 스타트업은 MDI 벤처스 투자 철학에 부합한다. 텔콤 그룹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에 속하는 결제 솔루션 RDP, 신규 사업에 속하는 전자상거래 인스타램 그리고 미래 기술에 속하는 클루까지. 이 포트폴리오 중 RDP는 엑싯했고, 인스타램이 2021년 IPO를 마치면 MDI 벤처스는 열매를 하나 더 딸 수 있다.
그밖에 디지털 광고에 해당하는 맞춤형 타깃 보상 플랫폼 포스터(Postr), 간편하게 택배 송장을 만들어 유통을 간편하게 한 파켓 ID(Paket ID), 데스크톱 가상화 솔루션 엔컴퓨팅(NComputing) 등 짧은 업력에도 확실한 철학을 가지고 적절히 투자했다.
MDI 벤처스는 성공적인 기업을 찾는 한편, 스타트업 생태계를 키우는 역할도 맡고 있다. 아이디어단계 스타트업의 또 하나의 희망 액셀러레이팅이다.
인디고 액셀러레이터(Indigo Accelerator, 이하 인디고)는 2016년 시작됐다. 인디고는 텔콤 그룹과 MDI 벤처스가 운영하기 때문에 텔콤 그룹의 네트워크, 공간 그리고 투자를 받는다.
인디고는 6개월간 진행된다. 이 기간 동안 인도네시아 15개 도시에 있는 텔콤 그룹 공간을 사용할 수 있고, 멘토링 등 교육을 받는다. MDI 벤처스는 인디고 대상 스타트업에 2만 ~ 20만 달러에 이르는 금액을 투자한다.
인디고는 공식 홈페이지 기준(2020년 1월 현재) 99개 스타트업을 발굴했다.
텔콤 그룹은 우리나라로 따지면 SK텔레콤 위치에 있는 대기업이다. 2016년에는 실제 두 기업이 MOU를 맺고 IoT 등 신성장 사업에 협력을 약속하기도 했다.
텔콤 그룹은 단순히 통신 사업에 머무르지 않고 신규 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그리고 그 최전선에 MDI 벤처스가 있다. 업력은 오래되지 않았지만,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아세안에 빠르게 영향력을 펴고 있다.
2019년 12월 11일에는 KB금융그룹 계열사 KB인베스트먼트와 텔콤 그룹이 공동운용 펀드, 센타우리(Centauri) 펀드를 결성했다. 센타우리 펀드는 KB인베스트먼트와 MDI 벤처스가 공동운용하며, 2019년 내 1차 결성을 마무리하고, 추가 출자자를 모집해 최대 1억 5천만 달러(약 1734억 원) 규모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텔콤 그룹을 보면, SK텔레콤이 떠오른다. MDI 벤처스는 카카오 벤처스가 그리고 인디고는 액셀러레이터 프라이머가 떠오른다. 규모와 생태계 그리고 포트폴리오 회사의 아이템까지 어느하나 이질감이 없다. 머지않아 아세안 VC에게 투자를 받았다며 기뻐할 한국 스타트업 대표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