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형 사무실과 자율좌석제의 함정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2019년 11-12월 호 #1

by 오세용

현대 비즈니스에서 업무 공간은 즐거운 이슈다. 리모트 워크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고, 리모트 워크로 충분히 잘 운영되는 서비스도 있다. 글로벌 시대에 같은 공간에서 매일 같은 밥을 먹는 건, 재미없는 일인지 모른다.


수평적 문화만큼 논쟁거리가 되는 게 개방형 사무실이다. 칸막이가 없는 사무실에서 편하게 대화하며 협업하라는 의도겠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개방형 사무실로 변경한 후 사람들 간의 대면 상호작용의 약 70% 하락했으며, 온라인 상호작용이 증가해 이를 보충한 것으로 나타났다." -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2019년 11~12월 호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따르면, 개방형 사무실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가상의 벽'을 만들고 일하는 경향이 있다. 누군가 업무에 열중하고 있으면, 물리적 벽이 없어도 다가갈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협업에 관한 또 다른 실험이 있다. 일본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모리빌딩(Mori Building)이 본사 팀들 간 생산적 협업을 증진하기 위해 진행했다. 개방형 사무실에 지정석을 없앴다. 자유롭게 자리를 선택해 협업을 늘리려는 의도였다.


의도한 바가 통했다. 팀 간 상호작용이 증가했다. 직원들이 관리자를 거치지 않고 담당자를 직접 찾아가 협업을 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맹점이 있었다. 관리자는 커뮤니케이션 장애물이 아니라 품질을 통제하는 게이트키퍼이기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직원들이 관리자를 거치지 않고 하는 일이 늘어나자 점차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6개월 뒤 생산성은 하락했으며, 고객 불만은 증가했다." -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2019년 11~12월 호


결국 모리빌딩은 팀별 고정좌석제로 돌아갔고 개방형 공간을 줄였다.


위 실험을 통해 '그래, 역시 고정좌석제가 최고야'라며 쉽게 판단을 내린다면, '그래, 역시 자율 좌석제와 개방형 사무실이 대세야'라며 고민 없이 결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각 비즈니스는 최적화 지점이 다르며, 요구하는 능력치도 다르다. 각 능력치를 특화하는 공간과 협업 방법 역시 다르다. 이에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이렇게 결론 짓는다.


"최적의 물리적 또는 디지털 사무실 아키텍처에 정답은 없다.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 증가가 반드시 더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상호작용의 감소도 마찬가지다. 적합한 사람들이 적합한 시간에 적합한 몰입 수준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 -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2019년 11~12월 호


섹시한 비즈니스 모델 뒤 극한의 노가다가 있듯, 사무공간의 함정은 피할 수 없다. 비즈니스에 관한, 팀에 관한 통찰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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