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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타쿠마 Mar 22. 2024

요리인의 동반자, 칼 - 기계 연마

무지했던 경험과 칼과 숫돌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 공부한 후에 쓰는 것이다. 부정적인 내용이 많지만 그에 따른 명확한 이유가 있다. 본인 같은 상황에 처하시는 분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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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 숫돌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쓰고 있던 칼들의 재질에 대해서도 관심이 가게 되며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눈에 띄는 것은 첫 구매 시와 비교해서 확연히 줄어든 칼날과 면에 늘어난 스크래치. 
경험이 쌓인 후 이유는 더 확실해졌다. 대장간 기계 연마.

모 대장간에 대한 이야기는 인터넷과 티브이를 통해 알게 되었다. 국내에 이 정도 연마를 하는 곳이 있다고. 2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을 때 칼을 싸 들고 가서 연마를 받았었다. 갈고 나서는 만족한다기보다 복잡한 심정이었다. 칼 날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칼 면에 명백한 스크래치에 칼 등의 양 모서리는 갈려나갔다. 모서리를 잡고 칼을 많이 쓰기에 지금도 칼 등의 양 모서리는 나쁘지 않다 생각한다지만 결론은 "상당한 대가를 지불한 칼에 대한 기계 연마"에 부정적인 생각을 지울 수는 없다. 지금도 확실한 건 단 한 가지다.

칼을 맡겼던 본인은 칼에 대해서도 너무 몰랐고 연마에 대해서도 너무 몰랐다 
칼에 못할 짓을 했지만 본인 잘못이다


처음 칼을 갈면 길이에 따른 가격을 받고 재방문 시에는 자루당 픽스된 가격으로 받았다. 5천 원이었던 것 같은데 후기 검색 해보니 3천3백 원이라기도 하고 정확히 얼마인지는 모르겠다. 이유는 "이곳에서 연마받은 칼"로 변한다.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이곳에서 연마받은 칼"로 변하는 문제를 제외한다 치더라도 이 연마의 문제점을 보자면 칼 면의 스크래치, 칼 날 줄어듦, 칼 날이 휘어짐을 들 수가 있다.

이런 느낌으로 변한다


스크래치
유튜브 다큐에서 따온 장면이다. 사장님이 연마하시는 장면. 본인의 슬라이서는 더 길고 아드님이 갈아서  그런지 더 휘어져 갈았던 느낌. 위 그림을 참조하자면 칼끝과 칼 손잡이를 잡아 눌려 칼 날이 휘어지게 되고 기계에 붙어있는 숫돌이  평면이라 날과 연마제가 맞닿는 붉은 원형 부분이 칼 날의 맨 위의 사진과 같은 스크래치를 입힌다. 평면에 가까운 연마제로 강한  힘으로 눌러 기계로 불꽃이 튈 정도로 갈아내니 당연한 이치이다. 수공 연마사 분께 연락드려본 결과 저런 식으로 기계를 탄 칼은  수공 연마로 고치기 힘들다는 답변을 들었다.


방송 영상을 캡처한 좌측면 연마 사진

             

방송 영상을 캡처한 우측면 연마 사진


상기 방식으로 연마된 칼의 측면 사진

                   

스크래치가 나는 & 칼 날이 휘어버리는 이유. 저렇게 누른 상태로 좌우로 왕복을 해 버린다


휘어진 도면. 칼이 길기에 끝부분과 몸통 부분이 겹쳐 더 휘게 보이는 건지도 모른다.

좌측면 연마 사진에서 보듯 한 면을 연마제 쪽으로 하여 양 끝으로 눌러 연마하기에 칼은 필연적으로 한쪽으로 휘게 된다. 힘을 과도하게 강함으로 형태 변화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아래 유튜브처럼 얇은 칼의 경우 직접 휘어 펼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1_siuqoO5rc

휘어진 칼을 펴는 법. 최근 가장 자주 보는 연마 유튜버이기도 하다


칼 날 길이가 줄어드는 이유

칼 날의 줄어듦
전과 후를 비교할 사진이 없지만 연마한 칼을 받았을 때 확연히 줄어든 칼날을 보고 충격받았던 기억이 난다. 길이를 측정해서 비교를 했으면 좋으련만 그때는 이렇게 될 줄 전혀 몰랐으니 방도가 없다. 연마력을 높이기 위함인지 기존의 칼 날의 각도를 무시하고 예리하게 각을 내어 갈아버린다. 큰 각을 좁히는 과정에서 위의 연마를 거쳐 상당수의 금속이 마모되 버리고 그에 따라 칼날의 길이가 줄어들어 버리는 것이다.


총평
기계연마는 무쇠칼이나 막칼을 연마할 때, 칼 형태를 변화시켜 특수한 작업을 위한 칼을 만들고자 
할 때, 저렴하고 적당한 칼을 도구로 보고 사용할 때, 시간에 쫒기시는 수산업이나 도축계통에 종사하시는 분들에게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바쁘신 분들에게는 기계연마가 확실하고, 빠르고 저렴한 방법이다.


하지만 칼 자체를 좋아하고, 원형을 유지하며 오래 쓰고픈 분들에게는 좋은 방법이 아니라 생각한다. 이럴 경우에는 스스로 시간과 품을 들여 숫돌 연마법을 공부하고, 좋은 숫돌을 사서 스스로 관리하는 법이 제일이다. 연마법 공부에는 시간이 든다, 잘못 갈아 칼을 망치기도 일쑤이다, 좋은 숫돌은 저렴하지 않다. 하지만 숫돌을 사고, 칼을 망쳐가며 공부한 연마법은 평생 자신의 편이 된다.


본인이 주로 쓰던 칼들을 다 맡겼었기에 칼을 쓸 때마다 아쉽기는 하지만 무지했던 자신에 대한 수업료라 생각하고 개인적으로 복구할 수 있는 선까지 복구해서 사용 중이다. 


다른 분들은 본인 같은 선택 하시지 않기 바라는 마음에서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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