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같은 모티베이터

by 오늘도 생각남

"전쟁통엔 누가 나쁜 놈인지 보이기라도 했지, 이놈의 바이러스인지는 어디서 어떻게 걸리는 눈에 보이지도 않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로 일상이 재편성되었을 때 들었던 어느 할머니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 노인뿐 아니라 누구나 보이지 않는 것은 더 두렵다. 나 역시 일자리가 없어질지 모른다는' AI 인공지능의 진화에 대한 기사'를 볼 때도 미세먼지를 들이마신 것처럼 목이 칼칼해진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것을 두려워하기도 궁금해하기도 한다. 매년 여름만되면 정체불명의 존재가 등장하는 호러영화들이 라인업되고 사람들은 얼마나 그럴싸하게 놀래켜줄지 기대하면서 본다.


귀신보다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21세기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보이지않는 것에 대한 호기심도 가진다.


굴렁쇠 소년이 굴렁쇠를 굴리던 시절에 입학한 나와 마스크와 거리두기가 익숙한 2021년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이 '빨간색으로 이름을 쓰면 안된다' 같은 미신을 학교에서 알아 온 것을 보면 근거없지만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이야기는 생명력이 강하게 전해내려온다.


내가 N잡의 초입에서 만난 '백만장자 메신저'란 책 속에 '메신저'가 그랬다.


특허를 내서 아이디어 상품을 개발하는 것도 아니고, 황금레시피를 개발해서 대박맛집을 성공시키는 것도 아닌 '메신저'라니 이 황당한 이야기가 384쪽에 달하는 두께만큼 자세히 나와있다.


이 책에선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메시지'로 만들어 돈을 번다고 소개한다. '메신저'가 되어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나는 성공하게 되는 1인 기업가라니! 어느 단어하나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무엇을 파세요? 했을 때 '경험'을 팝니다.라고 했다가 '허언증'이나 '사기꾼'이라고 눈빛을 받게 되는 건 아닐까?사람들이 물건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경험과 지식'을 살까? 대동강물을 파는 만큼 참신한 발상이지만 누구가 공감하기는 어렵다.


이 책이 절판되어 중고책이 수십만원에 거래되었다는 설을 마케팅의 일환일꺼라는 의심의 눈초리로 신랄한 비판을 했던 내가 '경험과 지식'으로 'N잡러'가 되었다.


진짜 '메신저'가 되어 '경험과 지식'으로 누군가를 돕고 있고 'N잡러의 돈을 만드는 기술'이라는 책까지 출간했으니 '브렌든 버쳐드'씨에게 오해해서 미안하노라고 사과의 편지를 써야할지도 모른다.


온라인을 통해 글을 쓰고 공모전에 뽑히는 일들, 강의를 열고 사람들이 원하는 목표로 달릴 수 있도록 돕는 일로 나는 진짜 '메신저'가 되었다.


"그래서 니가 사람들에 글쓰기를 가르치는 거야?"


강의가 잡히고 아이들을 부탁할 일이 생기면 종종 묻는 질문이다. 여전히 나의 엄마는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신다. 전공과도 무관한 일임에도 그런 경험들을 도대체 사람들이 왜 원하는지, 어떤 도움을 주는지 속시원히 말하기 어렵다.


긴 설명이 어려워서 엄마에겐 그렇다고 설명을 줄이지만 나는 글쓰기를 가르치는 사람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쓰게 하는 사람'이다.


'쓰기를 가르치는 일'과 '쓰게 하는 일'는 큰 차이가 있다. 쓸 수 있는 마음을 건드리고 감각을 깨워주는 일을 한다. 그런 애매하고 세상에 정의되지 않은, 그 어려운 일을 하고 있다.


나는 글쓰기 모티베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것을 건드려 보이는 글로 쏟아낼수 있는 모든 것을 알리기 위해 힘쓴다.


직장인의 삶은 보이는 것들의 연속이다. 책상 위 산더미같은 정리되지 않은 서류나 꼭 필요하진않지만 있어 보이게, 절차를 지켜 보이게, 해야하는 보이는 일들로 하루가 채워진다. 반면, 'N잡러'의 삶은 보이지 않는 것과의 싸움이다.


시간에 자유롭게 일하지만 자칫하다 24시간 편의점 점주처럼 일하게 되는 시간과의 싸움이고, 자고 나면 생기는 보이지 않는 흐름을 읽어내기 위해 수많은 헛발질을 해야한다.게다가 나는 상대도 모르는 그 마음을 찾아줄 수 있는 일을 같이 한다.


수많은 직장인과 경력 단절 엄마들에게 'n잡'은 상상의 동물 '해태'같은 느낌일지도 모른다. 어느 한사람의 상상이 불러내 동물이 석상이라는 모양을 갖추었기에 우리에게 전해졌다.


시비와 선악을 가리는 동물이라는 발칙한 상상을 만든 누군가처럼 우리도 세상에 없던 일을 틀을 깨는 상상으로 만들어보면 좋겠다.


숨어있는 세상의 수많은 가치들 중 나에게만 보이는 가치를 찾아낸다면, 그 일이 당신의 능력을 세상에 드러나게 할 새로운 일(new-job)이 되어 줄지 모른다.


보이지 않는 것에서 보이는 것으로의 파생은 수많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이전까지 없던 직업도, 생각도, 가치도 생겨난다.


나에게 N잡은 무용한 일에서 유용한 일을 발견하고, 무형에서 유형한 가치를 만들어낸 도전과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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