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박한 '실패 경험' 삽니다.

by 오늘도 생각남

‘너무 좋은데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네’


마인드맵을 알수록 드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마인드맵 관련 책을 내기로. 마인드맵을 그리며 알게 된 좋은 것들을 세상에 털어놓기로. 하지만 무슨 수로? 결정적인 고민이었다. 그러던 차에 알게 된 것이 ‘브런치’였다. 브런치는 다음카카오에서 운영하는 글쓰기 전문 플랫폼이다. 10편 이상의 글만 있으면 ‘브런치북’이라는 전자북 발행도 가능했다. 브런치는 매년 대형 출판사와 협업하여 브런치북 출판 공모전도 진행했다. 안성맞춤 출판 공모전이었다. 마인드맵 관련 책은 내고 싶은데 200~300 페이지 분량을 채울 내용은 아직 없는 나에게.


그렇게 2020년 10월, 제8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도전했다. 그간 마인드맵 200여 장을 그리면서 느꼈던 생각 정리의 노하우와 마인드맵 작성 방법 등을 글로 옮겼다. 한 달 동안 사무실 업무시간 외 주어진 모든 시간을 투자했다. 뭔가 하나라도 더 짜내려고 새벽까지 매일매일 키보드와 씨름을 했다. 진정 한 달을 ‘하얗게 불태웠다’. 더 치여할 수 없을 정도로. 총 13편의 글을 썼다. 개별 글을 체계화 할 상위 목차도 만들었다. 그렇게 나온 브런치북이 ‘마인드맵 초보가 왕초보에게’였다. 책 제목을 지을 때쯤 마침 가슴속에 들어와 있던 문장이 하나 있었다.


‘고객은 나의 반걸음 뒤에 있다’


타인보다 반걸음 앞선 경험들이 그 경험을 하게 될 사람들에게는 가치가 있다는 뜻이었다.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마인드맵 관련 앞선 경험을 전달하려고 하는 출간 취지와 일맥상통하는 말이었다. ‘이거다’ 싶었다. 최종적으로 제목도 짓고 나니 제법 ‘책’ 다움이 완성됐다. 책이란 걸 만들게 되다니.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은 아니었지만 경험하지 못한 뿌듯함이 느껴졌다. 팔리고 안 팔리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책을 만들 수 있는 인간임을 확인한 ‘위대한 발견’의 순간이었다. 내심 브런치북 출판 공모전 당선도 은근히 기대했다. 마인드맵은 모든 사람에게 유용한 도구라는 생각에서. 당선되지 못한다면 심사위원들이 내 글의 가치를 못 알아본 것이라는 건방진 생각도 들었다. 나의 시건방짐에 하늘이 노(NO)하셨던 걸까? 나는 탈락했다. 보기 좋게. 지난 1년 동안 주말 빼고 매일 1장씩 마인드맵을 그려온 경험을 담았었다. 40여 년을 살아오면서 알고 있던 것 중 가장 가치 있는 액기스(진액) 생각을 뽑아서 글로 정리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들이 쓸모없다고 평가받은 것 같았다. 브런치북 낙선 후, 얼마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나의 존재 자체가 부정당한 기분까지 들었다.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밥벌이의 분주함으로 브런치북 출판 공모전 낙선의 충격을 잊어가던 어느 날이었다. 믿을 수 없는 메일 한 통을 받게 됐다.


“퍼블리 프로젝트 매니저 OOO입니다. 브런치에 쓰신 마인드맵 글을 읽고 저희 퍼블리 저자로 모시고 싶어 연락드리게 되었습니다.”


퍼블리라는 지식 공유 플랫폼에서 내가 쓴 마인드맵 관련 브런치북을 보고서 연락을 해온 것이었다. 퍼블리에 마인드맵 관련 글 작성을 제안하기 위해서.


미라클!!


심장이 쿵쾅거렸다. 1심에서 '가치 없음'으로 판명된 내 존재 의미가 2심에서 '가치 있음'으로 재평가 받은 듯 했다. 드디어 인정받은 것 같았다. 마인드맵의 가치를, 내 글의 쓸모를. 그렇게 브런치에서 까인 내 글은 퍼블리에서 편집되어 발행되었다. 그리고 믿어지지 않게 퍼블리 인기 콘텐츠 TOP 10 중 1위를 기록했다. 꿈같은 일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퍼블리에 게시된 마인드맵 글을 보고서 강남구청에서 직원들 대상으로 마인드맵 교육을 해달라는 강의 제안도 받게 됐다. 짧은 기간 지옥과 천국을 왔다 갔다 한 기분이었다.


지난 시간을 복기해봤다.


뼈를 갈아 넣어 만든 마인드맵 관련 브런치북 완성(20.10월) -> 브런치북 출간 프로젝트 낙선(20.12월) -> 퍼블리의 마인드맵 콘텐츠 작성 제안(21.2월) -> 퍼블리 TOP10 중 1위 기록(21.4월) -> 강남구청의 마인드맵 강의 제안(21.6월)...


내 첫 브런치북은 ‘실패’인 듯 보였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퍼블리에 의해 가치가 발견되었다. 퍼블리가 없었다면 내 글은 브런치라는 플랫폼 안에 잠들어 있었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내 첫 브런치북은 ‘실패’였을까? NO!! 단연코 나는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나는 실패를 ‘진행 중인 도전’이라 정의하고 싶다. 실패는 도전이고 진행형이다. 사람은 도전을 통해 전진한다. 그리고 그 전진이 틀렸다면 다시 길을 찾으며 자신만의 경험을 축적한다. 경험은 노하우를 만들고 그 사람의 스토리를 빚어낸다. 도전과 경험의 과정 자체가 그 사람의 브랜드가 완성돼 가는 여정인 것이다. 큰 틀에서 보자면 실패는 최종적인 성공의 빅 픽처의 에피소드가 된다.


서사의 기본 구조는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로 구성돼 있다. 서사에는 ‘위기’라는 변곡점이 필요하다. ‘산이 높을수록 골이 깊다’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주인공의 평탄한 삶에는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는 위기 극복의 스토리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인생은 드라마나 영화와는 다르다. 평범한 우리네 삶이 꼭 위기를 극복하고 행복한 결말을 맞는 해피엔딩은 아닐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위기가 닥쳤거나 실패가 찾아온 그다음이다. 다음 스텝을 어떻게 할 것인가. 위기와 실패를 끝으로 이야기를 끝낼 것인가 아니면 위기와 실패를 하나의 에피소드로 삼고 나아갈 것인가.


마흔에 성장이 멈추는 사람이 있고, 마흔에 성장이 시작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한 순간 그 사람이 갖고 있는 학력이나 사회적 지위, 자산으로서 그 사람의 삶을 평가할 수 없다. 실패로 보이는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도 언제든 성공의 방향으로 삶의 골든 크로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것은 어쩌면 위기와 실패를 대하는 태도에서 결정된다. 실패를 종결형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진행형으로 볼 것인가?


나는 실패 경험을 더 많이 하고 싶다. 내 성공의 빅 픽처를 극적으로 빛나게 해 줄 다음 ‘실패’는 무엇이 될까?


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신박한 '실패 경험'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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