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정지’라 쓰고 ‘재생’이라 읽는다

by 오늘도 생각남

‘앞으로는 부모님 말씀 잘 듣겠습니다’

어린 시절 감기로 끙끙 앓는 날이면

저는 그동안의 잘못을 속죄했습니다.


‘하느님, 부처님, 그리고...

제가 다 잘못했습니다.

감기만 다 나으면

공부도 열심히 하고

부모님 말씀도 잘 듣겠습니다’


그 시절 몸이 아픈 것은

평소 잘못에 대한 ‘업보’라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확진 판정 3일 차, 멍하니 누워있는데

문득 일상이 ‘일시정지’ 됐던 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코로나 증상이 의심되어 PCR 검사를 받았을 때,

아이들의 밀접접촉자 분류되어

PCR 검사를 받았을 때

온 가족이 몇 번이고 자가격리를 했었습니다.

코로나 초기에는 그런 때가 있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도 일상이 멈춰 섰던

시간들은 있었습니다.


재수 시절, 군대 시절, 공무원 수험생 시절...


일상이 멈춰 선 채로

저만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

다시 일상으로 복귀했었습니다.

물론 세상은 멈춰있지 않았습니다.

저의 일상 시계만 정지해있었을 뿐.


직장생활 10년 차에 했던 6개월의 육아휴직도

직장 일상의 일시 정지였습니다.


돌아봅니다.

일상의 일시 정지 시간들이 제게 어떤 의미였는지.


‘반성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고 살펴보는.


어린 시절엔 무조건 잘못한 점만

돌이켜보려 했습니다.


조금 나이가 들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돌아보는 것이 꼭 잘잘못을 따지기 위함만이

아니라는 것을.


진정 돌이켜보고 살펴야 하는 것은

삶의 방향과 속도라는 사실을.


그래서 '일시 정지'의 시간은 저에게

반성의 시간이었고

보충의 시간이었고

휴식의 시간이었고

조정의 시간이었고

계획의 시간이었고

성장의 시간이었습니다.


일시정지 시간의 끝엔

아주 미세하지만

조금씩 달라진 제가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 삶의 변곡점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는 도구인

마인드맵을 만난 것도

일시정지의 시간이었습니다.


‘일시정지’는 일상의 멈춤이면서

제 개인적인 삶의 ‘재생시간’이었습니다.


일상의 스위치가 on을 가리킬 때

제 일생은 움직였지만 개인적인 삶은 멈춰있었고

일상의 스위치가 off가 됐을 때

비로소 제 개인적인 삶은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일시 버튼 모양에 있는

세로로 긴 두 줄은

제 숨구멍이면서

세상을 보는 창이기도 합니다.


“다른 것 하지 말고 그냥 자둬. 쉬라는 코로나야”


확진일기 쓴다고 뻘짓(?)하는 제게

먼저 가족이 확진되어 고생한 친누님이

‘일시 정지’ 버튼은 ‘휴식’의 의미라는 사실은

다시 한번 일깨워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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