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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생각남 Apr 05. 2022

밥은 먹고 다니냐


"OO보건소 파견이 웬말이냐?"


서울 OO보건소 파견 3일 차 되던 날,

서울의 다른 기관에 파견 나와 있던

회사 선배 B형님으로부터 문자가 왔습니다.     


코로나 업무지원 파견을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저녁을 사주겠다며 연락을 해온 것이었습니다.     


B형님은 뜬금없이 ‘안부’ 문자를 보낼 때가 있었습니다.     


”뼈는 으스러졌지만 간과 폐가 쉬니 다행이네 “     


재작년 발등 골절로 입원해 있을 때도

갑자기 안부 문자를 보내왔었습니다.     


잦은 야근으로 심신이 지쳐있던 저를 알기에

츤데레 B형님은 자신만의 화법으로

위문의 문자를 보낸 것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B형님은 ‘평상시’가 아니라

‘비상시’에 뜬금없이 안부를 묻곤 했습니다.     


‘코로나에 확진되었다’고 SNS에 글을 남겼을 때

건강 잘 챙기라며 댓글을 단 지인의 절반은

이미 확진됐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나는 지지난주에 확진됐었다’,

‘형, 저는 이제 곧 격리 해제돼요’     


그 댓글들을 보는데 미안한 마음과

부끄러운 생각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확진자만 아는 그 고통을 외롭게(?) 견디게 한 미안함.

그리고 그렇게들 조용히 거쳐 가는 확진 사실을

굳이 생색내며 드러낸 부끄러움.       


보건소에서 혼자 사시는 80대 할머니께

기초 역학조사 차 전화를 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응, 혼자 사는데 아들 네가 근처에 살아.

아들이 주말에 한 번씩 들러 “     


”목이 좀 아팠었는데 생강차를 끓여먹었더니

많이 나아졌어 “     


역학조사 차 묻는 것 외에도 할머니께서는

하고 싶은 말씀을 꽤 오랫동안 하셨습니다.     


일주일 동안 쌓아두셨던 안부를

누구에라도 전하고 싶으셨던 모양이었습니다.


평상시와 묻는 안부와

비상시에 묻는 안부는

듣는 사람의 상황과 처지에 따라

전해지는 마음의 무게가 천지차이입니다.


일일 코로나 확진자 약 30만의 시대,

지금은 누구의 안부도 안전도 보장할 수 없는

비상상황입니다.


이럴 때 외로운 우리의 몸과 마음을 지켜주는 건

서로에게 전하는 '뜬금없는 안부 연락'이 아닐까요?


츤데레 B형님의 문자에 제가 살짝 감동한 것처럼.

역학조사 전화에 80세 할머니가 시시콜콜한

수다를 떨며 반가워하신 것처럼.


"오겡끼데스까?"

(잘 지내고 계십니까?)


”밥은 먹고 다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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