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40대 젊은 아파트 회장의 탄생
우리나라 거주 형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아파트. 정식 용어는 공동주택인 아파트는 한국인들에게 가장 친숙하고 편리한 거주형태가 되었다.
하지만 말 그대로 '공동주택'이다 보니 여러 사람들이 모여살며 크고 작은 문제도 생기는 것이 사실이다. 층간 소음, 쓰레기 분리수거, 주차 다툼 등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중 가장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문제가 바로 아파트 관리비 비리.
아파트는 법적으로 입주민대표회의를 구성해야 하고 입주민 대표를 뽑아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 가끔 엘리베이터나 아파트 게시판에 붙어있는 동대표, 감사, 회장 선출 공고물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건 하고 싶은 사람들이 하겠다고 해서 뽑는 게 아니라 아파트마다 반드시 구성하도록 법에 명시를 해 놓았기 때문에 선출을 해야 한다. 입주민의 대표를 뽑아 그들이 입주민을 대신하여 아파트 관리비에 대한 지출을 결정하고 아파트 운영에 대한 사항들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입주민대표회의 구성을 법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면 아파트 운영에 대한 모든 결정은 관리 업체가 하게 될 것이고, 관리소장의 권한이 엄청나게 커질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입주민들은 이런 법적인 사실에 대해 모르기도 하고 관심이 없다. 그냥 한 칸의 내 집에서 잘 살기만 하면 그만일 뿐이기에 아파트 운영이나 관리비 체계에 대해 알기 힘들다. 이렇게 입주민들의 무지와 무관심 사이를 비집고 싹을 틔우는 것이 바로 아파트 관리비 비리이다. 입주민대표회의의 입주민 대표들 그리고 관리소장 및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아파트 관리비라는 큰돈을 관리하기에 언제나 횡령과 배임의 유혹이 끊이지 않는다.
40대 아파트 입주민대표회장에 선출되다
난 갑자기 아파트 동대표가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아파트 동대표에 출마했고 단독 출마라 쉽게 당선이 됐다. 이렇게 아파트 입주민들은 동대표니, 회장이니 크게 관심이 없다. 물론 자기 생계에 다들 바쁘니 어쩔 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아파트입주민대표는 평일 낮에도 할 일이 꽤 많이 생기기에 일반 직장인은 솔직히 하기 힘들다. 다수의 아파트 동대표나 동대표 회장이 퇴직 후 고령자로 구성되어 있는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 보니 40대가 동대표에 출마했다는 것 자체가 나름의 큰 이슈였다. 물론 대체 뭐 하는 사람이길래, 놀고먹는 백수겠구나라는 웅성거림도 있었다. 하지만 난 여기서 멈추지 않고 동대표 당선자 중 뽑게 되는 아파트입주민대표 회장까지 직진으로 출마해 경쟁 후보 한 명을 누르고 당선되었다. 동대표 경험도 전혀 없는 내가 아파트 회장에 바로 당선되었으니, 게다가 40대의 젊은 사람이라고 하니 아파트는 술렁거렸다. 역으로 이제 젊은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는 아파트 입주민들의 바람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했다.
새파란 젊은 회장에 반기를 드는 사람들
내가 아파트 회장이 되고 입주민대표회의를 진행하면서 느낀 중 하나가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파트 관리소장이나 동대표를 꾸준히 해 온 사람들은 나를 반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내가 동대표 당선 후 회장 지원서를 내러 갔을 때부터 아파트 관리소장은 매우 떨떠름한 반응이었던 걸 기억한다. 동대표 대부분이 고령자이다 보니 회장 호칭은커녕 반말을 하기 일쑤였고, 관리소장은 아무것도 모르는 피라미처럼 대하며 무시한다는 느낌이 역력했다. 내가 낸 안건은 무조건 부결이었고, 가장 고령이자 오랫동안 동대표를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쥐고 흔들었다. 관리소장-고인 물 동대표들로 연결된 강력한 고리가 있었고, 무엇이 그 고리를 만들어 주었는지 충분히 짐작이 됐다. 바로 돈이다.
새파란 회장, 칼을 빼들다
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날 무시하는 태도도, 풍기는 구린내도, 들려오는 소문도.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과 잘못된 인간들도 잡아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하지만 아무리 회장이라 해도 혼자 힘으로 무리에 맞서는 것은 역부족인 일이었다. 그래서 여론이 필요했다.
난 먼저 아파트 앱을 도입하기로 했다. 아파트에 관한 일을 입주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도움이 필요한 것도 쉽게 알릴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필요했다. 20년이 넘은 아파트이지만 입주민 온라인 커뮤니티가 생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에 입주민들의 눈과 귀와 입을 가리기에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 앱을 도입하자는 안건을 내자, 동대표 대부분이 게거품을 물며 반대했다. 앱을 사용하면 외부 차량 등록이 편해지고 입주민 간 중고거래 같은 거도 할 수 있다며 설명했고 무엇보다 앱 사용이 무료라는데도 동대표들은 반대했다. 반대의 이유는 그런 거 만들어서 '욕먹기 싫다.'였다.
황당하지 않은가. 욕먹기 싫다는 게 이유라니. 마치 지금까지 욕먹을 짓을 해 온 것처럼 들리는 것은 내 기분 탓인가? 난 이 상황을 지켜보며 이들이 두려워하는 게 무엇인지, 왜 두려운 것이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점점 강해졌다. 무언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아파트 앱 하나 사용하자는 거에 이렇게까지 강하게 반기를 들 리가 없다.
동대표 중 가장 고령이자 4선이나 해 온 사람. 이 사람이 이 무리의 중심이었다. 그리고 이 사람의 옆에 찰싹 달라붙어있는 관리소장. 나중에 안 사실인데 나와 경쟁 후보였던 사람을 단독 출마로 회장을 만들려는 것이 그들의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들의 계획에 나라는 다크호스가 나타나 찬물을 끼얹고 회장까지 되고야 말았으니 얼마나 내가 미웠을까? 나는 이미 칼을 빼들었다. 칼을 빼들었으면 무라도 썰라는 말이 있듯 나도 뭐라도 썰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리고 결국 터질 일은 터지고 말았다. -2편에 계속
제가 직접 겪은 이런 아파트 입주민대표회의 회장 경험이 소설로 나왔습니다.
젊은 아파트 회장이 경험한 아파트의 신세계 이야기.
내가, 당신이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경험으로 빚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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