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입주민대표를 하면서 알게 된 엄청난 사실(2)

2편. 공용 부지의 사유화

by 오서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고질적인 문제 한 가지가 붉어지고 있었다. 그건 바로 한 입주민이자, 동대표가 아파트 지하 주차장의 빈 공간을 개인 작업실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있다고?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비일비재다. 입주민 대부분이 내 집값에만 관심이 있을 뿐, 아파트 공용 부지에는 관심이 없기에 모를 뿐이다. 아파트에는 정말 별의 별일이 다 있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이런 사람도 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는 빈 공간이 꽤 많다. 이런 공간에 자기 짐을 놓고 창고처럼 쓰는 사람도 있었고, 예전에는 한 노숙자가 이 공간에서 이미 몇 개월을 살았는데 뒤늦게 발견된 일도 있었다. 입주민들이 얼마나 관심이 없으면 이 노숙자는 이미 몇 개월을 산 터라 살림살이가 어마 무시했었다.

이번 일은 지하주차장을 자기 사업장처럼 쓰고 있는 것이었다.

이 사람은 모범이 돼야 하는 동대표 임에도 불구하고 지하에 자신이 파는 제품을 쌓아두고 문까지 달아 출하 창고처럼 쓰고 있었다. 이것도 이미 3년이나 이렇게 써왔다는 것이 더 충격이었다. 게다가 화재 위험도 있는 용접 작업까지 가끔 한다는 소리도 들렸다. 나도 이번에 아파트 회장을 하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몰랐을 것이다. 나 역시 무관심한 한 사람의 입주민 중 하나였으니까. 하지만 이제 회장이 된 이상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쇄빙선이 되다


아파트 회장이 되고 나서 첫 정기 회의를 가졌다. 새로 뽑힌 동대표도 몇 분 있었지만 대부분은 연임이었기에 그들 간의 친밀함과 결속력이 내게 전해졌다. 그리고 그들 모두가 날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앞으로 많은 고난이 있을 것도 예상되었다. 이번 회의의 가장 큰 안건인 지하 주차장 작업장 사용 문제를 논의해야 하기에 이 분위기가 더 껄끄러웠다. 왜냐하면 그들이 함께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회의 자료를 보며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이, 이 지하 작업장을 전 회장과 동대표들이 정식으로 사용 계약까지 했다는 것이었다. 아니, 아파트 공용 부지를 누가 자기 마음대로 계약을 하고 월세를 받는단 말인가? 물론 월세를 아파트 수입으로 잡는다고 하지만 이건 명백히 불법이었고 그렇기에 아무 효력이 없는 계약이었다. 이 계약에 동참했던 동대표들이 지금 회의실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계약 당사자도 회의실에 앉아있다.

이 말은, 이들끼리 뭔가 엮여있다는 말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지 않고서는 불법으로 지하 주차장을 사유지처럼 쓰는 사람에게 정식 계약까지 해주며 마음 놓고 편하게 사용하라고 해줬을까? 난 회의 내내 무거운 마음이었다. 아무리 내가 모든 걸 바로잡고 싶어도 이들의 동의가 없으면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파트 회장은 투표권이 없다. 찬반 투표는 동대표만 할 수 있고 동률이 나왔을 경우에만 회장에게 투표권이 생긴다. 그리고 지금 동대표의 과반 이상이 이 무리들로 이루어져 있다.


쇄빙선이 된 기분이었다. 단단하고 오래된 빙하를 깨부수고 나가야 하는 나의 상황. 게다가 동대표도, 회장도 처음인 내가 이 빙하를 깨부수고 새로운 길을 열 수 있을까? 회의 내내 여전히 반말을 해대는 사람, 입주민대표회의가 계약을 해줬으니 자기는 잘못 없다는 사람, 내가 내 돈으로 작업장 만들어 놨는데 지금 빼라면 손해 배상을 청구하겠다는 사람... 공동주택에 사는 사람들이 이렇게 개인적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은 무책임했고 자기밖에 몰랐다.




문제는 알아서, 추진은 허락받고?



공용부지 사용은 엄연히 불법이니까 구청이나 관계 기관에 신고하면 되지 않나?라고 나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참 우리나라 행정은 신기했다. 공용부지 사용은 불법인데 거기 개인 물건이 있으니 개인 물건은 본인들이 어쩌지 못한단다. 그리고 아파트 문제는 아파트 입주민대표회의가 있으니 어지간하면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 과태료 내리면 개인한테 내려지는 게 아니라 아파트로 내려져 아파트에 손실이 발생하고 의결에 동참했던 모두가 독박을 쓰게 된다는 것. 이게 말이냐 방귀냐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관공서의 답변이었다.


아파트 회장을 하면서 관공서의 이런 답답함은 한 둘이 아니었다. 이런 문제가 생겨서 행정적으로 해결을 해 달라고 하면 '아파트 문제는 입주민들끼리 알아서 하라.'는 답변이었고 이런 걸 만들려고 한다고 하면 '그런 건 허가를 받고 하라.'는 것이었다. 아파트에 무슨 문제가 발생하면 '너희들이 알아서'고 아파트에 뭘 좀 하려고 하면 '허락은 받고'였다. 정말 답답하고 짜증 나기 그지없는 행정이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많은 인구가 아파트에 거주하는데도 행정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첫 번째 문제, 공용 부지 불법점거 해결해야

나의 첫 번째 과제다. 공용 부지의 불법 점거 해결과 그에 동조한 사람들에 대한 처리. 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내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일인데 입주민들은 무관심하고 이런 내용을 상세히 알릴 방법도 딱히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심에 빠져가는데 정말 고맙게도 한 가지 묘책이 떠올랐다. 그래, 이것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빌드 업을 하면 될 거야. 반드시 해결할 것이다. -3편에 계속




제가 직접 겪은 이런 아파트 입주민대표회의 회장 경험이 소설로 나왔습니다.

젊은 아파트 회장이 경험한 아파트의 신세계 이야기.

내가, 당신이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경험으로 빚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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