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입주민대표를 하면서 알게 된 엄청난 사실(4)

다양한 관리비 횡령 공식

by 오서

아파트 입주민대표회장을 맡고 난 후 가장 심각한 문제로 보이는 것이 바로 몇몇 동대표와 관리소장 그리고 관리 업체의 유착관계였다. 보통 아파트 관리 업체가 2년에 한 번 또는 4년에 한번 정도는 바뀌는데 이 업체는 8년째 계약을 이어가고 있었고 관리소장 역시 그 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었다. 물론 관리 업체가 관리를 잘하고 소장이 일을 잘 하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바람일 뿐 그런 일은 지극히 드물다.




우리 아파트는 우리가 지킨다!


지하주차장을 창고화하여 개인이 쓸 수 있도록 계약을 해 준 동대표들, 이 계약이 불법임을 알면서도 동조한 관리소장, 그리고 이런 관리소장을 바꾸지 않고 두는 관리 업체. 관리소장이 관리비를 횡령했다는 민원과 동대표들이 관리 업체로부터 뭔가를 받았다는 얘기는 계속 들리고 있었다. 내가 봐도 지금 이 상태가 깔끔해 보이지 않는 건 사실이었다.

마음이 맞는 동대표 몇 분과 팔을 걷어붙인 입주민들이 뭉쳐 이 일을 해결하기로 했다. 마치 '우리 동네 특공대: UDT' 드라마처럼 우리 아파트는 내가 지킨다는 신념으로 우리 아파트 특공대가 결성됐다. 그동안 이 실태를 지속적으로 의심하고 항의를 해 온 입주민들이 그래도 조금은 있었다는 게 참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었다.




아파트 돈은 이거 세 가지만 알면 된다


먼저, 아파트 계좌 구조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딱 세 가지만 알면 된다. 장기수선충당금(장충금), 예비비, 잡수입 이렇게. 어려운 게 아니다. 장기수선충당금은 아파트 보수와 유지, 관리를 위해 쓰이는 계좌이고 예비비는 말 그대로 긴급상황 지출을 위해 예비적으로 두는 계좌다. 그리고 아파트 잡수입은 아파트에서 수입이 발생했을 때 이 계좌로 돈을 넣는다.

장충금은 아파트 도색, 엘리베이터 교체 등 장충금으로 사용하도록 명시된 곳에만 사용이 가능하다. 만약 이런 공사를 예비비로 사용한다면 모두 감사 지적 대상이 된다.

잡수입은 아파트에서 발생한 수익인데 재활용 판매비, 광고비, 주차비 등이 해당된다.

여기서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횡령 금액이 큰 건 장충금이고 횡령이 잦은 건 잡수입이라는 것을. 우리 아파트에서 문제가 된 건 일단 잡수입이었다.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수입은 의외로 많다. 이걸 입주민들이 잘 모른다. 엘리베이터 유지 보수 시 낡은 철근이 나오는데 그걸 판매하는 고철 수입도 있고 아파트 폐자전거 정리를 하며 고물로 팔거나, 인터넷 가입 부스가 아파트에 설치될 때, 아파트 화재 보험을 가입할 때 리베이트 등 꽤 많은 수입이 생긴다. 이런 걸 입주민들이 잘 모르기에 소위 말하는 삥땅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 수입을 절대 무시해선 안된다. 엘리베이터 고철은 몇 백만 원 단위이고, 인터넷 가입 같은 부스가 들어와도 백만 원 단위다. 아파트 화재 보험 가입 시 리베이트로 주는 금액도 300만 원을 웃돈다. 이걸 관리소장이 중간에서 자기 호주머니로 넣거나, 동대표 또는 회장과 짬짜미가 되어 나눠먹는 경우가 다반사다. 우리 아파트도 그런 경우였다.




폐자전거 수입금 어디로?


소장이 폐자전거를 처리한 적이 있었다. 몇몇 입주민들이 좋은 가격을 쳐 주겠다는 자원업체를 찾아 소장에게 알려주기까지 했지만 소장은 그걸 무시하고 자기가 아는 업체에 처리했다. 그리고 수입은 없다는 것이었다. 분명 다른 업체에서 폐자전거 한 대 당 쳐 준다는 가격 견적까지 받았는데 수입이 없단다. 막상 업체가 와서 자전거들 상태를 보고는 돈을 줘도 안 가져간다고 해 자기가 아는 업체에 사정사정해서 무상으로 들고 가게 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무상은 아니었다.




소장은 자기가 아는 업체에 처리하며 5만 원을 받았다는 게 드러났다. 사실, 얼마인지 정확히 알 방법은 없다. 내가 하도 쪼아대니 밥 값으로 5만 원 받았고 그건 수입이 아니라 아는 업체라 직원들이랑 밥이라도 먹으라고 준 돈이라는 것이었다. 참, 개소리도 창의적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돈을 받는 과정도 이상했다. 소장은 자기 계좌로 받으면 문제가 된다고 퇴사한 직원 계좌로 받은 후 그 직원이 다시 소장에게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그렇게 떳떳한 돈을 왜 이렇게 구린 과정으로 받았을까? 결국 난 이 문제를 공론화했고 8년이나 자리를 지키던 소장은 자진 사퇴를 했다.




횡령을 입주민이 밝히는 건 어려운 일


관리소장을 자진 사퇴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자르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노동법상 문제가 될 수 있는 소지가 있어 어지간하면 스스로 그만두게 만들어야 한다. 이 인간이 8년이란 시간 동안 얼마나 해 처먹었는지 모르겠지만 단돈 5만 원이 공론화되며 자진 사퇴한 것을 보면 분명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스스로 나간 것이 아닌가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아파트 회장으로서는 정말 힘들고 스트레스 많이 받는 싸움이었다. 사실 개인이 이런 일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느낄 정도로.


아파트는 내 집 한 칸만 내 집이 아니라 전체가 다 내 집이라 생각해야 한다. 아파트에 관련된 모든 돈이 다 내가 내는 관리비이기에 우린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지고 알아야 한다. 아파트에 살고 있다면 오늘부터 잡수입을 잘 알아두도록 하자. 잡수입은 향후 아파트 관리비 차감으로도 쓰이기에 잡수입이 많아져야 내 관리비도 할인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편은 잦은 횡령인 잡수입이었고 다음에는 굵직한 횡령인 장충금으로 얘기하도록 하겠다.



젊은 아파트 회장이 경험한 아파트의 신세계.

내가, 당신이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경험을 버무려 소설로 정성껏 빚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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