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생생투데이
난 작가 활동을 하면서 인터넷 상에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독자님들에게 항상 듣는 얘기도 있다.
"얼굴 공개하시면 책이 더 잘 나갈 거 같아요."
나에 대한 팬심에서 해주시는 외모 칭찬이라 빈말이라도 고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인터넷에 얼굴을 올리지 않는 이유가 있다.
먼저, 요즘 같은 딥페이크가 난무하는 시대에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르기에 두려운 마음이 있다. 점점 발전하는 기술은 우리의 삶을 바꾸어 놓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우리의 삶을 빼앗기도 하는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터넷 상에 내 얼굴이 박제되어 돌아다니며 외모 평가나 지적을 당하는 것도 상당히 걱정스러운 일이다. 마지막으로 어딜 가든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알아볼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해보면 공황장애에 걸리는 사람들의 심적 부담이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어찌 보면 아직 그렇게 유명하지도 않은 작가 주제에 연예인 병이라도 걸려 유난 떤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은 오히려 일반인들이 SNS에 얼굴을 가리거나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 사진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리고 지브리 프로필이 유행을 했던 이유가 내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방송 출연 결심
그랬던 내가 KBS 생생투데이 사람과 세상 방송에 출연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내가 작년 한 해 동안 문학상주작가로 활동했던 밀양 청학서점과 함께하는 촬영이었기 때문에. 밀양을 배경으로 소설을 두 권이나 쓸 정도로 밀양을 사랑하는 나에게 있어 청학서점은 나에게 하나의 영감이었고 작가로 살아가는 원동력이기도 했다.
KBS 생생투데이 사람과 세상은 부산, 울산, 경남 지역 방송으로 지역의 인물이나 이슈를 다루는 방송이다. 오후 5시 40분부터 6시까지 방송 시간은 20분으로 짧은 편이지만, 경남 지역에서는 꽤 유명한 프로그램이다.
<내리실 역은 삼랑진역입니다>, <삼문동 봉주르 아파트> 내 두 소설 모두 밀양이 배경이고 내가 문학상주작가였던 청학서점에서 촬영을 한다는데 이건 못 참지.
밀양 청학서점은
밀양 청학서점은 64년이나 지역을 지키고 있는 서점이다. 64년... 말이 64년이지 어떻게 이 긴 시간을 서점으로 버텨왔을까? 독서 인구 전멸의 시대에 대형 서점도 아닌 지역 서점이 이 오랜 시간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청학서점은 밀양의 역사다. 내가 이런 서점의 문학상주작가였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이런 서점을 알려주신 KBS 경남에도 감사를 드린다. 이런 서점은 우리가 함께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소설 <삼문동 봉주르 아파트>에 청학서점도 등장한다. 내가 이 서점에서 문학상주작가를 하며 느낀 것 중 하나가 이런 공간이 지역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체감했기에 책 속에 넣고 싶었다. 1층에는 책이 있고 2층에는 카페와 공연장이 있는 서점. 책과, 커피와 문화가 함께 어우러진 이런 공간이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 이런 소중한 곳을 내 소설에 간직하고 싶었다.
소설을 쓴 계기
두 소설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내가 삼랑진역에 내렸을 때 반했던 삼랑진의 풍경을 담고 싶어 쓴 <내리실 역은 삼랑진역입니다>가 제11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의 최종심에 오르며 내가 소설가로 들어서게 해 주었고 삼문동 청학서점에서 문학상주작가로 지역민들을 만나며 얻은 영감을 쓴 <삼문동 봉주르 아파트>에 대한 이야기. 이런 이야기를 방송을 통해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내 이야기가 책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
북토크 속으로
그리고 <삼문동 봉주르 아파트> 북토크를 촬영했다. 작년 12월에 이어 두 번째 북토크를 1월에 진행했음에도 많은 독자님들이 찾아와 주셨다. 특히 이날은 한파 특보가 있었던 날임에도 추위를 뚫고 내 북토크에 찾아와 주신 분들이 감사할 따름이었다. 북토크가 끝나고 질문이 의외로 많이 쏟아져 마치고 나니 2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Q&A 시간까지 모두 마치고 9시가 넘었음에도 모두 줄을 서 사인을 받아 가 주신 독자님들. 이래서 나는 계속 글을 쓴다. 작가로 살아가는 게 행복하다고 느낀다.
방송 후에
감사하게도 지인으로부터 두 책 모두 베스트셀러 매대에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방송의 힘이 크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는 만큼 많은 분들에게 좋은 책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단순히 방송에 나가서 잠깐 읽히는 작가가 아닌 이 책들을 계기로 앞으로도 계속 많이 읽히는 작가가 되도록 차기작에도 집중하는 중이다.
지방이 없으면 국가도 없다. 앞으로 이런 지방의 좋은 소식과 숨은 장소들이 방송을 통해 더 많이 알려졌으면 한다. 나 역시 내가 할 수 있는 책 쓰기로 지방의 매력을 더 많이 알리고 싶은 마음이다. 내 책을 사랑해 주시는, 나라는 사람이 작가로 살아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시는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KBS 방송 클립
https://youtu.be/Xs1iO-lPQBA?si=yQBHSK15NihOqv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