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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 Feb 07. 2023

#.29

주간 <임울림>

"무엇 때문에 이것과 저것을 원하며 무엇 때문에 이 여자, 이 직업을 선택하며 무엇 때문에 이토록 미래에 대해 흥미를 가져야 하는가?

요컨대 썩어 없어질 이 두 다리로 무엇 때문에 이렇게도 살려고 발버둥 치는 것일까?"

- 알베르 카뮈


문장이 주는 힘은 때론 사람이 주는 힘보다도 강하다. 어떤 분이 그런 말을 했다. 이제는 스승을 콘텐츠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맞다, 나는 지금 치열하게 발로 뛰진 않지만 치열하게 듣고 보려고 애쓴다. 그렇게 만난 나의 스승이라고 한다면,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이나 비틀스의 존 레논, 지미 핸드릭스, 에이미 와인하우스 등 비극적으로 죽음을 맞이한 예술가들이 손에 꼽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공명하는 이는 알베르 카뮈다. 나는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명징하게 최고라고 말해본 적 없지만, 카뮈는 최고다.


누군가 카뮈를 말할 때 <이방인>의 첫 문장을 말하곤 하는데, 그건 작품에 대한 모욕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단편적인 평가다. 카뮈의 진면목은 부조리, 직면하는 인간 실존에 있다.


<이방인>이야 세 번을 넘게 읽었다. 언제 읽어도 전율하는 이 몸. 그 감각이 좋다. 카뮈를 전부 섭렵하고 싶어서 <시지프 신화>를 읽고 있는데, 살아가면서 느끼는 격렬한 공허와 그 공허를 절실히 맛봤을 때 피어오르는 희망을 이렇게 잘 묘사할 수 없다. 카뮈는 다시 말하지만 천재다.


나는 요즘 직업에 대해서도, 사랑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다. 직업은 곧 사랑과 연결이 된다. 사랑보다 작은 연애 정도로 해두자. 연애는 곧 결혼으로 이어진다. 직업과 결혼은 상부상조하는 친구 사이다.


나는 늘 규칙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예술을 하고자 어린 시절 마음먹었다. 나 스스로의 규칙을 세우는 것.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은, 좋은 기업에 들어간다는 것은 곧 가족 공동체를 책임을 지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타인이 세워둔 규칙에 걸어들어 가는 일이다. 나는 어디 크게 자랑할 수도 없는 중소언론사에 다녔고, 지금은 크게 자랑할 것 없는 IT중소기업에 다닌다. 커리어에 목숨을 걸고, 책상에 앉아 있다가 퇴근을 한다.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지? 되묻다가 옷깃 스치는 지하철에서 까무룩 잠이 든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3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간다. 내가 열정을 쏟았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기억나지 않는다.


이런 일상이 카뮈에게도 있었다. 카뮈는 폐렴으로 젊은 시절부터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그렇게 살아왔다. 결국 죽음을 곁에 두고 사는 것. 맞다. 나는 이 대목에서 눈물이 고였다. 어린 시절, 비극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하루는 치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 같다. 나는 가슴속에 잠재워둔 어린아이와 다시 조우한 기분이었다. 현재의 나는 비극이 두려워 제도권에 몸 담고 있다. 제도권에 대한 불만이 가득해져만 가는데도 말이다.


나는 늘 '하는 사람'이고 싶었다. 해보고 싶었던 것이 사라진 건 결국 타인을 위한 책임에 짓눌렸을 때였다. 희생이 결국 나를 무너뜨릴 때. 온전히 내 삶을 살지 못할 때.

그렇다고 그 삶이 모럴을 벗어나는 건 당연히 아니다.


나는 결국 직업에 얽매이지 않기로 했다. 막스 베버는 직업에 소명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 나는 나의 직업에 소명의식 따윈 느끼고 있지 않다. 네버. 그러니, 나는 다시 나의 소명을 찾아 떠나야 한다.

내가 연봉이 높은 직업을 갖고 싶었던 이유란 성공적인 결혼, 화목한 가정에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내 직관이 나를 자연스럽게 이끌 거라는 것을. 그리고 그 잣대에 직업적 요소를 고려하는 사랑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걸. 그래서 나는 연애와 결별할 것을 선언한다. 어쩌면 이와 같은 선언이 나를 사랑으로 더욱 이끌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랑은 늘 그렇게 찾아오기 마련이니까.


개운하고 후련하다. 내가 언제든지 사표를 던질 준비가 됐다는 마음가짐이. 그리고 곁에 누군가 없어도 열렬히 즐거운 사색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이. 나는 나의 삶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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