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차 영어교사의
엄마표 영어란?

엄마, 놀 때는 한국말!

by 오틸리아

육아 휴직 2년 반을 제외하고 계산해 보니 나는 거의 8년 간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다시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사범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영어교사 N년차인 나에게 종종 시댁 가족과 주변 지인들은 아이의 영어교육을 언제부터 시작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종종 물어보곤 한다.


아이가 낳기 전에 나의 대답은, "영어는 어릴 때부터 하는 게 좋죠!"라는 말로 운을 띄웠다.

실제로 많은 영어교육학론책에서 말하길 어릴 때부터 2가지 언어를 노출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2개 언어를 쓰는 바이링구얼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긍정적인 효과가 많이 언급되어 있다.


그렇다면 영어 교사인 내가 아이를 낳았을 때는 과연 나의 아이 영어 교육은 어땠을까?



Moms-boy-1241910279_2125x1416.jpeg


내가 정작 출산을 하고 육아를 시작할 때는 아이의 영어 교육은 정작 문제가 아니었다. 출산과 함께 코로나 시대에 맞이한 아이와 함께 초보엄마였던 나는 생존(?!)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영어 교육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인스타그램을 보면 쇼츠 영상에 뜨는 4,5살 되는 아이들의 영어 발화 영상을 보면서 불안함은 계속 있었다.


이 나이에 이 정도 영어를 할 수 있는 아이가 이렇게나 많다고?



그래서 나는 마음을 다잡고 딸에게 조금씩 영어를 주입(?)하기 위한 여러가지 방안을 시도해보았다.

(나도 모르게 키보드를 마구 두드리면서 주입이라는 단어를 써버렸다. 무의식 중에 영어라는 언어를 주입해야된다는 생각이 있나보다.)

우리 아이가 만 3살이 되자 내가 시도해본 영어 교육에 대해 말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 유아 영어 사교육시장 검색하기.

나 역시 어릴 때부터 눈높이 영어와 영어 학원으로 영어를 시작했기 때문에 배운 게 도둑질, 아니 사교육(?)이라 나의 영어 첫 단계는 유아 영어 사교육을 검색하는 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다.

집 근처 주 1회, 3 대 1의 소규모 영어 프로그램 센터. 체험 수업에 참여했는데 놀이 위주라 아이도 너무 좋아하고 적응을 잘했다. 그런데 2개월이 지나자 아이는 흥미가 떨어졌는지 엉엉 울면서 수업을 거부하기 시작했고 결국 마지막 2회분 수업은 참여하지 못한채 수강료를 날리게 되었다.


두 번째, 유아 영어 전집 사기

옛날부터 책에는 돈을 아끼지 말라고 했거늘,

인스타에 영어를 잘하는 아이들을 보면 엄마랑 같이 보는 영어 전집의 구성은 왜 이리 좋아 보이는지 그 아이가 읽는 영어 전집만 사면 엄마도, 아이도 영어가 술술 나올 것만 같다.

그리고 인스타 공구의 경우에는 할인 시기를 놓치면 가격이 다시 올라가기 때문에,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다.

어머, 이건 당장 사야해.
RB8OTa6UE7HW4r1FCagKP3utpL8aACGxKWFCGUKBzd9hViNvUzrh4jEubjzFsht8ec3zKH4wQtwl0o_zYtZULg.webp

앞선 유아 사교육 1개월 비용과 영어 전집의 가격이 비슷한데, (월x과 같은 비싼 영어교구 및 책은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책은 한 번 사면 평-생(?) 볼 수 있으니, 이 점을 고려하면 책 가격은 상대적으로 혜자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인스타 공구 계정에 나오는 아이와 다르게 우리 아이는 1개월만 지나고 나면 공구로 산 영어책을 거부해버린다.


세 번째, 엄마표 영어하기

주변 아이 친구 엄마들이 내 직업을 알면 늘 하는 말이 "엄마가 영어 교사이면 직접 가르치면 되지 않아요?"이다. 영어를 전공했으니, 엄마가 충분히 집에서 영어로 발화하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나도 안해본 것은 아니다. 그런데 중, 고등학교에서도 중간, 기말고사 시험을 위한 읽기와 문법 위주로 수업을 하다 보니 나 역시도 영어 말하기에 연습이 필요하다. 물론 영어 비전공자보다는 영어 발화가 술술 나오겠지만, 아이한테 영어 말하기는 또 다른 측면으로 고려해야 하는 점이 있다. 특히, 아이에게 영어로 대화할 때는 어려운 단어 말고 아이가 이해하기 쉬운 단어 위주로 대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일 큰 난관은,

내가 아이랑 놀면서 영어를 하는 게 조금이라도 길어지면 아이가 말한다.


엄마, 놀 때는 한국말.



5살이 된 나의 아이에게 당연히 한국어로 듣고, 말하는 게 익숙하다.

영어로 말하면 이해 안 되는 단어도 많고, 영어는 학습, 공부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


엄마표 영어는 여전히 -ing 중이다.

아이랑 놀면서 눈치를 쓱 보면서 가끔 영어를 몇마디, 던져 보기도 하고

아이 입에서 영어 한 마디라도 나오면 내심 뿌듯해하는 자신에 대해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한다.

이렇게 아이를 키우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한 어릴 때 영어를 가르치고자하는 대세를 따르기로 한다.


육아의 최종 목적은 아이의 행복한 독립.
아이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고, 엄마도 세상에 맞춰 성장해야 할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