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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린 May 14. 2022

사모님이 좀 강압적인 것 같아요.

군인, 군악대장 가족입니다만

“사모님이 좀 강압적으로 식사자리에 나오도록 말한 것 같아요.”     


아, 그렇게 보일 수도 있구나. 의도치 않게 오해를 만든 순간. 내가 뱉는 언어가 누군가에게는 강압적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어 책임감을 느낀다. 앞뒤를 배제한 채 목적 달성의 대화는 누군가에게 부담을 안겨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종교 활동 내 우리 구역 전 식구들의 저녁 식사 자리를 만든다고 한다. 정해진 목요일 7시에는 모임이 있었고 금요일 7시로 옮기기로 했다. 단체 카톡 방에 있는 사람들 모두 된다고 대답했으나 등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한 가정이 답변이 없다. 그 가정은 군악 소속 가족이었기에 구역장님은 나에게 의견을 한 번 물어봐 달라고 했다.     

 

“안녕하세요. 쉬실 텐데 죄송해요. 혹시 구역 전체 식사 모임에 가족 모두 시간이 되실까요?”

“티 모임 상황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하, 구역 식사라고 하면 날짜 옮기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거예요.”

“한 번 상의해 보고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 저도 바로 연락을 다시 해 드려야 하는 상황이라서요;;;;;;ㅜ. 별일 없으시면 함께 저녁 드시는 건 어떠세요?”

“알겠습니다.”     


나 역시 바로 구역장님께 답신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다른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 모두 모이는 것에 의의가 있었기에 함께 저녁 식사하는 것쯤은 괜찮겠지 했다. 곧바로 회신해야 된다는 생각만 앞서 전화 통화한 상대가 돌려서 하는 거절이라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당신 꼭 나와야 하는 자리입니다 하는 강요가 아니었다. 이런 자리가 있으니 함께 하시면 어떨까요 라는 권유였다. 그렇다면 내 입으로 뱉는 문구 역시 권유형이었어야 했다. 상대방은 남편의 입장을 생각해 쉽게 거절하지 못했으니 강압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미처 생각지 못했던 일이지만 오해가 생길 수밖에 없었던 것이 미안하다.      


함께 하자는 것은 나의 의견이다. 상대방 의견이 어떤지는 한 번 더 물었어야 했다. 그리고 분명한 건. 명령이 있다면 들어야 하는 군이라는 상황에서는 제안에 있어서 더욱 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같이 위아래 직속 관계 같은 경우에는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내뱉는 나의 말이 원치 않게 상대방에겐 반드시 들어야 한다는 강압적인 의미로 전달될 수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     


나 또한 그렇다. 내가 정말 원해서 하는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에 의해 억지로 하는 것인가. 군대 안에서의 종교란 군 특유의 분위기로 어떤 의견 하나가 떨어지면 그것은 곧장 수행해져야 하고 반드시 되어야 하는 일로 간주된다. 꼭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좀 더 들여다보면 그것도 각자가 놓인 위치에서 일을 잘 해내고 싶은 마음에 벌어진다. 명령하면 무조건 들어야 한다는 게 처음에는 죽도록 싫었는데 이제는 이해가 되는 일로 누그러졌다. 남편 직업 관련된 사람들은 권력이고 아니고 간에 조심스럽다. 통화한 상대방 역시 제안이 쉽지 않았던 건 아닐까, 내가 그랬듯이.





계급 문화와 특유의 환경이 내포되어 있는 군인가족 지점에서

개인성이 강한 내가

더불어 살아가며 성장하는 일상을 담습니다.

보편성과 개인성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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