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내향성이 강한 사람이다. 친구가 없다기 보단, 혼자 하는 일에서 재미를 찾는 편이라고 해야 할까. 즐기는 취미들도, 글쓰기, 책 읽기, 사진 찍기, 음악 등 대부분 집을 나가지 않거나 혼자서 무한히 놀 수 있는 것들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최고는 단연 '외국어 배우기'이다. 외국어만큼 내향인에게 딱 맞는 취미는 없다고 생각한다.
의아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언어라는 게 애초에 소통을 위해서 배우는 것이고, 그렇다면 당연히 외향적이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사람들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물론 맞는 말이다. 언어를 이미 잘하는 사람이라면 외향적인 게 득이 될 수도 있다. 친구를 만들거나 자신을 표현하는데 더욱 자유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어를 '잘하게' 되는 데 있어 외향성은 방해가 되기도 한다.
언어를 배우고 갈고닦는다는 게 사실 꽤 고독한 일이다. 당장 원어민과 어울리며 친구가 되고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을 꿈꾸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누군가를 만나고 이야기하는 시간의 몇 배를 듣고 공부하고 이해하는데 소비해야만 하는 것인데, 당장 사람들과 어울리며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를 인내하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 거주하는 교환 학생들 중 내성적인 성향의 친구들이 공부에 시간을 더 투자하고 혼자 한국 드라마를 보는 동안, 외향적인 친구들은 영어를 쓰는 다른 국제 학생 친구들을 만나 어울린다고 생각해 보자. 모두 한국에서 일 년을 생활했지만 전자는 한국어 실력이 는 반면 후자는 한국에 있어도 100% 영어만 쓰다가 돌아가게 된다.
물론 이 것은 극단적인 예시일 뿐 모두에게 해당하는 일은 아니지만 외향성이 때로는 타인에 대한 의존성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 외국어를 익히기 위해서라면, 고독한 자신과의 싸움이 필연적이다. 내 성향이 어떻든 간에 길고 외로운 시간을 버텨낼 준비와 마음가짐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사실 언어 학습이란 건 끝이 없는 여정과 같다. 시간도 아주 오래 걸리고, 이미 많은 시간을 투자했어도 '아직 멀었구나' 느끼는 순간이 언제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언어의 '무한성'은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사진을 취미로 시작했다고 생각해 보자, 점점 더 비싼 장비에 욕심이 생기고 더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여행을 떠나고 싶은 욕구가 드는 게 당연할 텐데, 돈과 시간은 무한하지 않다. 다른 취미들도 마찬가지다. 악기를 배운다면 더 비싼 악기와 장소 대여, 게임을 좋아한다면 더욱 좋은 사양의 콘솔이나 컴퓨터, 스키나 골프 같은 스포츠들은 말할 것도 없다. 반면에 외국어를 배우는 건, 요즘 같은 시대에는 와이파이만 있으면 충분하다.
집을 나가거나 많은 사람을 만나는 걸 선호하지 않는 나에게 외국어는 최고의 취미였다. 끝이 없다는 게, 평생을 즐길 수 있을뿐더러 뇌의 기능까지 향상해 준다. 이걸 단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적어도 친구를 만들 수 있는 수준까지 외국어는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본다. 드라마나 유튜브를 보면서 단어를 정리하고 배운 단어와 문법을 복습하며 배우들의 말투를 흉내 내 따라 하던 시간들이 현재의 나를 만들어준 99%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 들리던 대사들이 자막 없이도 들리기 시작할 때의 성취감과 쾌감, 그것은 말로 표현이 불가능하다.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늘 강조하는 말이 있다. 이 여정의 95%는 '듣는 것'에서 결정이 난다고. 듣기가 선행하지 않는다면 말하기는 없다. 누구도 자신이 듣는 것 이상을 말하는 사람은 없다. 비단 언어 학습뿐 아니라,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의 말만 내뱉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그 사람과 멀리하고 싶어진다. 설득을 하거나 토론을 할 때도 경청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마치 가드를 올리지 않고 무작정 주먹만 내지르는 복서처럼 우리는 매 경기 지게 될 것이다.
당연히 내외향성과 타인의 말을 잘 듣는 것은 그다지 관련이 없어 보인다. 강조하고 싶은 건 오롯이 경청하는 자세뿐이다. 인내심을 갖고 많이 들으면서 터득한 것을 조금씩 내뱉기 시작한다면 빠르던 늦던 우리는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게 된다. 많이, 그리고 잘 듣는 것이 최고의 생존 전략이다.
정리하자면, 새로운 단어의 습득, 자연스러운 발음을 터득, 복잡한 문법 구조에 익숙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모두 듣기의 과정에서 얻어진다. 만약 자신이 말이 없고 먼저 나서지 않는 성향이라면 언어를 배우기에 타고난 성질을 갖고 있다고 보면 된다. 물론, 외향인이라도 앞서 강조한 것들에 신경을 쓴다면 누구든 배우는데 지장은 없다. 애초에 외향이니 내향이니 한 성향만 타고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다만 외향적 특성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 내향인들에게 작은 위로를 전하고 싶었을 뿐이다. 우리에게도 우리만의 강점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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