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를 배우기에 가장 좋은 나이?

by 오토히

나이가 드니까 언어를 배우기 너무 어려워요

흔히들 나이가 많으면 새로운 언어를 배우기 힘들어진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2세부터 사춘기까지가 모어 습득에 아주 중요한 시기이고 그걸 놓치면 모국어 수준으로 언어를 익힐 수 없다는 결정적 시기 가설이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많은 사람들이 이른 나이부터 영어 유치원에 아이들을 보내는 등 조기교육에 힘쓰는 이유도 비슷한 관점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당 가설은 50년도 전에 발표되었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당장 한국만 해도 TV에 외국인들이 원어민처럼 한국어를 구사하는 걸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다. 결정적 시기가 맞는 가설이라면 성인이 되어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타일러 같은 미국인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인터넷의 발달로 외국어 접근성이 말도 안 되게 쉬워진 현대에는 받아들여지기 힘든 구시대적 가설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여전히 우리가 외국어를 배울 시기를 놓쳤다고 믿는 걸까?




외국어 습득을 방해하는 요인은 여러 가지다. 공부할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 사람도 있고, 학원을 등록하거나 레슨을 받을 여유가 없는 사람도 있으며, 반짝 열심히 하다가 작심삼일을 반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의지'나 '노력'으로 퉁칠 수 있는 앞의 장애물들에 비해 그럴 수 없는 매력적인 핑계가 있으니 그게 바로 '나이'다. 머리를 다시 젊어지게 만들 수 없으니, 나이가 많아 언어를 배울 수 없다고 말하면 사실 그만한 핑계가 없다.


오해하지 마시길, 나 또한 같은 핑계를 대던 사람 중 하나고 언어 학습에 있어 나이가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믿는 사람도 아니다. 실제로 한국어 학생들 중 나이가 아주 많은 학생들은 확실히 암기력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는 생각보다 학습에서 중요한 요인이 아니었다. 경험상, 삼사십 대 학생들은 이십 대에 비해 크게 암기력이 떨어지지 않았고, 십 대 학생들보다 훨씬 빠르게 배우는 칠십 대 학생도 있었다. 한국어를 오래 가르칠수록 점점 더 나이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인상을 받게 된 것이다.

낭만을 잊지 않는다면 언제나 청춘이 아닐까, Photo by OTOHEE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어떤 특징이 빠르고 성공적인 학습자와 그렇지 못한 이들로 나눴을까? 크게 두 가지로 보는데 하나는 목표 언어에 대한 관심도이고 다른 하나는 이전 외국어 학습 경험이다. 목표 언어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면 자신을 언어에 노출시킬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한국 드라마를 너무 좋아해서 대사를 외울 지경이었던 40대 주부 학생은 누구보다 빠르게 한국어를 습득해서 불과 이년만에 프리토킹이 가능한 실력에 이르렀다. 반대로 한국 문화에 아무런 관심이 없지만 아내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배우기 시작한 학생은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결정적 요인은 이전 외국어 습득 경험이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옛말에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먹는다'라고 했다. 이미 경험을 통한 노하우가 있고, 뇌가 학습에 맞게 튜닝된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쉽게 외국어를 익히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이미 테니스를 칠 줄 아는 사람이 배드민턴이나 탁구, 골프 등을 배우는 것과 같다. 비슷한 원리와 패턴을 공유하기 때문에 훨씬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극단적인 예시로, 일본에서 출생한 프랑스 외교관 아버지를 둔 학생이 있는데 어릴 때부터 일본어, 프랑스어, 영어에 노출된 환경에서 자랐다. 70세인 현재는 한국어와 베트남어를 배우고 있는데, 스스로가 언어 학습에 중독됐다고 말하며 배우는 속도도 매우 빠른 편이다. 5개 국어를 자유롭게 하는 것으로 모자라 십 대, 이십 대보다 나은 암기, 응용력을 보이는 건 평생에 걸친 노력과 적응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나이는 더 이상 우리의 핑계 목록에 설 자리가 없다. 배우고 싶은 언어에 더욱 관심을 갖고 애정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외국어 학습을 평생의 동반자로 맞이할 준비만 되어 있다면 준비는 끝난 것이다. 안타깝지만 이 여정의 끝은 없다. '육 개월 안에 영어 마스터'와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우울할 필요는 없다. 외국어 학습이 노화를 늦춘다는 연구도 있지 않은가? 세수하고 피부 관리 하듯 우리 모두 저속노화를 위해 외국어를 공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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