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한상차림, 나를 키워내는 소울푸드

서투른 엄마를 키워낸 달콤한 순간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길

by 김오뚝

매서운 겨울이 지나고 한창 봄기운이 만연하던 어느 날, 동이 떠오르던 새벽녘에 나는 처음으로 ’ 작가‘가 되었다.

지금은 해가 떠오르는 시간에 맞추어 일어나는 것도 애써야 하는 생경한 일이 되었지만, 5년 전에는 부러 노력하지 않아도 매일같이 반복해 오던 익숙한 풍경이었다.

태어난 지 100일도 채 되지 않은 아이를 막 재우고 나서 침대 대신 부엌 식탁에 자리를 잡았다. 다음 수유시간 까지는 그래도 1시간 반에서 2시간은 벌 수 있을 거 같았다. 어차피 침대에 가더라도 모자란 잠을 채울 수가 없으니, 그럴 바에야 책 한 장이라도 넘기고, 한 줄이라도 끄적이는 게 낫겠다 싶어 한 번씩 혼자 앉아 나를 다독이던 시간을 만들어내고 있을 때였다. 1-2시간 간격으로 찾아오는 수유시간에 맞추느라 늘 잠이 부족해서 무엇보다 잠이 고팠던 나였지만, 그보다도 순간순간 부서져 가는 것 같은 나를 붙잡아 두는 데는 기록하고 써 내려가는 일이 더 필요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나를 지켜내는 방법으로 몇 줄의 글과 몇 페이지들의 책으로 연명하고 있던 때에, 본격적으로 나를 키워낼 제대로 된 한상차림, 브런치를 발견했다.


그렇게나 기다렸던 아이가 찾아와 준 것만으로도 날아갈 것 같은 날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아이를 품고 세상에 내보내기까지 우여곡절이 많던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모두 거쳐 드디어 행복한 엄마로 아이를 만나기만 하면 될 줄 았았는데, 엄마라는 이름의 무게가 이렇게나 컸다는 걸 미처 몰랐다. 나의 엄마도 해왔던 일이고 엄마의 엄마도 해오신 일이니, 나 역시도 엄마의 무게를 기쁨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 무게에 눌려 마치 나라는 존재가 그저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에게 수유를 하다가 갑자기 속절없이 후드득 떨어지는 눈물이 도저히 멈춰지지 않던 날, 갑자기 퍼뜩 정신이 들었다. 엄마로서의 나도, 나 스스로의 나도 모두 지켜내야겠다 싶었다. 지금 생각하면 출산 후에 겪는 산후 우울증 증세였나 싶은데 그날 이후로 더더욱 필사적으로 책을 읽고, 기록을 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 엄마가 쓰는 엄마 이야기‘라는 주제로 기획안을 냈던 기억이 나는데 이렇게 작가의 꿈을 키워주려고 엄마가 되는 과정을 조금 더 유난스럽게 겪었나 싶은 생각도 든다. 모든 일은 이유가 있어서 일어난다는 말이 여기에도 해당이 되는 걸까.


나는 사실 내가 지금은 그렇게나 꿈꾸어 마지않는 ‘작가’를 꿈꾸는 사람이었다는 사실도 잘 몰랐다. 그저 일상을, 생각을 기록하는 일을, 친구들에게 때마다 시마다 카드며 엽서며 적어서 마음을 전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또 그렇게 믿을 뻔도 했다. 우연히 발견한 브런치에서 글을 쓰기 위해서는 ’ 작가‘로 선정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한번 도전해 보자 시작한 일이었다. 주변에서 들어보니, 한 번에 작가로 선정되는 일도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다행히 운이 좋게 두 번째 시도에 선정이 되었을 때에도, 플랫폼에 글을 연재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뻤을 뿐 그때만 해도 나와 작가는 너무나 먼 이야기인 것 같았다. 그보다도, 그저 글을 연재하고 나와 같이 글을 연재하는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보고, 또 영감을 받고 어떤 글을 또 써볼까 새벽이나 한밤중이라도 잠시라도 짬이 나면 어김없이 글감을 찾고 몇 줄이라도 글을 써 내려가는데 그 시간이 정말 참 달았다. 그렇게 틈틈이, 적어둔 글들을 하나로 엮어 발행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내가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 일면식도 없는 분들이 나의 글을 읽어주고, 또 가장 가까웠지만 어쩌면 가장 몰랐던 엄마, 동생 그리고 남편 모두가 글을 잘 읽었노라고 응원의 한마디를 해줄 때면 그렇게나 신도 났다.‘우리 딸이 이렇게 글을 잘 쓰는지 몰랐다 ‘고 이야기하는 엄마와 한 번씩 ’ 여보는 참 글을 잘 쓴다 ‘고 이야기해주는 남편의 한마디에 내가 쓰는 글이 누군가의 마음을 두드릴 수 있다면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다. 그렇게 작가의 꿈이 어느새 마음에 자리 잡은 그 사이에 신기하게 엄마라는 이름의 무게도 점점 더 익숙해졌다.


그렇게 이제는 ‘작가’가 꿈을 꾸게 된 나는 오히려 작가라는 꿈을 꾸고난 뒤로는 점점 더 글을 써내려 가는 순간에는 여러 가지 생각에 글쓰기가 더 어려워진다. 내가 쓰는 이야기가혹여나 너무 개인적인 호소나 하소연이 되지는 않을까, 내가 했던 경험이 읽는 사람에게 과연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어떤 걸 더 나눌 수 있을까,. 그런데 그렇게 또 생각을 하다 보니 오히려 더 글을 쓰는 게 점점 더 어렵게 느껴지고 그 핑계로 적어두고 발행하지 못한 글이 여러 해 쌓여있었다. 처음 작가로서의 꿈을 꾸게 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이 글을 쓰는 지금, 다시 한번 나에게 되뇐다. 무겁게 나를 짓누르는 마음도 한 문장씩 적어 내려 가며 가벼워졌듯 너무 힘주지 말고 그저 나의 꿈을 향해 가기 위한 한 발짝을 떼는 과정의 달콤함을 즐기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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