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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오뚝 Jul 26. 2020

오복(五福)을 찾아서  Part.1

어디서 찾죠?  그중에서도 귀하다는 이모님 복

절대로 쉬우리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그렇게 어려울까 라고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다. 여기저기 찾으면 당연히 좋은 분이 있겠지라는 다소 안일한(?) 생각으로 크게 걱정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막상 복직을 앞두고 아이를 봐줄 분을 찾게 되니 모든 인생사가 그렇듯 참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당연히 사람 써야지


일을 계속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아이가 들어서기 전부터도 나중에 아이는 누가 봐주냐는 질문에 너무나도 쿨하게 대답하던 나였다. 다른 고민은 안 쿨하게 그렇게 씹고 뜯고 맛보고 하면서 이건 왜 이리 쿨했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물론 여건만 된다면 부모님께서 맡아주시는 것이 제일 좋다는 건 알고 있지만, 일단 그 여건이 안 되는 상황이니 그 옵션은 차치하고 생각했다. 양가 모두 왕복 2-3 시간 걸릴 만큼 멀리 계셔서 맡길 수도 없었지만, 애초부터 부탁 드릴 생각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주변에서 친정엄마가 같이 사시면서 아이를 봐주다가 사위와 사이가 틀어졌다는 이야기, 친정엄마가 말 그대로 골병이 드셔서 병원을 매일 드나드신다는 이야기, 평소 외향적이셨던 부모님이 내내 집에서 아이를 봐주시다 우울감에 힘들어하신다는 이야기 등등 각종 이야기를 익히 들어온 터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지금까지 고생한 엄마를 또 고생시키고 싶지 않았다. 가뜩이나 지금까지 일주일에 몇 번씩 그 먼길을 오셔서 몸조리하는 나와 갓난쟁이 손자를 봐주신 엄마에게, 그렇게 수십 년을 써오신 허리며 어깨며 남아나질 않는 엄마에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디 계신가요, 이모님


그렇게 그저 어떻게든 구해지겠지 라고 자기 최면을 걸고 있던 중 시간은 흘러 흘러 어느덧 복직이 두 달 남짓 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한 달 반쯤 남았을 때 본격적인 고민을 시작했다. 이럴 때 쓰는 말이 '생각과는 달리'라는 말이려나, 복직 전에 그래도 최소 2-3주는 아이도 나도 적응해야 하니 한 달 반 전쯤 구인을 하면 되겠지라고 대충 그려놓긴 했는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지역 맘 카페에 검색도 해보고 다른 맘 카페에 글도 올려보려는데 어떤 기준을 가지고 구인을 해야 하는지, 그야말로 뭣이 중한지 당최 확 와 닿지가 않았다.


가장 좋은 게 주변에서 소개받는 거라고 듣긴 했는데, 비슷한 시기에 출산을 한 친구들도 주변에 없고, 조리원 동기 중에 가장 먼저 복직을 하는 나로서는 그 '주변'이 없었다. 황망한 마음에 지역맘 카페에 글도 올려봤지만 나와 같은 분들만 많았는지 조회수만 올라가고 답글은 계속 0이었다. 그러다 유명한 맘 카페 지역방에서 좋으신 이모님을 소개해주신다는 분에게 쪽지를 보내 연락처를 얻어 첫 번째 면접 일정을 잡았다. 올레-.


그런데, 한 분만 면접을 볼수는 없고. 그러고 나서 또 어떻게 해야 할지 참 막막했다. 그렇게 망망대해에서 헤매던 나에게 그래도 남은 동아줄이 있었으니, 출산 휴가만 쓰고 복직한 친구의 경험이었다. 친구 찬스를 써서 '단디 헬퍼'와 몇몇 소개소 이름을 구했고 거기에 조리원 동기 언니에게 귀동냥으로 전해 들은 '시터넷' 이란 사이트를 합쳐 구인을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저 구인하면 나의 마음을 잘 알아주시면서 아이도 잘 돌봐 주시는 이모님을 만나게 될 거라는 생각에 들떠있기까지 했다. 순진하기도 하지.


5개월 아이 사랑으로 봐주실 분 구합니다^^


처음 내가 썼던 구인 글 제목이다. 구인 사이트에 정해진 포맷으로 근무 여건이나 급여 수준 등을 이미 선택했기 때문에 글을 올릴 때 나는 그저 하고 싶은 말을 간단히 적으면 되는 줄 알았다. 다른 건 돌다리 두드리듯 두들겨보는 스타일인데, 왜 이모님 구인을 이렇게 어설펐는지 모르겠다. 막연히 '좋은 분'에 대한 기대 때문일까, 따뜻한 느낌으로 글을 올리면 따뜻한 분이 오실 거란 생각을 했던 건지, 다른 구인 글 몇 번만 클릭해 보면 알았을 텐데 시간이 좀 흐르고 나서야 내 기준에 똑소리 나보이는 성동구 어느 분의 구인 글을 벤치마킹해서 근무여건, 근무시간, 원하는 조건, 필요서류 등을 나열해서 다시 글을 올렸다.


그렇게 글을 올리고 나면 바로 연락이 쇄도할 줄 알았는데 수많은 구인 글 속에 파묻히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가 주로 사용했던 사이트에서는 글을 올릴 때 유료 결제를 하면 글자에 컬러를 입혀주거나, 반짝이는 효과를 준다거나, 얼마간의 기간 동안 상단에 글을 고정시켜주는 등의 VIP 서비스가 있었는데 그래서 처음엔 컬러만 (몇천 원), 그다음엔 반짝이 (몇천 원), 그리고 나중에는 결국 고정 서비스 (몇만 원)까지 결제하면서 조회수를 올렸다. 이럴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몇만 원 먼저 투자했으면 자잘한 비용은 오히려 아낄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나중에 재 공고를 올릴 때는 지체 없이 이 방법을 썼다.




소개소는 절대 연락 주지 마세요

다른 사람들의 공고를 보면 마지막에 '사절'이라고 까지 하면서 소개소 연락을 거부하는 글들이 꽤 됐었다. 처음엔 사실 '소개소'에서 연락이 올 거라는 생각 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는데 나중에 소개소 중개비가 이모님 첫 월급의 10-20%까지 된다는 걸 보고는 그래서 그랬던구나 라고 깨우(?) 쳤다.


뒤늦게 나는 사절까지는 아니더라도 소개소는 소개료 10%만 연락 달라는 문구를 집어넣긴 했지만 공고를 올리고 며칠 지난 후라 큰 영향은 없었던 것 같다. 이미 소개소 소장님들의 연락은 다 받은 뒤였으니까. 그 뒤로 재공고를 내게 되었을 때 보니 10%라고 해두었음에도 20%라고 말씀하시는 소개소 소장님도 연락을 주시긴 했다.


연락을 받은 곳을 추려보니 소개료는 10%,15%,20% 이렇게 세 가지로 나눠져 있었다.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해서 구인을 대신해주시는 것이니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은 맞긴 하지만 성심을 다해 주시는 업체도, 또 연결하고 수수료만 받고 나 몰라라 하는 곳도 있다고  하고 저마다 경험도 다르다 보니 처음부터 소개소 소장님들의 연락을 받고 싶지 않은 분들은 그냥 아예 '사절'이라고 적어두면 그래도 빗발치는 문자를 보고 연락하느라 쓰는데 드는 소중한 내 시간을 아끼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긴 하다.

 

글을 올린 사이트 중 한 곳에서  처음으로 받은 연락이 '소개소'라고 소개하신 분이 보내신 조선족 이모의 프로필이었다. 처음에는 수수료가 어느 정도인지도 몰랐고, 그저 개인적으로 연락하시는 분들만 볼 생각이라 답하지 않고 두었다. 그 당시만 해도 입주 이모님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민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소개소 업체 아니라도 이미 좋은 이모님을 구한 친구처럼 막연히 좋은 분을 모실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한나절쯤 흘렀을 까,  주말이 껴서 그랬는지 개인적으로도 문자가 많이 들어와서 소개소 말고 개인적으로 활동하시는 분들로 면접을 보려고 계획했다. 그런데 웬걸, 구인 글에 자기소개와 경력을 적어서 연락 주십사 적어 두었는데 '아직 구하나요' '시터넷 보고 연락드립니다' '**년생 아이 좋아합니다. 연락 주세요' 등등 밤 10시고 12시고 여러 문자를 받다 보니 솔직히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연락하는 도중에 채용이 되셨다는 분도 있고, 공고내용을 제대로 보지 않고 지원하셔서 통화 중에 정리되는(?) 경우도 있고 기타 등등 일일이 체크하면서 답변을 드리고 면접 일정을 잡기까지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다. 하긴, 아무 노력 없이 좋은 분을 찾겠다는 생각 자체도 어리석긴 했지만 그래서 부랴부랴 휴대폰 끝번호를 적어, 사시는 지역, 경력, 전화통화 당시 느낌(?)등을 정리해서 노트에 적어두었다.  


그러고 나자 다시 보인 A 소개소 문자. 다른 곳들도 소개 문자를 받기는 했지만 A소개소는 사진부터 경력, 성향 등 한눈에 보기 좋게 깔끔하게 정리해주셔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연락을 드려봤다. 안타깝게도 그 이모님은 이미 연결이 되어서 다른 이모님을 소개해주시겠다고 하셔서 흔쾌히 수락했는데, 다른 분 프로필을 넣어주시면서 보내신 안내 문자는 무시무시하게도 첫 월급의 20%를 수수료를 받는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제 복직하면서 이모님 월급으로 다달이 얼마 정도 나가겠다고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기준 예상치 못한 목돈이 또 들어간다 생각하니 아무래도 망설여지긴 했다. 그래도 우선, 면접은 많이 보는 게 좋다고 하니 면접 일정을 조율해서 소개해주신 분을 뵙기로 했다.




얼마나 봬야 하나요 이모님,

그렇게 주말이 지나고 3일간 총 6분의 면접 일정을 잡게 되었다. 6명이 된 건, 우선 아까 말한 그 친구가 6분 중에 1분을 채용하게 되었다고 해서, 최소 6분은 보아야겠다고 생각해서 만들어진(?) 숫자였는데 뒤늦게 검색하다 보니 그저 마음에 드는 분이 나타날 때까지 계속 봐야 한다는 게 중론 같았다. 그리고 그 말이 맞다. 다음 편에 따로 기술 하긴 하겠지만 많은 분 보다 첫째로 아이를 좋아하시고 나와 맞는 분을 찾으면 사실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분을 만나는지가 훨씬 중요하고, 그런 분을 만나기 위한 경우의 수를 늘리기 위해 면접을 많이 보는 거기도 하니까.


면접 시간을 잡으려고 연락을 드려보면 주로 구직을 하시는 이모님들이 일을 하고 계셨기에 낮시간엔 잡을 수가 없었다. 일하시는 중에 다음 집을 찾고 계신 경우가 많아 퇴근하고 면접에 오시려면 거의 7-8시가 되셨다. 그 시간이 지나면 아이가 막수 후에 자야 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더 늦게는 면접을 잡을 수가 없어서, 그나마도 시간을 쪼개서 하루에 2-3분으로 시간을 맞췄다. 또 한 면접당 30분 정도로 잡고 뒤에 오시는 분이랑 겹치지 않게 하려면 1시간 정도 텀을 두어야 했다. 또 왠지 혼자 보는 것보다는 남편이나 다른 사람이 같이 있는 게 신뢰도(?)가 높을 것 같아 그 시간까지 맞추려니 하루에 뵐 수 있는 분도 한정적이긴 했다. 처음엔 당최 면접을 몇 분 정도 잡아야 하는지 뭘 여쭤봐야 하는지 뭘 봐야 하는지도 모르고 무턱대고 내 '느낌'을 믿기로 했는데 '느낌'믿다 큰 코를 다친 이후로는 뭘 봐야 하는지 더 잘 보인 것 같다.


이모님 복이 오복 (五福) 중에 하나라면서요

 

조리원에서 옆 옆방을 쓰던 둘째 엄마한테 처음 들었던 이야기다. 그 전에는 막연히 사람 찾는 게 쉽지는 않지 라고 생각만 했었는데 막상 내가 그 당사자가 되니 우스갯소리로 넘겼던 그 말이 마음에 박힌다. 시간이 지날수록 신기하게 더 이쁘고 사랑스러운 아이를 두고 일을 하러 나갈 일도 심란한데, 이런 아이를 믿고 맡길 만한 분을 시의 적절하게 찾는 일이 복이 아니면 무엇이 복이겠는가.


면접을 보다 보니, 그분들도 나름 동시다발적으로 면접을 진행하시고 계시는 경우가 많아서 내가 괜찮다 생각하고 망설이다 다른 집으로 채용이 결정되시는 분도 있고, 더 많이 보는 것보다 괜찮으신 분 같으면 바로 채용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나도 그렇게 채용을 결정하게 되었다. 더구나 친정엄마도 함께 봤던 분이라 더 믿음이 갔던 그분으로 말이다.


그렇게 나도 오복을 찾았다!라고 외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어찌 된 일인지 나는 다시 오복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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