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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오뚝 Jul 28. 2020

오복(五福)을 찾아서  Part.2

이모인듯 이모인듯 이모 아닌 이모님


이모: 어머니의 여자 형제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네이버 사전


이모님,

3N 년을 살아오면서 이렇게 까지 이모를 많이 찾았던 때가 있었나 싶다. 나에게 진짜 엄마의 여자 형제인 '이모'는 한 분 계신데, 그 '이모'마저도 '이모!'라고 불렀지 '이모님'이라고 불렀던 적은 없다. 나는 식당에서도 '이모'라는 호칭을 많이 쓰지 않는 편이었다. 우리 이모가 아닌 분에게 이모라고 부르는 게 어쩐지 어색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아마 출산 무렵이었던 것 같다. 급격하게 내 일상용어에 '이모님'이라는 비중이 꽤 크게 자리 잡게 된 것이 말이다.


이모님은 언제부터 이모님이셨을까? 베이비 시터가 아니더라도 출산 후에 정부지원으로 오셨던 산후관리사님도 호칭은'이모님'으로 자연스럽게 통일되었고, 구인 글을 올릴 때에도 '호칭'란에 이모님/선생님 중에 '이모님'으로 표기해 두신 분도 더 많았던 것 같다. 이 글을 적으면서 혹시나 나와 같은 궁금증을 가진 사람이 있을까 싶어 검색을 해봤더니 아래와 같은 기사가 나왔다. 내가 어렴풋이 생각했던 것과 얼추 맞아떨어졌다.


http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06/2019120602519.html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어머니의 여자 형제를 이르거나 부르는 외에 이모라는 호칭을 쓰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 엄마들 역시 아이를 맡기는 입장으로 '이모님'이라고 하게 되면 아이가 진짜 '이모'와 혼동될 수 있어 고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모'도 아니고 '숙모'도 아니고 '이모님'이라 칭하는 것은, '고모'나 '숙모'보다는 더 가깝게 느껴지는 '이모'라는 호칭을 통해 우리 아이를 '친조카'처럼 봐달라는 마음이 녹아있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하긴, 나부터도 원하시는 대로 호칭을 해드렸는데 아무래도 느낌상 '선생님'이라고 할 때 보다 '이모님'이 더 가깝게 느껴졌던 것 같기는 하다.


 처음 뵙는 분을 지극히 사적인 나의 공간, 우리집에 함께 하게 되면서 나부터도 그 괴리감을 '이모'라는 호칭으로 조금은 상쇄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 나의, 엄마들의 염원을 따라 진짜 '이모'님처럼 해주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귀하디 귀하다는 '이모님' 복인 걸까.



드디어, 면접

맘 카페에서 소개받은 1분,  소개소를 통해 오시는 분 2분, 그리고 구인 사이트에서 3분 이렇게 총 6분으로 추려서 면접을 시작했다. 앞서 1편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모두가 다 일을 하시고 계신 상태여서 저녁 6시 반~8시 정도까지 1시간씩 텀을 두고 하루에 2-3분씩 면접을 시작했다.


전 회사에서 같이 일할 프로젝트 번역사 1명을 뽑기 위해 상당히 지난한 과정을 겪었던 것이 떠올랐지만, 그건 회사일이고 지금은 내 아이를 돌봐주실 '좋으신 이모님'을 1분 만나는 자리니까 나의 눈과 마음이 자연스레 그분을 알아보리라는 다소 안일한 생각을 하고 면접을 준비했다. 다시 말하지만 돌다리도 두들겨보는 스타일인데 왜 이모님 면접은 그냥 잘 되리라고 막연히 생각했는지 아직도 미스터리이다.


이렇게 저렇게 시간을 짜 맞추어 면접 일정을 통보하고 부랴부랴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블로그도 뒤져보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면서 순서도 익히고 짧은 시간에 그래도 약간의 준비는 했었다. 차라리 일로 면접을 보면 대놓고 노트필기도 하고 채점표도 만들었을 텐데, 이건 그렇게 할 수가 없으니 오로지 내가 생각하는 순서에 맞게 해야 할 질문들을 하고 또 그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셨는지도 잘 기억해야 했다. 면접이 끝나자마자 느낌 같은걸 적어두긴 했는데,  다시 이렇게 여러분을 보게 된다면, 엑셀 표라도 미리 만들어두고 면접 후에 간단히 메모하는 식으로 하면 나중에 덜 헷갈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질문을 드려야 할까

어쨌든 내 아이를 하루 종일 대신 키워주실 분을 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래 3가지는 공통질문으로 드렸다.

이외에 근무시간, 근무 일정 등은 개개인의 사정마다 다르기에 그때그때 맞춰서 달라질 수는 있지만 다른 건 몰라도 아래는 꼭 여쭤봐야 하는 질문이다.


1) 같은 월령의 아이를 보신 적이 있는지,

2) 경력은 어느 정도 되셨는지와 전에 계시던 가정의 연락처를 주실 수 있는지

3) 베이비 시터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지


1)과 2)는 우선 말 그대로 경력이 우리 아이를 봐주시기에 적합하신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특히 전 가정의 연락처는 꼭 내가 연락을 해보지 않더라도,  흔쾌히 주신다는 분이 있는가 하면 그 집에서 싫어한다고 거절하시는 분도 계시다. 이 경우는 전 집과 좋지 않게 헤어진(?) 경우라 그럴 수 있다고 하니 레퍼런스 체크 겸 연락처도 받아보고 직접 연락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3)의 경우는 가장 좋은 게 '아이를 좋아하시는지'를 가늠해 보기 위한 질문이라고 해서 넣었다. 주변에서 듣기로 나도 내 자식 보기가 힘들 때가 있는데, 아이를 예뻐하지 않으면 이 일을 하시기 어려우니 꼭 이 점을 잘 보라고 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험 많은 이모님들은 아이가 이뻐서 시작하셨다고 하시는 반면 '돈 벌려고'시작하셨다는 현실적인 답변을 해주시는 분도 계셨다. 이렇게 대답해주신 분이 면접 때 2분 정도 계셨는데 모두 경력이 짧은 분이셨다.


이밖에도 점심은 어떻게 하시는지, 아이 낮잠시간에 어떻게 하시는지, 연장근무가 가능하신지 등의 질문을 드렸고 밝은 인상이신지 웃음이 많으신 분인지도 보려고 애썼던 것 같다.


면접은 나만 보는 게 아니다.


얼추 이렇게 면접을 치르고 나니, 소개소를 통해서 오신 분 한분, 그리고 구인 글을 보시고 오신 한분 이렇게 두 분으로 추려졌다. 마음 같아서는 다만 며칠이라도 고민을 해보고 싶었는데 면접은 나만 보는 게 아니었다. 우리 집에 지원하신 분들도 구직 중이시기 때문에 당연히 다른 집에도 면접을 보러 다니고 계신 상태였다. 따라서 A소개소 소장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괜찮은 이모님이 계시면 꽉 잡아야 한다'는 말이 맞긴 했다.


소개소에서 오신 분이 제일 마음에 남긴 했는데, 아무래도 20%라는 무시 못할 금액 때문에 망설이게 됐다. 그러던 중 구인 사이트에서 보시고 오신 B이모님 면접도 보게 되었는데 '알아서 잘해주신다'는 말씀에 털털하시고 아이를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 두 분 중에 어떤 분으로 할지 많이 고민이 되었다.


소개소 수수료가 비싸긴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검증된 분을 보내주시는 것 같고, 추후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업체 측에 얘기하는 게 더 편하기는 할 것 같았다.


개인으로 오신 B 이모님은 전집 연락처도 흔쾌히 주신다고는 했지만 그것 말고는 전혀 모르는 분을 집으로 모시는 거라 또 나름의 고민이 되긴 했다. 장고 끝에, 악수를 둔다고 했던가 ㅎㅎ 그때는 몰랐지만 두 분을 두고 고민하는 하루 사이에 소개소를 통해 오신 분은 다른 가정으로 바로 채용이 되셨다는 소식을 듣고 그렇게 털털하고 소탈해 보이셨던 B 이모님을 믿어보자 싶어 그분으로 결정을 했다.


왜,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지

이모님을 바꾼다는 얘기는 다른 집 얘긴 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처음부터 나는 교체나 재 구인은 염두에도 두지 않았었는데 이모님 복은 그렇게 쉽게 찾아오지 않는가 보다. 그래서 다시 한번 오복 중에도 귀한 복이라고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잘한 일들도 많았지만 가장 큰 사건(?)은 출근 둘째 날, 아이 젖병을 소독하시다가 거의 반이상 녹아내릴 때까지 두셔서 못쓰게 된 일이었다. 밖에 잠시 나갔다 들어온 사이 그러셨는지 당황한 기색으로 나에게 윗부분이 녹은 젖병 뚜껑 하나를 보여주시면서 갑자기 순식간에 이렇게 됐노라고 하셨다. 초보 엄마인 나도 그런 실수는 안 하는데, 그래 뭐 아이 보시느라 그러실 수도 있지라고 하고 이거 1개만 그러신 거냐 물으니, 다시 주섬주섬 재활용 봉투 쓰레기 속에서 반쯤 녹아서 너덜너덜해진 뚜껑을 2개 더 꺼내셨다. 사실 뚜껑이야 다시 사면되는 거고, 실수를 할 수도 있다. 소독하는 방법을 잘 모르시면 가르쳐 달라시면 되고 그런데 왜 처음부터 다 안 보여주셨을 까 아직도 모르겠다.

어떻게 히면 이렇게 되는지 묻고 팠던 그날의 잔해들 ㅎㅎ

물론 당연히 잠깐 사이에 실수로 그러실 수도 있지만, '미안하다'라는 사과말씀 대신 받은 3단콤보.


 '다른 집에서는 한 번도 이런 적 없었는데',

 '나도 순식간에 그래서 놀랬어'

'근데 이거, 많이 안 쓰잖아요?'


뭐라 해야 할 지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고 또 어안이 벙벙했다.

당장 써야 하는 부품(?)이 없어져서 부랴부랴 주문을 넣고 아이를 안고 있는데, 소파 앞으로 오셔서 앉으시고는 내 다리를 툭툭 치며 하시는 말씀이  '화났어?'


또 조금 있다가는 젖병을 사다 주겠노라고 하셔서 이미 주문했다는 얘기를 듣고 안고 계시던  아이에게

  '엄마가 성격도 참 급하다'라고 하시는데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첫날부터 '엄마가 도통 모르네' '그렇게 예민하게 안 해도 돼' '애기 목욕하면서 물 좀 먹어도 괜찮아요'라는 나로서는 너무 쿨한 말들을 들었던 터라 안 그래도 머리가 갸우뚱했었는데, 그래도 아이는 예뻐해 주시니까 좀 더 서로 지켜보자 싶었다.


그리고  일주일쯤 지나고 나면 주의해주시면 좋을 것 같은 부분들을 말씀드려 보자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그 부분들이 너무 자잘하게 많아지고 아이도 아닌 어른에게 화장실 다녀오시면 손 좀 씻어 주시라 같은 걸 얘기해야 하는 걸까, 나랑 잘 안 맞는 분 같은데 이런 분께 아이를 맡길 수 있을까 싶어 고민 끝에 연락을 드렸다.


물론 그분에게는 갑작스러운 통보라 화가 나셨을 수도 있다.


그런데 아이 보는데 돈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분이 일찍 들어가신 날 (=매일), 중간에 집에 다녀온 신날 은 생각지 않으시고, 그까젖병, 그릇을 깨도 본인 책임은 아니라면서 '아이 키우는 사람 인성'까지 운운하시고 악담하시는 통에 그날 저녁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다.


결국  원하시는 대로 계산해서 돈을 부쳐드리고 말았지만, 내가 처음부터 자잘한 신호들을 캐치하고 내 촉을 믿었다면 서로에게 이렇게 안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5일 동안 이모가 아닌 분을 이모님이라 부르며 강렬한 기억만 안겨준 그분을 떠나보내게 되면서  다시 구인에 나서야 했다.


사실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빨리 다른 사람을 찾았어야 했는데, 그래도 일주일은 봐야 하지 않겠나라는 어리석은 희망을 가지고 그렇게 시간을 지체했다. 복직은 생각보다 더 빠르게 다가왔고 당장 사람을 구해야 하는 처지가 되자 마음이 급해졌다.


애초에 육아 모드에서 복직 모드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전환하고자 이모님을 복직 3주 전부터 오시게 한 건데,

지금 생각하니 워킹맘이라면 최소 2달 전부터는 구해서 같이 호흡(?)을 맞춰 봤어야 하는 것 같다.


당연히 처음에 오신 분이 잘 맞으면 제일 좋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다른 분을 구해야 하고, 또 그럼 거기에 소요되는 시간이며 노력이며 생각을 해야 하니까.



오복 찾기는 현재 진행 중


인사가 만사라고 큰 기업에서조차 사람을 채용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데 하물며 한 가정에서는 오죽할까. 더 신중하게 생각했어야 했는데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작은 신호들과 나의 촉(?)을 무시한 결과인가 싶어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시간을 되돌려봤다. 그러고 보니 면접날부터 다른 이모님들은 모두 화장실부터 찾으시고 손부터 씻고 오시는데, 그 B 이모님만 그대로 자리에 앉으셨다. 그때 그게 마음에 걸리긴 했는데, 아이에게 다가가실 일이 없으시니 괜찮겠지 했는데 두 번째 구인에서는 면접 때 말씀하시는 것만큼이나 이런 자잘한 부분들도 함께 봐야 하는 걸 반영하려고 했다.


5일 동안 나를 불안하게 한 B 이모님에게 소개소 수수료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드리고 보니, 오히려 소개소 수수료를 내는 게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 나은일인가 싶어 지기까지 했다. 그런 생각 때문인 지는 몰라도, 이번에는 A 업체에서 보내주신 이모님이 괜찮아 보이셔서 그분으로 결정하고 이제 며칠 뒤부터 오시기로 하셨다.


이번에는 부 그 오복을 찾은 거면 좋겠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이제 몇 주도 아닌 며칠 앞으로 다가온 복직이라는 회오리 속에, 오복이라도 찾아져야 생글생글 웃는 아이를 뗴어두고 가는 마음이 조금이나마 놓일 것 같으니.

하늘이시여, 부디 저에게 오복을 허락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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