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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오뚝 Aug 02. 2020

오복(五福)을 찾아서  Part.3 (완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고진감래[苦盡甘來]



"소장님, 이제 된 것 같아요"

"저도 그렇게 돼서 마음이 안 좋았는데 한결 마음이 놓이네요."

"네, E이모님이 월요일부터 오시기로 했으니 계약서랑 필요서류 준비해주세요."

"네네 감사합니다."


글로 옮겨 적으면서도 다시금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 이 대화는, 바로 어제, 내일로 다가온 복직을 하루 남기고 직업소개소 소장님과 나눈 대화다. 그렇다. 오복은 그렇게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괜히 오복(五福)이 아니다.


처음에 이모님 찾기에 실패했을 때만 해도 그래, 쉽지 않다고 했으니까 이번에는 괜찮을 거야 라는 희망도 가득했고 또 그러리라 믿었다. 출근 전에 다른 분을 구하게 된 게 천만다행으로 감사한 일이라며 일종의 자기 암시를 걸며 Part.2로 오복 원정대 여정이 그렇게 희망차게 마무리되는 줄 알았다. 정말 그럴 줄 알았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시간이 정말 없었다. 날카로운 기억을 남기고 떠난 B이모님을 보내고 우여곡절 끝에 급하게 다시 구하게 된 C 이모님은 전 가정 일 때문에 바로 출근이 어려우셨다. 일을 마무리하시고 출근 가능하신 날이 수요일이었고 수, 목, 금요일을 함께 지나고 나면 그다음 주는 바로 출근이었다. 

당초, 생각했던 '3주' 동안 같이 있으면서 아이도 나도 적응시키고, 여유 있게 복직 준비를 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는 일찌감치 물 건너갔다손 치더라도 3일이라니, 너무 짧지만 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그래도 '출근 전'에 찾은 분에 감사하면서 희망찬 마음으로 이모님을 기다렸다.


이미 한 번의 실패를 겪은 뒤에 만난 분이기 때문에, 그리고 무엇보다 A 소개소 소장님이

'검증된 분', 

'전 가정에서도 입이 마르게 칭찬'한

'손이 빠르고 적응도 빠르고'

'아이 예뻐하는 분'이라 이미 안심을 시켜주셔서 더 믿음이 갔던 건 사실이다. 


실제 면접 때도, 무엇이든 포용할 것 같은 말투와 활달한 성품에, 아이 관련된 가사는 물론이거니와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재료를 사다 두면 본인이 음식도 해주겠노라고, 이전 가정에 아이와도 아직도 연락하고 보러 간다고 하는 말씀에도 더더욱 안심이 됐다. 


다만, 한 가지 걸렸던 부분이라면, 낯가리지 않기로 유명한 우리 봉봉이가 면접 오신 이모님 중 유일하게 입을 삐쭉이면서 울까 말까 하는 표정을 지었다는 것. (하지만, 가끔 시아버님 얼굴을 오랜만에 보거나, 자주 오는 친정엄마 얼굴 보고도 가끔 삐쭉대다 금세 나아져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영화 인터스텔라 中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했던가. 하나 걸리는 있으면 촉을 무시하지 말라는 교훈을 얻어 놓고도, 그 교훈을 다시 가슴 깊이 아로새기는 일이 발생했다. 


돌다리를 두들기지 않은 건 아니다. A 소개소님의 칭찬 공세야 본인이 소개하는 사람이라 그럴 수 있다 쳤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 가정 연락처를 받아 통화도 해봤다!!!. 우리 봉봉이랑 월령 차이는 나지만 13개월 때부터 1년남짓 아이랑 너무 잘 지냈고 (아직도 어떻게 잘 지냈는지는 의문이지만) 어린이집 가느라 헤어졌다고 괜찮으시다고 하셨다. 믿었다. C 이모님도 그 집 엄마는 자기를 '언니'라고 부른다며 대놓고 친목을 자랑했을 정도이니 이제 됐다 안도하며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모님을 기다렸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출근 첫날, 출근 시간보다 20분 정도 일찍 도착하신 이모님은 "첫날이라 얼마나 걸리는지 몰라서 일찍 출발했다."며 서둘러 준비를 하셨다. 그런데, 이상하다. 면접 때 뵀던 인상하고 좀 다르시다. 머리를 자르셔서 그런가 하고 그냥 넘겼다. 


뒤이어 남편이 출근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고, 전날 와계시던 친정 엄마가 나가실 채비를 하고 계셨다. 

이모님 첫 출근 날이시니, 저번처럼 아이 하루 일지 작성, 젖병 소독 같은 것들을 부탁드리고 설명드리려는데 '그런 건 기본이니 알아서 하시니까 걱정 마시라'고 한다. 음, 왠지 B 이모님과 같은 워딩에 흠칫 놀랐지만 그냥 넘겼다. 그래, 알아서 하시겠지 싶어서 각종 기기 작동법이며, 분유 먹는 양, 낮잠 시간, 이유식 먹이는 것 등 간단하게 설명드리고 나도 아침 일찍 치과 진료가 있어 엄마와 간단히 아침밥을 차려먹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젖병 열탕을 왜 불을 꺼놓고 하시지?(보통 열탕은 끓는 물에 젖병이랑 젖꼭지들을 넣었다가 빼는 걸 열탕이라고 한다). 그래, 나중에 말씀드려야겠다 하고 다시 식사를 했다. 


그러던 중 아이 이유식 먹일 시간이 돼서, 레인지에 돌려 식힌 뒤 먹여주십사 그릇을 넘겨 드렸다. 혹시 모르니 온도 체크를 한번 더 해달라는 말씀에 흔쾌히 한 스푼 뜨시더니, 그대로 손등에 숟가락을 가져다 대신다. 이제 6개월에 접어드는 아이고, 시국이 시국인 지라 가족 모두가 위생에 유난일 정도로 조심하는 중이라 너무 놀랐지만, 내가 부디 잘못 본거라고 믿으면서 나중에 다시 말씀드려야겠다 하고 넘겼다. 


그런데, 뒤이어 들리는 소리도 심상치가 않다. 

"야, 너 이빨도 2개밖에 없으니까 얼른 먹어" "너 밥 못 먹잖아, 이거 먹어야지, 먹어! 먹어봐!". 

아이를 예뻐하시는 분이라고 했는데, 그래, 자기 아이가 아니니 내가 예민한걸 수도 있지. 그런데 아기한테 너무 말씀을 예쁘게 안 하시는구나, 이것도 좀 다정하게 해 주십사 부탁드려야지 하고 넘겼다. 


자꾸 그때 그때마다 뭐라고 코멘트해드리면 힘드실 수도 있으니까, 하루 지나고 나서 말씀드리면 되겠지 넘겼다. 여느 때 보다도 분유를 덜 먹는 아이가 이상했지만, 그래도 잘 놀고 있는 것 같아 친정엄마는 집으로, 나는 치과로 발길을 옮겼다.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지 


비가 오는 날이라 그랬을까, 치과에 들어섰는데 어쩐지 마음이 조금 불안했다. 처음엔 사랑니를 빼기로 한 날이라 내가 긴장했나 싶었다. 마취 솜으로 잇몸 한 구석을 다 바르고 잠시 기다리라는 말에 혹시나 싶어 CCTV 영상을 틀었다. ( 면접 때마다 항상 CCTV 설치 여부를 말씀드렸고 모두 다 괜찮으시다고 하셨다). 


그리고,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투박한 CCTV 화면 속 목이 뒤로 완전히 꺾여서 업혀있는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뒤이어 연신 머리를 긁어대며 누군가와 시끄럽게 통화를 하고 있는 C이모님의 모습도 보였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 까 가슴이 쿵쾅거렸다. 어쩔 줄 몰라하면서 모니터를 보는 나에게 간호사가 이제 마취 주사를 놓겠단다.


잠시 휴대폰을 내려놓고 마취주사를 맞았다. 잇몸과 입술 사이로 뻐근함이 몰려오는 사이 다시 모니터를 켰다. 설마 설마 아니겠지 하면서 봤던 장면이 또 바뀌어 있었다.


이제는 전화를 귀와 어깨 사이에 낀 상태에서 아이를 뒤에 업은 채 옆으로 누우면서 아슬아슬하게 아이를 눕히고 있었다. 아이가 뒤에 있어서 잘 보이지도 않는 상태에서 어떻게 아이를 눕힌다고 저렇게 하나 싶어 지켜봤는데 눕히고 나서 포대기를 푸르니 아이가 깬탓인지 귀 옆에 댓던 전화를 그제야 끊었다. 당장 마이크를 켜야 하나 어째야 하나 불안해 일단 남편에게 화면을 캡처해 보내 놓고 치료대에 누웠다. 

어렵게 다시 찾았는데, 또 바꾸면 또 찾아질까, 좋게 이야기해서 주의해달라고 말해야 할까, 뭐가 맞을지 

사랑니를 빼는지 내 정신을 빼는지 모르는 시간이 30분쯤 흘렀다. 잇몸을 째고 뽑아야 해서 꿰맨 자국 지혈 때문에 2시간은 되도록 말을 하지 말라니, 당장 가서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그냥 아이가 많이 커져서 포대기는 잘 쓰지 않고 이제 아기띠를 많이 쓰니, 그걸로 써주시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잇몸 사이로 새어 나오는 피를 삼키면서, 이제 와서 누굴 다시 뽑을 수나 있을까, 이번에 말씀드리면 괜찮아지는 걸까, 마음이 복잡해서 방에서 좀 쉬겠다고 말하고 침실에서 다시 CCTV를 켰다.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이렇게 믿지 못해서야 어떻게 아이를 맡길 수 있을까. 


그래도 조금만 더 지켜보자 싶어서 나와서 아이를 안고 놀아주려는데, 갑자기 전 가정 험담을 시작한다. 그 집 엄마 아빠들 직업이 어떻고, 대학이 어떻고 나는 애들 그렇게 안 키울 거라면서, 그 집 막내에 가 정말 사람 미치게 한다고 묻지도 않은 TMI 대잔치를 시작하니 마음이 정말 불편했다.


나는 우리 아이를 맡길 분을 찾은 거지 '언니'를 찾은 게 아닌데, 자꾸 그 전 집에서 '언니 언니'했다는 얘길 강조해서 하신다. 역시 B 이모님이 스치는데, 애써 불안한 마음을 지우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어찌어찌 하루가 지나가는 중에, 남편에게 오늘 퇴근하시기 전에 이모님과 얘기를 좀 해야 할 것 같다 메시지를 남겼다. 이미 내가 보낸 스크린 숏에 부들부들 떨고 있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희망을 가지고 최대한 좋게 좋게 말씀드려보고 개선이 되면 며칠은 더 두고 보자고 얘기를 했던 터였다. 


남편이 일찍 퇴근했으니, 오늘은 이만 들어가시라고 하며 가시기 전에 말씀드릴 게 있다고 식탁에 3명이 둘러앉았다. 그리고 남편이 캡처한 화면을 보여드리면서, 혹시나 하고 봤다가 이런 장면을 봤는데 너무 놀라서 말씀드린다, 성인군자처럼 차분하게 운을 뗐다. 남편이나 나는 내심 우리가 본 장면을 보여드리면 놀라서 미안한 기색이라던지, 놀라는 기색이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너무 덤덤했다.


"아, 내가 급하게 온 전화 잠깐 받았는데, 그거 보셨나 보다."

"아니요, 아니요, 전화가 문제가 아니라, 이렇게 위험하게 아이를 업고 전화를 하시고 눕히시면 저희가 너무 위험할 것 같아서.." 

남편도 나도 최대한 감정을 꾹꾹 눌러 담고 좋게 좋게 말씀드리는데, 

"원래 전화 많이 하지도 않고, 그랬는데 오늘따라 꼭 받아야 하는 전화라 그랬는데, 나 전화하고 스마트폰 보여주고 그런 사람 아니에요". 

"포대기 때문에 그런가 보다, 이제 아기띠 쓸게요"

그래서 갓난쟁이를 두고 일을 나가야 하는데 마음이 참 그렇다면서 엄마로서 호소도 하고 부디 잘 봐주십사 거듭 부탁드렸다. 


"응, 근데 뭐 서로 믿는 게 중요하니까"


그렇게 어쩌다 보니 우리의 호소와 부탁으로 대화가 마무리되었지만, 마음이 너무 불안했다. 원래 이모님과 A소개소 소장님에게도 이야기를 할 생각이었는데, 이모님께 먼저 얘기하는 게 예의인 것 같아 먼저 이야기를 했고 개선이 되면 계속 오시라 하려고 했다. 


C 이모님이 퇴근하시고  A소개소 소장님과 통화를 시작했다. 검증된 분이라고 하셨는데 오늘 너무 놀라서 말씀드린다. 이모님 하고도 이야기는 했다. 근데 소장님도 아셔야 할 것 같아서 말씀드린다고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캡처된 이미지를 전송드렸다. 개선의 여지가 있으면 더 써보겠다고 하는 나에게 본인이 이런 상황은 용납이 안되신다고 사과하셨다. 바로 다른 분 섭외해보겠다고, 그 C이모님은 다시 불러서 기본부터 교육시키겠노라고 그렇게 C 이모님과 작별했다. 후에 녹화된 영상을 보니, 전화를 하기 위해 아이를 업었고, 전화도 걸려온 게 아니라 본인이 거셔서 살뜰히 그 전집 아이 험담으로 시작해 지금 집은 아이도 순하고 귀찮게 하는 사람 없고 맞벌이라 편한 집이라 자평하는 통화였다.  


하릴없이 소개소 소장님과 밤늦도록 통화가 계속되었다. 바로 몇 분의 프로필을 다시 송부해 주셨고, 그중에 바로 근무 가능하신 분으로 보내주실 테니 면접 겸 하루 겪어보시고 결정하시라고. 틀림없는 분이고, 잘하시는 분으로 보내주신다고. 그렇게 D 이모님을 기다렸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II -잠수 이별 어디까지 해봤니


앞서 E 이모님으로 확정된 것을 보면, 이 D 이모님도 결과적으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목요일, 이제 정말 정말 시간이 없어서 제발 제발 제발 염원으로 눈을 떠서 이모님을 맞이했다. 현관으로 들어오시는 D 이모님은 표정이 그리 밝지는 않으셨는데 어쩐지 우리 집에 오신 게 크게 내키지 않으신 눈치셨다. 처음에 프로필을 받고 전 이모님들 보다는 연세가 좀 있으셔서 걱정이 좀 되긴 했지만 반나절을 지나 보니 그래도 무던하게 잘 봐주시는 것 같았다. 다정다감하신 스타일은 아니어도 '할머니랑 놀자' 하시고 '할머니랑 밥 먹자'하시며 손주 보듯 해주셔서 그래도 마음이 조금은 놓였다. 


더 이상 다른 분을 보기엔 정말 시간이 부족하다 느꼈기 때문에, 사정 얘기를 하면서 일을 해주십사 일부러 빵도 사와 커피도 함께 마시며 진심으로 부탁, 아니 사정을 드렸다. 8월 중 하루는 개인 사정으로 못 오시니, 그게 괜찮은지 소장님과 얘기해보라 하셔서 친정엄마에게 또 사정을 얘기하고 하루만 부탁드리는 걸로 얘기도 마쳤다.


그런데 그날따라 , 이래 저래  미리 정해 둔 일이 많아서 퇴근시간까지 돌아오기가 어려워졌다. 근처에 허리 치료를 받으러 오시는 친정엄마가 집에 잠시 와계셔서 이모님 퇴근을 부탁드리고 대신 정성스레 카톡을 드렸다. 아이를 예뻐해 주시고 편안하게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앞으로도 잘 봐주시면 좋겠다고. 1시간이 지나 1은 없어졌는데, 답장은 없으셔서 쿨한 성격이시니 그러신가 보다 지레짐작을 하고 소장님과도 통화도 마쳤다. 


그리고, 다음날 (=금요일). 9시까지 출근하시기로 한 이모님이 8시 56분, 57분, 59분이 되어도 오시지 않으신다. 좀 늦으시나 보다. 그런데 소장님의 문자가 심상치 않다. 

"이모님 통화가 안되니, 출근하시면 연락 주세요"


걸어오시는 중이라 전화 오는지 모르시려나 기다리다 9시 5분에 전화를 드렸다. 안 받으신다. 그렇다.

그렇게 나는 철없는 사랑이야기에나 나올 법한 '잠수 이별'을 당했다.


잠시 후, 한 껏 가라앉은 목소리의 A 소장님이 출근길에 딸이 다쳐 손녀 봐주시러 가셔야 한다는 문자만 남기셨단다. 

'아. 네, 어제는 손주들 봐줄 실 일 없다고 하셨는데... 하긴, 갑자기 그런 일이 생기셨으니 그러실 수도 있죠.. 근데 왜 저한테는 연락을 안 하셨을까요...'

'...'

 참 이쯤 되니 헛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이제 다시 믿어볼 곳은 이 소장님 뿐이라, 다시 구인을 급히 하시겠단다. 서둘러 그날 잡혀 있던 약속도 취소하고 아이를 다시 꼭 껴안았다. 좋은 분이 오시려고 이러나 보다 봉봉아. 


그리고 당일에 다행히 세 분 면접이 잡혔다. 한시가 급하기 때문에 토요일 하루라도 일 해 봐 주실 분으로 부탁했는데, 결과적으로는 2분만 오셨고, 그중 분은 3개월 이사 갈 동네가 멀어서 안되시겠다고 '아이도 이쁘고 엄마 인상도 좋고, 집도 작아서 좋은데 (?)'라고 아쉬워하시며 발길을 돌리셨다. 


드디어 찾았다.


멀어서 안 되겠다며 발길을 돌리신 이모님이 오시기 1시간 전, E 이모님과 면접이 잡혀있었다. 이제는 기대도 희망도 품지 않고 모든 걸 체념한 순간 진짜가 나타났구나 라는 촉이 왔다. 이분은 신기하게도 B 이모님으로 처음에 결정한 직후에 A 소장님이 프로필을 보내주셔서 이미 구했노라고 거절했던 분이셨는데, 소장님이 다시 프로필을 보내셔서 이루어지게 된 나름 인연이라면 인연인 케이스이다. 


말투도 너무 상냥하시고, 갓난아이를 본 지는 좀 되었지만 그래도 본 적은 있으니 괜찮을 것 같다. 무엇보다 아이를 보시는 눈빛부터가 너무 남다르시고 또 무턱대로 아이를 안아보겠다고 하시는 다른 이모님들과는 달리 '오늘 다녀온 데가 많아서 오늘은 못 안아주겠네~다음에 옷 갈아 입고 안아줄게'라고 하시는데 한마디 한마디에 배려가 묻어나셔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원래 면접 때 바로 결정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물론 상황도 상황이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이모님께 우리 집에 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바로 어제, 출근하셔서 퇴근하시기까지 '천사 같은 우리 아기' '우리 장군님~ 맘마 먹어야지'라고 해주시고 (ㅠㅠ 정말 속으로 감동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조심스레 물어보시고 또 잘 들어주시는데 너무 감사할 따름이었다. 


잠시 외출 준비를 하면서 옷 방에서 남편과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찾았다'라고 거의 감격에 가까운 한마디를 내뱉었다. 마음이 가서 그랬는지 어쩄는지 CCTV를 굳이 보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지만, 그런 나와 다르게 한 번씩 켜보는 남편의 평은 하나같이 '잘 봐주고 계시네'라는 칭찬 일색이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내 손주처럼 잘 보살펴 드릴게요"


순간 눈물이 터질 뻔했다. 퇴근하시기 전, 혹시 힘드신 점은 없으신지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해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보내드리려는데 이러는 내가 안쓰러우셨는지 해주신 한마디가 너무 많은 위로가 됐다. 그리고 정말 든든했다. 


물론, 하루만 겪어보고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최소한 지금껏 나를 지나간 B, C, D 이모님들 과는 전혀 다른 따뜻함이 느껴지기에 나는 드디어 찾은 것 같다. 그 귀하다는 복을 말이다. 


워킹맘 모드 1일 전, 극적으로 찾아온 소중한 만남에 감사하며 내일부터 어떤 시련이 오더라도, 결국엔 해답을 찾아내리라 결심해 본다. 오복도 찾아냈는데, 뭔들 못하겠어! 엉뚱한 다짐도 해보면서.


덧붙여, 혹시라도 지금 나처럼 방황하고 있는 오복 원정대 동지가 있다면 찾는 것은 시간의 문제일 뿐 열심히 찾으면 꼭 찾아올 테니 꼭 미리미리, 열심히 찾아서 겪어보라고, 본인의 촉을 믿으라고, 또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복직 2달 전부터는 찾아보라는 당부를 해주고 싶다. 


-오복을 찾아서 Part.3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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