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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오뚝 Feb 28. 2021

미라클 모닝말고 미라클 모먼트

아침형인간에서 미라클 모닝까지


산후 우울증 극복, 브런치 작가 데뷔, 엄마의 잡지사 인터뷰, 복직 후 더 좋아진 회사 생활, 늘어난 독서량.


소소한 일상의 성취이지만 미라클 모닝 루틴으로 이루어낸 것들이라 내게는 더 의미가 깊다.  

누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이 줄줄 터져 나오던 출산 직후, 새벽녘 나만의 시간은 치유의 시간이 되어주었고,  늘 높아만 보였던 브런치의 문턱을 넘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작가'라는 마음으로 조금씩 글을 써내게 되면서 느꼈던 묘한 성취감은 덤이요, 글을 써냄으로 엄마가 작은 잡지에도 실리는 기회를 얻었다.

또 매일 아침 적었던 감사일기와 확언 덕분인지 회사생활도 나의 직속 상사와의 관계도 오히려 전보다 더 좋아졌다. 시간의 소중함을 더 느끼게 되면서 같은 시간이라도 밀도 있는 시간과 그렇지 않은 시간, 에너지가 넘치는 시간과 그렇지 못한 시간의 질을 따져가면서 일상을 배분하게 되었다. 미라클 모닝 덕분에.


첫 시작은 아침형 인간과 함께

'착한 어린이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납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먹는다'

어렸을 때 흔하게 봐왔던, 이런 문구 때문이었을까? 착한 어린이도 되고 싶고 먹이를 먹는 새도 되고 싶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언제부터인지  나는 늘 일찍 일어나는 것은 무조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부지런을 떨면서 아침운동을 한다거나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저 '일찍 일어난다'는 사실이 뭔지 모르게 좋게 느껴졌달까.


그리고 시간은 흐르고 흘러 대학 입학을 앞둔 푸릇푸릇한 새내기 시절, 아침형 인간 열풍이 불었다. 원래도 '일찍 일어나는 새'에 심취해 있었는데 무려 '아침형 인간'이라니. 대략 이른 아침시간, 새벽시간이 누구의 방해도 없고,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장 최대치로 회복된 상태에서 생산적이고 중요한 일을 해내는 것이 좋다는 논지의 글로 기억한다. 때마침 시작하기 좋은 1월인지라, 이것은 운명이군 이라는 마음으로 그 길로 새벽 영어학원 수업을 등록했다. 나와 비슷한 종족의 친구가 있어 (이 친구는 아침잠이 많음에도!) 다행히 1달은 채워 다녔는데 그 이후로는 기억이 안 난다.


주욱 이런 생활이 이어졌더라면 20대에  성공신화를 이룬 아무개로 책이라도 한 권 내야 할 텐데, 나는 생각보다 잠이 적지 않았고 ( 총 수면시간은 7시간 정도가 적정한 것 같다), 때로는 늦잠도 즐겼으며 (어쩌면 자주), 한번 시작하면 엄청나게 몰두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침대와도 소파와도 한 몸이 되는 한없이 게으른 사람이었다.


5년간 아침형 인간으로 살았지만, 병만 얻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느끼면서 그렇게 '아침형 인간'의 표상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가 2013년 전 직장에 입사하면서 강제로 아침형 인간이 되었다.  당시 서울의 동쪽 끝 강동구에 있는 회사에 입사한 나는 서울의 서쪽 강서구에 살고 있었고 출근시간은 얄짤없는 8시였다. 도어 투 도어 1시간 40분 정도. 그런 수고(?)를 덜어주고자 그나마 빠르게 나를 데려다주는 회사 셔틀버스가 있기는 한데,  배차시간이 무려 새벽 6시 10분이라는  흥미로운 현실을 마주한다.


그때부터 근 5년간 5시 기상을 했고 가끔 늦잠을 자서 6시에라도 눈이 떠지면 그 길로 아슬아슬하게 지각을 면하고자 편도 3만 원짜리 택시를 잡아타야 했다. 한동안 새벽 6시= 지각이라는 공식으로 살았는데, 지금은 생각만 해도 피곤하다. 그렇게 출/퇴근을 멀리 해서인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저녁에는 늦게 잤기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그때 참 병원도 많이 가고 늘 여기저기 몸이 안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일찍 일어나기만 했지 정작 나를 위해 투자하거나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지 못했으니까.


그리고 결혼 후, 2년이 더 지나고 난 뒤 큰 결단(?)을 내리고 회사 근처로 이사를 오게 되었는데 삶의 질이란 이런 것이 군을 느끼면서 무려 7시에 기상을 하는 쾌거를(?) 맞보게 되며 다시금 강제 아침형 인간의 삶과는 멀어졌었다.


서론이 길었는데 어쨌든 한 마디로 아침에 일찍만 일어나는 건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이 아침형 인간의 연대기의 싱거운 교훈이었다.


미라클 모닝과의 만남

사회생활을 하고, 커리어에 대한 고민도 생겨갈 즈음이었을까. 정신없이 공부하던 대학원 시절 때와는 또 다른 갈증이 밀려와 고민하던 찰나에 만났던 책이 할 엘로드의 '미라클 모닝'이다.


'아침에 눈뜨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이 그날의 마음가짐과 패턴을 결정한다'는 헤드라인에 매료되어 읽기 시작한 책은 멋모르고 읽었던 아침형 인간 때와는 또 다르게 내 일상에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아침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이렇게도 많은 일을 이루고 이렇게도 일상에 큰 변화가 생겼다니, 밑져야 본전이니 해보자! 하고 작심 3일, 그날 이후로 3년째 의 연간계획 및 목표에는 미라클 모닝 루틴 잡기가 단골 메뉴로 자리 잡았었다.

 

미라클 모닝, 남들은 참 척척 해내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렇게 힘들고 안될까 늘 그것이 고민이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미라클 모닝이 힘들다기보다는 내가 그만큼 시간에 쫓기지 않아서, 그동안 그렇게 달성하기 어려웠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굳이 아침시간을 내지 않아도, 퇴근 후나 주말에 그래도 비교적 여유롭게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 구태어 아침 일찍 일어날 이유를 찾지 못했던 게 크지 않았나 싶다.


전 직장에서도 인하우스 통번역사로 근무했기 때문에 야근이나 추가 근무가 아주 없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고, 결혼을 하고 난 뒤에도 남편이 해외출장이 잦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혼자 보낼 수 있는 시간도 많았다. 물론 둘이 같이 있을 때도, 같이 시간을 보내거나 각자 시간을 보내거나 너무나도 시간에 융통성이 많았기 때문에 하면 좋았겠지만 굳이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편이 맞았겠다.


슬며시 찾아든 미라클 모닝

그랬던 내가 자연스럽게 다시 미라클 모닝의 세계로 들어오게 된 건 다름 아닌 우리 집의 보물인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부터였다. 몸이 천근만근이라 절대 움직일 수 없을 것만 같은데도 '앙' 아주 작은 소리에도 눈이 번쩍 떠지고, 스프링처럼 침대에서 일어나 졌다(?). 매 시간마다 눈을 감는 건지 뜨는 건지 알 수 없는 나날들이 계속되면서 내 의지와는 다르게 조금씩 미라클 모닝이 생활 속으로 스며들어왔다.

미라클 모닝이라 함은 사실 단순히 새벽에 일어나는 것 말고도 일련의 루틴이 있는데, 일단 새벽에 일어나는 것 자체가 그전엔 일부러 해야 하는 일이었다면 이제는 숨 쉬듯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으니까.

 

처음에는 사실 1-2시간마다 깨고 자는 게 너무 힘들어서 틈만 있으면 머리만 대면 그냥 잤다. 그러다 50일쯤 지났을까, 새벽에 너무 깨고 어차피 다시 깰 테니 그럴 거면 한 번은 쪽잠 말고 다른 걸 해보자 싶어, 오랜만에 이어폰을 켜고 음악을 들어봤다. 세상에 노래 한곡 듣는 일이 이렇게 좋을 일인가 싶을 만큼  잠깐 차단되고 조용하고 고요한 새벽에 온전한 나만의 시간이라니 3분 남짓이지만 정말 너무 좋았다.  그러고 나서는 다음날엔  책을 한 페이지 읽고, 그리고 다음날에는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아이가 잠깐 다시 잠을 자는 때에는 김미경 강사의 SNS에서 모집하는 영어 챌린지라는 것에 도전해서 매일 몇 문장씩 영어문장을 외워서 SNS에 올렸다.  그러고 나서는 글을 본격적으로 써보고 싶어 져서 작년 5월 즈음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고, 1번의 고배는 마셨지만 그 이후로 작가라는 이름을 달고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


그렇게 시작된 미라클 모닝이 이제, 기상-> 확언-> 운동(플랭크)->독서-> 글쓰기 (일기)로 확장되어 제법 '루틴'이라고 부를만한 모습이 되어가고 있다. 아이가 5개월이 되었을 때 다시 복직을 하는 바람에 한 달 정도는 다시 회사에 적응한다고 잠시 추춤했었는데, 의식적으로도 단 몇 분만이라도 루틴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확언이나, 감사일기 정도는 쓰고 출근하려고 했다. 출근길에는 오디오 북을 듣고 퇴근길에는 유튜브로 재테크 영상도 봤다. 그렇게 한 6개월을 넘게 지속하다 보니 이제는 기상시간도 6시에서 5시 반까지 당겨와 봤고, 다시 5시까지 당겨볼 참이다.


미라클 모닝이 안되면 미라클 모먼트로

현 직장에 회장실에 있다 보니 출근시간도 빠른 편이라, 집에서 7시-7시 반 사이에는 나가야 하는 날이 대부분이라, 처음엔 30분만 책 몇 장이라도 보고 가야지 하던 것이 글도 좀 쓰고 싶고 책도 좀 더 보고 싶고, 무엇보다 오로지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 이때뿐이니 그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자 30분에서 40분으로 그리고 1시간으로 시간을 늘려와 봤다. 여전히 내가 하고 싶은 일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가끔 너무 피곤해서 알람 버튼을 누르고 따뜻하고 포근한 침대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유혹에 저버리고 건너뛴 날들도 많다. 그런데 그런 날이 좀 늘어나다 보니 또 나는 또 이러다 마는 건가 싶고, 나는 왜 이렇게 못 지키지 라고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인간의 뇌는 원래 부정적인 정보에 더 민감하니 의식적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차라리 합리화를 시켜버렸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찾아내 그 시간을 '미라클 모먼트'로 만들어 버리는 것.


아침에 책을 덜 읽었으면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먹으면서 책을 읽으면 되는 것이고 저녁에 잠깐 짬을 내서 못다 쓴 글을 적어 넣어도 되는 것이다. 아침에 플랭크 하는 걸 잊었으면 자기 전에 1분이라도 하고 나면 되는 것.

미라클 모닝도 그렇고, 아침형 인간도 그렇고 어찌 되었건 내가 만족하는 하루가 되기 위해 '더 나은 나'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생산력이 늘어나는 시간이, 그리고 물리적으로 낼 수 있는 시간이 아침이 좋은 사람이 있고 점심이 좋은 사람이, 또 저녁 늦게 가 좋은 사람이 있으니까 말이다.

나도 얼마 안 되는 기간이지만, 아침에 잠깐이라도 나를 돌아보고 확언을 하고 온 날이랑 그렇지 않은 날이랑 한 날이 더 좋았기 때문에, 아침에 기대에 차서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이 좋았기 때문에 '미라클 모닝'을 앞으로도 유지해볼 생각이고 할애하는 시간은 계속해서 실험해볼 요량이다.


통계적으로 창의력은 저녁에 더 많이 발현된다고 하고, 나도 자기 전에 글감이나 아이디어 같은 것이 더 잘 떠오르는 듯하여 특히나 무언갈 만들어내는 데 어떤 '미라클 모먼트'가 좋을지도 앞으로도 계속 테스트해서 나에게 맞는 시간과 순간을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어찌 되었건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이, 작은 시간들이 모이고 쌓여서 내 인생의  '미라클'을 만들어 내고 있음은 분명하니까.


당신이 지금 어디에 있느냐는 당신이 과거에 어디에 있었느냐의 결과이지만, 앞으로 당신이 가게 될 곳은 당신이 어떤 사람이 되길 선택하느냐에 달려있다.
-미라클 모닝(할엘로드), 아침을 깨우는 문장 中


2월 한달 플랭크 챌린지를 완수했다! 아침에 못하면 저녁에, 그리고 여전히 주말에는 들락날락한 기상시간이지만 2월 확언도 진행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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