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오뚝 Dec 27. 2020

파리가 고픈 당신에게

 프랑스어 좀 하는 언니의 넷플릭스 추천 

누군가 언제고 가고 싶은 곳이 있냐고 물어오면 내 대답은 늘 정해져 있었다.

좋았던 기억이 더 많았던 곳이라 그럴까. 가장 좋았던 시절에 보낸 시간이 간직되어있는 곳이라 그럴까,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그곳에 있어줄 것 같은 생각에 늘 마음은 파리로 향했다. 


집콕이 일상이 된 요즘, 창궐하는 코로나의 여파로 이제 유럽여행은 더더군다나 엄두를 내기 어려워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리를 추억할 수 있는 건 오래된 사진첩 만이 아니었다. 


한때 영어공부를 위해 시트콤 프렌즈를 사골처럼 우려 보던 나로서는, 언어와 재미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프랑스어 콘텐츠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넷플릭스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잠시 시계를 잠시 앞으로 한참 되돌려 보겠다. 

벽돌 같은 프랑스어 종이 사전을 들고 공부했던 학부시절을 지나,

꿈을 찾겠노라 사표를 던지고 전자사전으로 갈아타서 한창 통역대학원을 준비하던 입시생 시절.

그때 당시만 해도 (이렇게 말하면 한 30년 전쯤 일을 말해야 할 것 같은데, 그래도 10년보다는 훨씬 더 된 것 같다. 아-세월이란!) 한국에서 프랑스어 문화 콘텐츠는 그나마 영화가 유일했는데,  대부분 프랑스 문화원에서 DVD를 빌려다 보아야 하는 실정이라, 커버만 보고 재밌겠다! 하고 빌려온 영화에 당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분명 재미있어 보였는데, 환각상태로 가득한 영화라든지, 여자 주인공 남자 주인공은 너무 멋졌는데 갑자기 귀신이 되어 찾아온 여주를 따라 자살하는 남주라든지, 처음부터 끝까지 음울한 기운이 뻗친다든지,  분명히 다 봤는데 뭘 본 건지 모르겠다든지,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었지만 한 번씩 악몽을 한바탕 꾸고 나서는 프랑스 영화를 보고 나서 '우울하지 않고 어렵지 않으면서 누군가 자살하지 않는 영화'를 찾아내는 게 주요 기준이 될 정도였다. 


그런 점에서 넷플릭스에서 프랑스 영화, 프랑스 드라마의 발견은 나에게 유레카! 였다.  

가장 좋은 점은 우선 간편하게 찾아서 볼 수 있고! 아니다 싶으면 보다가 멈출 수도 있고! (악몽 방지)! 어느 정도의 시놉시스도 볼 수 있고! 그리고 한국어 자막을 없애거나, 프랑스어 자막을 함께 넣어서 볼 수 있고! 좋아하는 시리즈는 반복해서 볼 수 있다! 는 점이다.

 

이런 말을 하면 너무너무 꼰대 같지만 (심지어 꼰대도 어원은 프랑스어라지), 지금은 언어 공부하기에 정말 좋은 자료들이 많은 것 같다. 


입시나 대학원 시절에는 표현 하나라도 더 찾아내려고 혈안이 되어서 뉴스클립을 틀고 또 듣고 들었었는데, 그러다 보니 '일상생활'에서 쓰는 진짜 프랑스어 랄지, 흔히들 말하는 '젊은애들', '요새애들'이 쓰는 진짜 프랑스어를 접하기는 어려웠다. 더구나 나에게 장애물이자 훈장처럼 남아있는 '국내파'라는 이유로 그런 부분이 항상 부족하게 느껴졌다. 그런 점에서 영화나 드라마는 사막의 단비 같은 표현들로 넘쳐나는 콘텐츠랄까. 


그런 시절(?)을 지나서인지, 넷플릭스가 처음 들어왔을 때도 내가 맨 먼저 쳤던 검색어는 프렌즈와 (아직도 프렌즈는 나에게 사골이다) '프랑스' 그리고 '파리'다. 


넷플릭스 검색창에 '프랑스', '파리'만 주구장창 키워드로 검색해서 프랑스 영화, 드라마를 찾아 헤매다 우연찮게 발굴(?)했던 시리즈. 하루 밤을 꼴딱 새우며 새벽까지 단숨에 몰아봤던 시리즈 바로 파리에서 사랑을 (Plan Coeur )이다. 요즘 한창 에밀리 파리에 가다 가 붐이라면 2년 전 나에게는 파리에서 사랑을(Plan coeur)가 붐이었다. 


남편도 출장 가서 혼자 심심하던 금요일 밤, 넷플릭스나 볼까 하고 들어갔다. 또 습관처럼 '파리'를 검색했다. 거기에 1등으로 나왔던 시리즈. 그렇게 우연히 에피소드 1을 틀었다가 마지막 편까지 다 보고 나서 새벽 2시쯤인가 잠이 들었더랬다. 이렇게 내가 몰아보기로 찐 승부를 본 프랑스어 시리즈는 처음이지 싶다. 최근에는 에밀리 파리에 가다가 그랬지만. 


그리고 다음날, 또 처음부터 다시 켜봤다.  프랑스어로 Plan은 계획이고 coeur는 마음, 심장 이란 뜻인데 각각 에피소드마다 다른 계획으로 부제를 붙여 다음엔 또 무슨 일이?라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내용은 우리나라 정서에는 다소 파격적일 수도 있는 설정인데, 아마 프랑 스니까 이런 설정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출처: 넷플릭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실연당한 베프를 위해 기획한 기상천외한 연애 대작전.  이야기의 흐름도 흐름이지만 여주 엘자 (Elsa)가 하고 나온 스카프, 입고 나온 외투, 부츠, 그리고 여주 남주가 걸어 다니는 거리 곳곳, 식당, 그리고 사무실, 집 안팎 모두가 파리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리고 20-30대의 그네들이 쓰는 일상 표현도 덤으로 푸짐하게 얻을 수 있다는 게 또 하나의 강점이다. 


무엇보다 무겁지 않고, 각 에피소드가 20분 정도 분량으로 짧아서 심심할 때 꺼내보기 좋은 넷플릭스 시리즈라서 화장을 할 때라던지, 잠깐 이동 중에 짬이 날 때라든지 봤던 부분인데도 아직도 자주 꺼내보곤 한다. 


시즌 1을 단숨에 몰아 볼 정도로 재밌게 끝이 나서 시즌 2 제작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시즌 2도 나와서 다시 보는 중인데, 아직 시리즈가 진행 중이라 그런지 아니면 내가 그동안 기대를 많이 해서 그런지 시즌 1의 재미를 넘어서진 못한 느낌이다. 그래도 여전한 파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시리즈이고 최근에 코로나 이후로 격리 Plan을 부제로 나왔던 새로운 에피소드도 있으니,  프랑스어 공부도 하고, 파리에 대한 향수를 달래고 싶은 사람에게 자신 있게 추천해 주고 싶다. 

 

그 이후로 더욱더 적극적으로 프랑스어 콘텐츠를 찾아내게 했던 시발점이 되었던 시리즈이자 아마도 나에게 있어서 프랑스판 프렌즈로 자리 잡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의 콘텐츠. 시즌 2가 더욱더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찾아와 주길 기대하며!









작가의 이전글 나에게 받은 편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