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겠지만 좋고, 좋은데 걱정되고 그런 복잡한 마음으로
" 그럼, 아기는 누가 봐요?"
출장 소식을 접하고 회사에서 사람들이 한 마디씩 한다. 참고로 남편은 2달째 출장 중이다. 해외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고생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에 안쓰럽고, 아이를 혼자 보면서 (물론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의 도움을 받고 있다), 회사일을 해내는 나를, 우리는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안쓰러워하면서 살고 있다.
"친정 부모님께 맡겨야지요"
가만히 생각해봤다. 남편은 이런 질문을 받았을까?
주 양육자는 엄마인 내가 담당하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질문이었을 수도 있지만.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같은 질문을 듣다 보니, 일하는 엄마는 일하는 아빠보다도 생각해야 하는 게 이렇게 많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민반응일 수도 있겠지만 어쩐지 그 말의 저편에는 '아이는 어떻게 하고 출장을 가려고 하나' 하는 속뜻이 담겨있지는 않은지 별거 아닌 말을 참 이리 보고 저리보고 여러 모양으로 살펴봤다.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늘 달고 살기 때문에, 어쩌면 그 아픈 마음을 슬쩍 찌른 그 말들이 오히려 더 내 귓전에는 크게 울려 퍼졌는지도 모르겠다.
아침이면 헐레벌떡 출근을 하기 바쁘고, 일과 중에는 아이가 잘 노는지 한번 물어볼 겨를도 없이 어느새 퇴근시간이 다가와있다. 정시에 퇴근하지 못하는 일이 여러 날이었고, 야근이 잦아지는 날이면 어느 날은 아침에도 저녁에도 아이가 자는 모습만 보며 다닐 때도 많았다.
이제 20개월, 아직 어린이집에 가지 않는 아이의 일상은 할머니들이 담아주신 사진으로 영상으로 뒤늦게 좇아본다. 엄마가 출근한 뒤, 아침밥을 먹고 간식을 먹고, 또 놀이터도 갔다가 집에서도 부산스럽게 본인의 소임인 '잘 놀고, 잘 먹고, 잘 자기'를 무탈하게 완수해내는 아기를 보면 뿌듯하기도 했다가, 안쓰럽기도 했다가 마음이 왔다 갔다 널을 뛴다.
'엄마 안 찾아. 걱정 말고 일 해'
일하는 엄마였던 우리 엄마와, 또 다른 일하는 엄마였던 시어머니는 한 번씩 내게 같은 말을 하신다.
어떤 마음일지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마음에서 담겨 나오는 말이라서 그런지 그 짧은 한마디가 마음에 쿵하고 울려 퍼진다.
어떤 날은 고사리 같은 손을 양쪽으로 흔들어주면서 인사를 해주는데 그렇게 또 너무 나를 쉽게 잘 보내주면 잘 보내주는 데로 서운한 마음이 드는가 하면 또 바짓가랑이를 잡고 서럽게 우는 모습을 뒤로할 때는 코끝이 시큰하다. 오늘도 엘리베이터까지 따라 나와 쫓아오겠다고 눈물을 펑펑 쏟는 아이에게 사랑해를 연신 외쳐대다 문이 닫히고, '이게 잘하는 게 맞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바쁘게 걸음을 옮겨 회사에 도착해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일상에 파묻히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아이의 눈망울이 커져 갈수록 어떻게 하는 게 맞는 일인지 자꾸만 의문이 든다.
회사일은 야근까지 불사하면서 육아책은 시간을 쪼개서도 잘 들여다보지 않는 나는 불량 엄마가 아닌가 싶다가도, 새근새근 잠든 아이 곁에 웅크리고 누워 잠에 드는 나는 또 그렇게 불량은 아니지 않나 위로도 했다가 엄마가 되는 일은 생각보다도 참 복잡하고도 어렵다.
내일이면 처음으로 아이와 떨어지는데, 혹시나 원망하지 않을까 얼마 전부터 계속 엄마가 몇 밤 자면 올 거라고 이야기해주고 있다. 몇 달씩 떨어져 있는 아빠도 영상통화만 하면 화면에 뽀뽀세례를 해대는 우리 아가니까, 엄마도 잊지 않고 잘 있어주겠지. 그렇게 주문을 걸듯 되뇌며 짐을 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