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한 남(의)편-파탄의 원인

내가 그 자리에 가지 않았더라면...

by 오떡순

그녀와 여러 사진을 주고받은 카톡을 보고 다툰 후

사진을 주고받지 않겠다고 하는 남편을 보며

바람이기 이전에 내 기분에 대한 배려가 있는 사람인지에 대해 생각을 해 본 것 같다.


시간이 흐른 후 돌이켜 보니

나는 그에 대해 몰랐고 그 역시 나에 대해 몰랐었다.




나는 내가 생각해 오던 그가 그 사람의 전부라 쉽게

단정했고, 내 예상과 틀린 그의 행동에 혼자 실망도 크게 했다.


원래 세심함에 무딘 사람이라 시댁 식구들 앞에서도

어색한 나를 챙겨준다거나 말을 걸어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가씨와 함께 있어도 나와 이야길 하지 않고

아가씨 하고만 이야길 한다거나, 나만 두고 나가 버린다거나


그런 식의 배려와 세심함은 그와 멀다고 생각했고

일찌감치 나는 마음을 비웠다.


그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하지 않는다는 것뿐이지,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었고 둘이 있을 땐

누구보다 잘하는 사람이니깐.



하지만,

여러 가지 상황이 발생하니,

그의 행동은 조금 틀렸다.


누구의 편을 들 수 있는 사람이었고

누구보다 세심하게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24년 7월 어느 날,

그들의 모임이 있었다.


그녀의 주도로 만들어진 모임이고

남자 교수 2명, 남편, 그녀 4명이 멤버이다.


평소에 모임이 없던 남편이라 그런 모임 나쁘지 않았다.



그들은 A라는 동네에서 모이기로 했다고 들었고,

나는 집으로 바로 가면 그의 모임에 집중을 할 것 같아서

따로 약속을 잡아 B 동네로 갔다.


지난달 그녀와의 관계로 인한 오해들이 있었기에

앞으로 술자리를 하면 12시 안에는 왔으면 좋겠다고 했고 늦어도 1시까진 들어와달라고 했다.


나는 B 동네로 출발을 했고 지인을 만나고 있는데

남편도 B 동네로 장소가 변경되었다고 했다.


남편은 여느 때와 같이 장소를 알려주고

무엇을 먹는지도 사진으로 보내주었다.


그러다 2시간 정도 지난 뒤

카톡으로 주변에 교수들이 보고 싶어 한다고

오라고 했다.


1명은 본 적이 있어서 얼굴을 알지만

그녀는 처음이고 다른 교수 역시 정식적인 인사는

처음이라 생각해 본다고 하고 지인과 대화를 하는데,


남편은 생각해 본다는 내 대답에 그들에게

내가 온다는 이야길 한 것 같다.


전화가 와서는

'언제 오냐' '다들 기다린다'라고 했고

나도 모임이 있는데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하자.

옆에서 그녀의 '오세요~~~~'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술을 얼큰하게 먹은 것 같았다.


지인과 헤어지고

나는 고민하며 차를 가지러 가는 도중

그 모임에 1명인 교수를 근처 정류소에서 보게 되었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아는 얼굴이라 인사를 했고

모두 나를 기다렸다고 했다.

그분은 내가 기다리다 안 와서 나왔다고 하셨다.


내가 바로 간다고 한 게 아니었고

생각을 해본다고 했고 고민이 된다고 했었는데..


잘은 모르겠지만

내가 바로 간다고 이야기를 한 게 아닌가 싶었다.


남편의 상태를 물으니

기분이 많이 좋으신 것 같고

술은 조금 드셨으니 모시고 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해서 망설이다가

그녀의 얼굴이 궁금하기도 해서

남편과 통화 후 그들이 있는 장소로 갔다.



술집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안쪽에 앉아 있는 그들을 보고

들어갈지 말지 살짝 망설였다.


나는 사회생활을 하는 남편을 처음 본건 아니었지만

술자리에서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 앞에 그녀가 있었고 그녀 옆에 다른 교수가 있었다.

그는 정말 환하게 웃고 있었다.

괜히 들어가기 민망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때 발길을 돌렸어야 했는데...



입구에서 잠시 망설이다 들어갔고,

걸어 들어오는 나를 본 남편의 얼굴은 순간 무표정으로

그리곤 금세 일그러졌다.


나는 그런 표정의 남편 얼굴을 처음 보았다.


'이게 뭐지...?'


내가 자리에 앉으니 남편은 나가버렸고

남자 교수는 지나가며 얼굴을 봤던 적이 있던 터라

짧은 인사를 했고

그녀는 활짝 웃으며 나에게 인사를 했다.


그러곤 잠시 어색함이 흘렀고

그녀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사모님~교수님께 이야기 정말 많이 들었어요.

교수님은 우리끼리 술을 마시면

나는 와이프만 사랑한다~와이프를 좋아한다~

우리 와이프가 제일 이쁘다 이런 말만 하세요~'


옆에 교수의 다리를 툭툭 치며

'교수님~맞잖아요~O교수님은 사모님만

사랑하잖아요~그렇잖아요~맞잖아요~~'


그러면서 그녀는 내 옆으로 와서 앉았고.

내 손을 잡았다.


내 앞에 교수는 내 눈치 보다

그녀의 눈치를 먼저 살피고 있었다.


그녀는 '오늘 술자리에서 사모님이 오해하신다는 이야길 들었는데~~

(남편이 이전에 내가 혹시라도 찾아오면 미안하다는 이야길 그녀에게 해서 오해를 하고 있단 건 알 테고, 기프티콘도 받으면 이혼이란 말까지 주고받았으면 그녀는 이미 내용을 알텐데 굳이 술자리에서 또 이야길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저희 4명이 정말 친하거든요. 저는 남자 친구도 있고

10월에 결혼도 해요. 8명에서 다 같이 친하게 지내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원래 카톡에 이모티콘을 많이 쓰고 O교수님(남편) 말고 (앞에 앉아 있던) O교수님이랑도 이모티콘 엄청 써요.‘


그녀는 ‘실례이려나~’하며 앞자리 앉은 교수와의 카톡을 보여주며 ‘보세요~여기도 이모티콘 많이 쓰잖아요.’

‘제가 원래 이모티콘을 많이 쓰거든요.’


원래란게 뭘까..??


'저도 남자 친구가 있어서 뭔진 알고 오해하실 수도 있는데-저는 10월에 결혼도 하고 다 그렇게 지내니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그리고 교수님은 사모님 좋아하니 걱정 마세요'


그러는 사이 남편이 들어왔고 그는 내 팔을 붙잡아 끌며 나가자고 했다.


너무 놀랐고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었지만

너무 세게 당겨서 팔을 잡혀 나왔고

그들과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돌아서서 ‘자기가 오라고 해서 왔는데 왜 그러냐’고 하자

그는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여기 왜왔어.??!’


그러더니 도로로 뛰어나가 택시를 잡으려고 했고

차가 저쪽에 있으니 같이 가자고 그의 팔을 잡았으나

그는 내 손을 뿌리치며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내가 뛰어가 잡고 주차장으로 가자고 달래기를

2~3번 그는 나에게 소리를 지르며 팔을 뿌리쳤고,

저리 가라고 했다.


쳐다보는 사람들도 많고, 이런 상황이 너무 싫어 혼자

주차장 쪽으로 걸어갔다.


가면서도 따라올거라 생각했다.

혹시나 싶어 뒤를 돌아보니 그는 술집으로 다시 가고

있었다.


입에선 욕이 나왔고 눈에서는 눈물이 나왔다.


차를 타고 10분 정도 왔을까?

이전엔 그에게 미친듯이 전화가 왔다.


받지 않다가 받으니

옆에서는 노랫소리가 들렸고

(노래방이었다)


그는 나에게

'자기 왜 나를 버리고 혼자 가? 어디야?

왜 나를 버렸어'라는 말만 반복해서 했다.


나는 너무 화가 나서 이성을 잃었고,

집에 돌아와서 그의 옷을 꺼내 가방에 짐을 쌌다.


그는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왔고

방에 쓰러져서 잠이 들었다.




그녀는 나와의 오해를 풀어주고 싶은 마음에 그에게 나를 불러라고 부추겼던 것 같고,

내 오해를 풀어주려 한 말이었는진 모른다.


그는 술에 취했기도 했겠지만, 자의로 부른 게 아니기에 기억을 못 했던 것 같다.


나와 그녀는 처음 보는 사람이고 아무리 술에 취했지만,

나는 그녀의 행동이 무례하다 느꼈고 모멸감도 느꼈다.

처음 보는 사람에 대한 예의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그 히히 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저런 사람을 좋아라는 그가 더 싫었다.


하지만 그 뒤의 그의 행동에 나는 더 화가 났고..


내 감정을 컨트롤하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오라고 하던 남편의 말을 거절하고 집으로 갔었으면 어땠을까.?


남편의 말처럼 좋은 뜻으로 한 그녀의 말을 왜곡으로 들은 내가 문제였던 것일까?


남들이 보면 작은 일이고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단지 나의 예민함이 문제였을까?


남편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그냥 술에 취했을 뿐인

그의 행동을 너무 깊게 받이들인 것일까.?


그와 그녀는 단지 친한 동료일 뿐이었고,

그녀의 그런 인간관계 스타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내 잘못일까.?


나는 아직도 가끔 이날이 생각난다.


내 잘못인 걸까..?

너의 잘못인 걸까.?

아니면 그냥 생각의 차이인 걸까.?


현명한 사람의 답은 어땠을까..?


이제와 이런 궁금증을 가져봤자 아무 소용없지만

그래도 가끔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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