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결혼은 없던 일로..
남편과 이 일이 있기 전까지
거의 다툰 적이 없었다.
나름 잘 산다고 생각했고
서로를 잘 안다고도 생각했었는데
큰 착각이었다.
나는 그를 몰랐고
그도 나를 몰랐다.
나는 왜 아무것도 아닌 그녀에게
열등감에 사로 잡혀
신경을 곤두세웠을까..?
왜 그는 그렇게 일관적으로
그녀의 편을 들었을까?
왜 내 남편이란 사람은
나를 그리도 불안하게 만들었을까..??
그 불안의 원인은 나에게 있던 걸까..??
그는 12월 초 그녀와 단둘이 참석 예정인
학회가 있다고 했고 참석해도 되는지 물었다.
당신 마음은 어떻냐고 물으니
본인은 가고 싶다고 했다.
그럼 왜 물어보냐니,
그래도 외박을 하니 말은 해야 할 것 같아서
한다고 했다.
가고 싶다는 사람에게 내가 뭐라고 하겠는가.
가라고 해야지...
바로 학회 참석 등록을 하고
병원에 휴가를 낸 것 같았다.
나는 또 마음이 왔다 갔다 해서
나와 같이 가자고 했다가
아니다 그냥 혼자 다녀오라 했다가.
이랬다가 저랬다가~왔다 갔다
혼자 도라이처럼 굴고 있었다.
그는 항상 같은 식이었다.
나는 OO를 하고 싶지만,
자기가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하겠다...
이전 ‘주역'모임도 하지 말라고 했을 때
그는 나에게 말했다.
'자기가 하지 말라고 해서 못했다'
'다른 사람들은 와이프 눈치도 안보던데'
안 그래도 결정장애가 있는 나에게
저런 결정을 항상 떠넘기는 그 때문에
머리가 아팠지만 그의 원망도 듣기 싫었다.
10월의 주말.
혼자 낑낑거리며 에어컨 청소를 하고
에어컨 케이스를 사서 덮고 있었다.
(7월 그 사건 이후 그는 집안일을 일절 하지 않았다.)
그는 의학교육과 인문고전을 접목한
수업을 그녀와 함께 추진하여 만들고 싶다고 했고
그러다 보면 둘이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는데
내가 그런 상황을 참고 견뎌낼 수 있는지 물었다.
참아낼 수 있냐라..
우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내 생각이 문제인 걸까.
문제도 아닌 문제에 내가 심각했나.
그가 배려가 없던 것인가.
모든 문제는 나에게 있는 걸까.
지나간 일에 답을 찾고 싶진 않지만
현명한 사람은 어떻게 대처를 했을지
그냥 알고 싶고 그 현명함과 평안함을
배우고 싶다.
10월 셋째 주말
그녀의 결혼식이다.
그에게 그녀의 결혼식에 참석하는지 물어보니
그날 결혼한다는 말이 없던데.?
우리 몰래 식을 하는 건가?
잘 모르겠다며 얼버무렸다.
그 남자쪽에서 일방적으로 결혼을 밀어붙이는 것 같다고
그녀는 하기 싫어하던 것 같던데
잘 모르겠다~라고 했다.
병원 앞에 그 남자가 집도 구해줬고
그 집에서 살고 있다고 했는데
이제와서 잘 모르겠단다.
너무 웃겼다.
오만 말을 다하는 사이인데 그날 식은 잘 모른다고 하니.
아~알겠다고 하고 말았다.
남편은 그날 학회가 있다고 했고
항상 새벽같이 나가던 그는
아침에 역으로 갔고 새벽에 집으로 돌아왔다.
아마 여자들은 알 수 있을 것이다.
똑같이 나가는 날인데
느낌이 이상한 날.
이상하게 기분이 드럽고 그런 날
그날이 딱 그랬지만.
캐묻지 않았고, 그가 어딜 다녀온 지 나는 모른다.
어쨌든 그녀는 결혼을 하지 않았다.
이후에 그는 매일 바쁘다고 했고
집에는 늦게 들어왔다.
그렇게 빨리 집에서 만나고 싶어 했던 우리는
따뜻했던 우리의 보금자리는
어느 순간 불편한 장소로 변해있었다.
집 앞에서는 한숨이 나왔고
보면 서로 웃음이 새어 나오던 우리는
서로에 대한 웃음기가 없어졌다.
어쩔 수 없단 건 알지만
그는 그녀와 논문을 준비하고
바쁜 그녀의 일상 패턴에 맞춰
10시만 되면 자던 그는 그녀와 함께 일을 한 뒤
새벽 2~3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옛날 어른들 말이
바깥일을 하는 남편은 나가면
남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했고
현명하다고 했다.
나는 현명한 사람과는 거리가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