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에서의 전화

내가 다 해주길 바라는 그의 행동

by 오떡순

그가 집을 나간 다음 주 주말

볼일을 보러 다녀오는 길에 시댁에서 전화가 왔다.


'OO이가 집에 혼자 왔던데 바빴나 보네.?

'저한테 가자는 말을 안 해서 몰랐어요~부모님께 할 말이 있다고 하던데 아마 OO 씨가 이야기할 것 같아요'


결혼 후 시댁에 혼자 간 적이 없던 그인데, 집을 나간 후 시댁을 간 것 같다.


이혼을 하루빨리 부모님께 알리고 싶어 했던 그였기에 이야길 하러 갔다 생각을 했고, 아무것도 모르고 전화하신 부모님께 내가 먼저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설날이 지난 후에 이야기하자고 했지만

그는 바로 말을 하겠노라 나에게 으름장을 놨기에 그런가 보다 했다.


어머님은 무슨 이야기인지 궁금해하셨지만 나는 말을 하진 않았다.


다음날 어머님이 다시 전화가 오셨다.

OO 이는 갔고, 말없이 술만 마시던데 무슨 일이 있냐고 했다.


아 그래요?

별일은 없는데 OO 씨가 이야기한다고 하던데.

둘이 좀 다퉜어요.. 하니 어머님은 살다 보면 다툴 수도 있지라고 하셨다.


이후로도 부모님은 몇 번이고 전화가 오셨고.

그 사람은 시댁을 가서 술만 마시다가 오거나 마라톤 대회를 나간다고 들리거나 했다고 했다.

어머님은 둘이 같이 달리더니 왜 함께 하지 않냐고 하셨는데 정말 몰라서 나한테 전화를 하시는 건지

아는데도 전화를 하시는 건지 잘 몰라서 나도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지만 계속 모른 척을 했다.



아들에게 정말 궁금하면 물었을 텐데..

허나 그 아들이 평범한 성격은 아니니 시어른들 입장에서는 말을 안 하는 다 큰 아들에게 닥달한다고 될 건

아니지만.. 나는 그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묵묵 부답..

그는 무슨 마음이었을까.

답답해서 가는 건 알겠지만 부모님 속이 타들어가길 원하는 것도 아닐 테고.

평소에 가지 않더니 갑자기 혼자 계속 가면서 정확한 상황 설명은 하지 않는 그 마음이 궁금했다.


물론 이혼이란 말을 어찌 쉽게 내뱉겠냐만은..


정확한 상황을 모르는 어른들은 나에게 전화를 하셨다.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예전에도 그는 시댁을 가고 싶어 하지 않았지만,

특히 자고 오는 일은 없었다.

그러니 어른들은 당연히 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뭐가 있구나 눈치는 주면서 무슨 일인지 말은 하지 않는..

하지만 알아서 눈치채길 바라는...


나는 이런 행동도 비겁하다 생각했는데

어쩌면 이게 그의 방법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나는 이번에 시댁에 자주 가는 걸 보고 그래도 가족뿐이구나

얼마나 마음이 힘들면 이란 생각도 했고,

어쩌면 내가 옆에 없으면 알아서 잘 갈 수도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솔직히 초반에는 의심했었다.

그녀의 아카데미가 시댁과 같은 지역이고 둘이 같은 고향이며,

일요일에 수업을 들으러 간 사진이 그녀의 아카데미 인스타에

업데이트 되어 있었기에 그래서 저렇게 주말마다 가는 건가 생각도 했었다.





나는 그가 자기 부모님께서 알아차리길 기다리기보다는

이야기하길 바랐고 내 입으로 그 여자 이야기까지 꺼내고 싶진 않았다.


걱정이 되어 한번씩 연락이 오시는 어른들은 나에게 물었다.

'집에는 들어오니?'


아시는 걸까? 모르시는 걸까?

긴가 민가 싶었다..

아니면 나에게 확인을 받고 싶으신 걸까.


왜 남편은 아직까지 말을 안 하는 것일까.


참 여러가지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어머님께 같이 일하는 동료로 인해 다툼이 있었고,

술을 마시고 나에게 실수를 해서 크게 다투었고 사이가 조금 틀어졌다고 했다.


어른들은 그가 잘못했다고 했지만, 아들 입에서 나온 말이 아니기에

내 말을 100%로 신뢰하실 순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여자 문제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으셨을 것이다.


그런 시어른들께 나는 집을 나갔다는 말을 하진 않았고,

내가 잘 풀어보겠노라 그냥 안심시켰다.

내 본마음이기도 했고..모르겠다 그냥 안심시켜드리고 싶었다.




사실 나는 그가 이혼하자고 하고 집 나갔는데요.?

말만 하면 된다..

하지만

부모님께 내가 상처 드리기가 싫었고,

그는 본인이 원하는 걸 다 했는데 그 결과를

왜 내 입으로 부모님께 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그 말에 대한 책임을 내가 지는 게 너무 싫었다.


본인의 행동에는 스스로가 책임지는 그런 사람이 '그'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그래도 시어른들이 현명하신 게,

술의 문제는 아들 잘못이라고 내 편을 들어주셨다.


우리 아들이 네가 어떻게 했길래 집을 나갔겠니

라고 안 해주신 게 어디냔 생각도 들었다.


만약 그런 말을 하셨다면 나는 당장 우리 부모님께

이야길 해서 뒷조사를 하던 증거를 잡아서

학교 윤리위원회와 행정처에 서류를 바로 보냈을 것이다.


평소에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던 부모님께 '그'는 고마워해야했다.




하지만 그는 5월전까지 나에게 본인 짐을 찾는 연락과 이혼을 해달라는

말만 여러 차례 했을 뿐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물론 3달 만에 마음을 접고 이혼을 원했고 집을 나갔다면

끝인 것 맞다. 부부사이가 나혼자 뭘 한다고 되는건 아니니..


그는 다투는 2달 동안 나에게 닿진 않았지만

본인만의 노력은 뭐라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정말 이렇게 끝을 낼 줄은 몰랐다.


아무것도 몰라서 모르시는건진

모르겠는 시부모님들은 나에게 계속 연락이 왔다.








작가의 이전글자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