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통신사에는 연락했어요??

by 오떡순

일요일에 집을 나간 그에게

월요일에 문자가 왔다.

'자기야~통신사에 연락했어요?'


본인 집에 인터넷을 설치해야 하는데

우리 집 인터넷 비용을 자기가 내고 있으니

카드 변경을 해달라는 연락이었다.


‘자기야’라는 말에 나는 순간 뭔가 했다.


입에 붙은 말이라 무심코 적은 말이겠지.


**지금 돌이켜보면 나는 참 고분 고분 했다.

저 성격은 내가 아니었다.

하지만 내 성격을 다 보이고 당시의 기분대로만 행동했다가

또다시 후회하는 일을 반복하고 싶진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못하고 있다.**


아마도 그냥 다 인정하고 참고 넘어가서 지금은 후회가 없을 수도 있다.




나가는 날을 통보한 그에게 내가 나름 참았던 이유는

홧김이 짐을 싸서 나가라고 했던 나의 말과 행동이 후회되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저 일 말곤 같이 사는 동안 미안하거나 더 잘해줄걸 하는 후회는 없다.


우리의 다툼에 집을 나가고 말고의 언급은 필요 없는 언급이었고

특히 내 집이었기에 그는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다.


나는 이삿날을 통보한 그에게 솔직히 양가 부모님들 불러서

끝까지 가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혹시나 하는 미련이 컸기에

그가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서 마음을 돌릴 수 있다면 이혼을 막고 싶었고,

그의 말처럼 가보지 않은 상황(떨어져 지내는 동안 좋아질 수 있다)에 대해

떨어져 있는 시간을 가지면 그의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던 것 같다.




그 후 이틀 인가 뒤 저녁에 연락이 왔다.

놓고 간 게 있어서 집에 들러도 되냐고 했다.


그는 자기 마음대로였다.


왜 오나 했는데 놓고 간 돈과 자기 코트를 빼먹어서 가지러 온 것이었다.

코트도 아빠가 결혼식 때 사준 옷이었는데.. 까먹고 갔을 수도 있지만

다시 가지러 오는 그도 대단하다 생각했다.


돈 500만 원 현금을 결혼식 때부터 집에 놔둔 거였는데

그가 나가고 난 뒤 치워뒀다.

언젠가는 달라고 할 것 같았다.


그 500이 뭐냐면..

결혼 때 시댁에서 준 돈이라며 천만 원을 우리 집에 드리라고

그가 나에게 줬고 아빠가 500을 돌려줬다.


아빤 그냥 우리 쓰라고 돌려준 것이었지만

남편은 현금은 집에 놔두고 시댁에 알아서 계좌로 보낸다고 했다.


당시에 시댁에서는 결혼 때 보태준 돈이 단 하나도 없었고

한복도 상견례 때 호텔 밥값도 남편 양복 코트 패딩에

본식 스냅 250만 원도 인덕션도 아빠가 해줬다.

남편 돈으로 큰 가전과 가구 도배를 했다.


그 외 기타 소형 가전과 소형 가구 집을 꾸미는 소품등은

전부 내가 부담했다.


집에 현금 500만 원이 없자

그는 표정이 변해 어디 있냐고 물었고,

내가 치웠다고 하자 옷이랑 챙겨 들고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생활비도 현금으로 일정 금액을 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고

그가 다 들고나가 버린 컴퓨터도 내가 사야 했기에

솔직히 주기 싫었는데 무슨 미련이었는지

다음날 300만 원을 그의 통장으로 보냈다.


그 돈에 대한 후회는 없다.




나는 소송을 당하고 벌금을 내더라도

학과장을 찾아가 학생들 앞에서 개망신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다녀온다고 한들 내 속이 편할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거긴 직장이고

둘이 성관계를 가진 불륜이란 증거는 나에게 없다.


정신적 바람은 그가 집에 있을 때

포커페이스를 하며 카톡과 사진 통화목록등 증거를 잘 수집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그녀와

나의 기분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본인의 감정만이 중요했고

그것 또한 나는 유책이라고 생각한다.


내 머릿속은 복잡했고 감정도 왔다 갔다 했고,

마법에 걸릴 땐 더욱더 롤러코스터를 탔다.




아무튼 그는 가지고 갈 물건이 생각날 때면

나에게 먼저 연락을 했고 내 전화는 거의 받지 않았다.


내가 전화도 몇 번이고 했지만 그는 한 번을 받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나를 끊어 내고 있었고,

마음을 돌릴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보였다.






작가의 이전글생각의 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