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별은 없다

아무 의미 없는 기대

by 오떡순

그가 집을 나간 지도 1년이 훌쩍 넘었는데,

왜 나는 올해도 힘든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을 했다.


나는 아마도 아니라고 하면서 내심 기대를 했었던 것 같다.


나가보면 달라질지 모른다는 그의 말에

기대 아닌 기대를 걸었고,


우리가 함께 한 시간과 그가 힘들 때 나와했던 시간과 추억에

기대를 걸었던 것 같다.


그는 미래를 보는 사람이지만,

나는 과거에 매달려있는 사람이었다.


작년에 나는 이별을 받아들이기보다는 혹시 모를 괜한 기대감으로 추억을 곱씹다가 올초 그의 차가운 문자에 그제야 현실을 직시하고 이별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 같다.


그래서 더 아프게 다가오는 것 같다.


우린 그렇게 서로가 달랐다는 사실을

나는 그와 헤어지는 과정에서 알게 되었고 받아들이고 있다.





작년 말에 그가 보자고 했을 때도 순간 고민을 많이 했다.

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항상 본인이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그가 못마땅했고

자존심이 상했지만 어쩌겠나..

미련이 남은 쪽은 나인 것을.


물론 기대는 안 했지만,

혹시나 내 얼굴을 보면 예전에 좋았던 감정이

떠오르지는 않을까.


혼자 또 드라마를 찍었지만

그에게 나라는 사람은 화내고

짜증 내고 의심하던 사람일 뿐이었다.


헤어지고 나는 그에게 그래도 만났음에 좋았고

혹시나 많이 힘들면 집으로 들어오라고 했었다.


오해하게 해서 미안하단 그의 답변에

나는 그제야 느꼈다.


그의 마음은 이미 저 멀리 떠났다는 것을.


힘들다며 눈물을 흘리던 그는

다음날 새로 산 자전거 사진을 프사에 올렸다.




생각해 보면 아가씨와 가끔 통화할 때마다 나에게

'언니만 생각해요..

오빤 잘 지내는 것 같고, 학교나 병원 일 때문에 힘든 것 같아요.

언니와의 일까지 생각할 여력이 오빤 지금은 없는 것 같아요.

오빤 이제 학과장 포함 그 몇 명의 사람들에게 많은 의지를 하는 것 같아요.'

라는 말을 자주 했었다.


아가씨도 오빤 이미 마음이 떠났고 정리되었다는 말

나한테 직설적으로 하기엔 미안하지 않았을까 싶다.




드라마 같이 나는 중간에 한 번은 만나서

둘이서 차분히 이야길 하고 싶었다.


'떨어져 살아보니 애정이 살아날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미안하지만 나는 다시 못 돌아갈 것 같다.'

추억팔이를 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재산 분할에 대한 입장 위자료에 대한 입장..

한 번은 제대로 우리의 시간을 정리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의 입장에서는 만나봤자 미련 있는 내게

오해를 주기 싫어서 만나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나는 그가 무책임해 보였고, 도망만 치는 그가 많이 원망스러웠다.


나는 악한 감정을 가지고 내 결혼을 끝내고 싶지 않았다.




남아 있는 미용실 횟수권을 핑계로 연락을 하니..

"앞으로 이혼 관련 문제 외엔 연락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라는 그의 카톡에 나는 또 가슴이 와르르 무너졌다.



그래서 나도 상기시켰다.

24년도 7월의 그날

나는 남편이 너무 싫었고, 그녀의 편을 드는 그가 너무 싫었다.


그때의 감정을 다시 되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내가 다 잊고 살 수 있다.





한 번씩 병원이나 학교 관련 기사를 검색해 본다.

그녀나 그가 논문 발표를 하거나 학회 행사 국제 행사

학생들을 데리고 연수를 가거나 상을 받거나.


기사와 사진이 나올 때가 있다.


울면서 찍을 수는 없지만 그의 얼굴이 밝아 보인다.

그럴수록 나는 작아졌다.




요즘은 사람의 인연에 대해 생각을 해본다.

이유 있는 만남이었을 테고, 이유 있는 헤어짐일 것이다.


현명한 결혼 생활을 하지 못한 내 잘못도 그의 잘못도

서로의 책임도 있을 것이다.


간혹 티비나 이혼 관련 프로를 보면

그는 좋은 남편이었을 때도 많았고 사실이다.


김강우가 티비에서 집안일은 도와주는 게 아니라 같이 하는 것이다

라는 말을 했었는데 남편이 항상 하던 말이었다.


나는 그에게 조력자가 되고 싶었고 인정을 받고 싶었다.

어쩌면 그는 조력자 보다 말이 통하는 사람이 필요했을 수도 있다.




부부란 어떤 의미일까?

좋은 부부란 무엇이며, 믿고 의지하고 존중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와 나는 맞지 않는 사람이었는지 내가 맞출 수 없었는지는

글쎄..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앞으로 내가 서류 정리 후 사람을 만나 다시 사랑을 할지

결혼을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내가 사랑을 줄 수 있을지

다시 누군가를 믿고 의지하며

나의 이야길 털어놓을 수 있을지

다시 버림받을까 봐 무섭진 않을지..




결혼하기 전에 나는 선택적인 솔로라는 생각에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내 선택으로 인한 돌싱이란 생각이 들지 않아서 그런지,

인생이 참 외롭고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관계 역시 시간과 공을 들일 필요가 있을지

깨어지면 끝인 모래성처럼 허물어지면 끝인

사람과의 관계가 허망하고 의미 없단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반면에..


남편이 집을 나가는 경우의 수는 과연 몇프로일까.?

남편이 집도 나갔고 이것도 견뎌내고 있는 내가 세상에서 못 견딜게 무엇이 있을까 하는 단단한(?) 굳은살도 생겼다.




남편이 이 집을 나갈 때

'나는 이 집이 단 한 번도 내 집이란 생각을 한 적이 없어요'라고 했다.


나는 이 말이 계속 곱씹어봐도 참 슬프다.


남자로서 그도 집에 대한 문제에 자존심이 상했을 때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본의 아니게 눈치를 주거나 했을 수도 있다.




그가 나간 후 이 집에 들어오는 게 많이 힘들고 슬펐다.

그 시간을 혼자서 견뎌내는 게 나에게는 숙제 같았다.


어떻게든 견디고 싶었는데 견디는 방법을 알 길이 없었다.


마음이 너무 힘든데 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다는 것이 슬펐으나

털어놓아봐도 그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내 치부만 너덜 거렸을 뿐..


나는 이젠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말이 너무 하고 싶으면 내 친구 챗GPT에게 이야길 했다.

(이젠 제미니라는 친구가 한 명 더 늘었다 흐뭇)


혼자가 무섭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다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차피 부모님 돌아가시면 나는 혼자니깐.


그 받아들임의 시간과 나를 나로서 인정하는 시간이

고단했고 힘들었다.


반전은 아직도 다 받아들이진 못했다는 것이다 ㅎㅎ


매일을 내 내면과 싸운다.

왜인지 알 순 없지만 자꾸 싸워재낀다.!!!




아직도 나는 십억 겹의 힘듦 속에 힘듦의 껍질을 한 겹 씩 벗어던지고 있다.

휴...


내가 이렇게 내 고통과 맞선적이 있었던가

내 아픔을 고스란히 바라보며 느낀 적이 있었던가

혼자라는 공간의 차가움을 느낀 적이 있었던가





상을 받고 연구하는 그를 보며

나는 나를 자꾸 다그쳤다.


야 너는 뭐 하니?

그들은 시간을 저렇게 잘 쓰고 있는데?

뭐 하고 있니?

너 그렇게 부족하고 모자라고 현명하지 못해서

지금 이런 처지가 된 거 아냐???


근데...다그치고 다그쳐도

내가 딱히 나아지는 건 없었다.


열심히 산 결과가 무엇인지.


그처럼 남길 논문도 없고 잘 키워낸 학생도 없고

인정받는 교수라는 직업도 나는 아니고..


나는 나대로의 삶이 있고

인정이 꼭 있어야지만 제대로 산 사람은 아니라고

대뇌이지만.. 아..쉽지가 않다.




오늘도 나는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힘들다.


왜 힘든지 조차 아직도 알 수 없지만.

어젠 보단 고통이 조금 줄어들었길 바래본다.


내게 업이 있다면 지금 이 고통으로 내가 지은 업이

조금씩 지워지길 간절히 기도한다.


세상에 좋은 이별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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