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끝이 날 줄이야..
1년 정도 지나면 말끔하진 않아도 조금 괜찮아
질 거라고 예상했다.
아니 내 솔직한 마음은..
그가 집을 나간 후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스스로도 돌아보며 나에 대한 감정도 어느 정도 이해를 할 것이라 생각했고 적어도 대화는 시도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미 마음을 먹은 그는 나가는 순간부터 이혼이 결론이었지만 나는 혹시 나가보면 내 마음이 어떨지 아냐는 그의 말에 1%로의 기대감을 가진 것 같다.
물론, 기대감이 크지도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 때문에 지난 1년간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못한 마음이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컸던 것 같다.
우린 끝났다고 생각하면서도 예전처럼 잘 지낼수도 있단 마음도 애써 꾹꾹 눌러담았던 것..
만약 그때의 기분대로 행동했다면 나는 시간이 지나고 또 후회했을 것이다. 내가 그렇게 안 했으면 또 어땠을지 한없이 스스로를 다그쳤을 것이고..
되돌아보니 그때도 지금도 나는 스스로를 다스릴 줄 몰랐었다.
떠난 사람의 마음은 잡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평소에도 가지고 살았지만 결혼을 하고 막상 상대가 떠나는 것을 보니 마음을 놓기란 게 쉽지가 않았다.
(내 입장에서는 어떤 사람의 등장이란 생각이 지배적이었기에..)
그가 본인의 필요에 의해서만 연락이 올 때면 화가 났었지만 한편으로 나는 늘 전전긍긍했다.
내가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도 없거니와
무슨 생각에 그런 행동을 하는지 알수도 없지만.
내가 본 그는 현재의 삶에 불편함이 없기에
나와 함께 하는 선택지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직장을 그만두지 않는 이상 학과장과의 관계를 끝낼 것도 아니었고 나와 그가 생각하는 인간과의 경계와 관심의 이동에 대한 서로가 가지는 생각 자체가 틀렸고
시간이 지나고 이렇게 되고 결과론적인 상황이 되고 나서야 나는 상황을 다시 생각도 해보고 날 돌아보게 되었지만 쭉 같이 살았다고 하면 나도 그도 달라진게 있었을까.?
그는 여전히 나에게 미안함이 없는 사람인데,,
나는 지난 1년 동안 자책의 시간이 매우 길었다.
병원을 가기까지 많이 주저했지만
그래도 내가 잘(?) 견뎌온 건 약의 힘도 매우 컸고,
그 선택에 대해서는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
그래도 나는 가끔? 아니 솔직히 매우 자주 생각한다.
이런 내가 아닌 현명한 여자라면 어땠을까?
화내거나 그에게 집착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가 인간관계에 힘들어했으니 그녀를 여자가 아닌 좋은 동료로
그에게 도움을 주는 한 인간으로 인정했을 수도 있다.
학과장을 한 사람의 인간으로 이해하며
그들의 교감을 그의 성장으로 보고 그의 성장은 곧 나의 성장이 될 수도 있느니
나무를 보지 않고 숲을 봤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에게 만 가지의 애교를 부리며 모든 일을 알려준 그인데
순수한 마음으로 그녀에 대해 알려준 것인데
작은 내 소견으로 그를 몰아친 건 아닌지..
정신없이 그런 생각이 몰아쳐서
내 머릿속은 안 그래도 복잡한데
더 복잡 꼬불 꼬불 해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크게 나아짐이 없는 것 같다.
내가 똑똑하고 그처럼 전문직이었으면 어땠을지,
내가 인문학에 관심이 많고 지식이 풍부해서
그와 같은 곳을 바라보며 이야기가 되는 사람이었다면
우리 사이가 달라졌을지.
나는 나를 끝없이 죽였고 또 끝없이 스스로를 비참함의
구렁텅이에 밀어 넣고 또 밀어 넣었다.
울다 지쳐 잠이 들고 울다 지쳐 잠이 들고
다음날은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출근을 하고.
또 밤이 되면 내가 자라온 환경까지 부정하며 원망하며
스스로를 힘겹게 만드는 나란 사람은 이전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나는 뭐가 그렇게 슬프고 뭐가 그렇게 힘든 건지.
내가 싫어서 집을 나간 사람에 대한 미련인지
이혼이 싫은 건지
나에 대한 원망이 큰 건지.
내가 참을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잘 견뎌내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사는지
어떤 미래를 그리는 사람인지
나는 아직도 나를 잘 모르겠고
아직도 스스로를 모르는 내가 나는 너무 싫고.
그래도 정말 티클만큼 좋아진 것이 있다면,
조금 살고 싶은 마음도 조금의 목표도 생겼다.
예전에는 큰 목표도 없이 인생의 허망함에
내일이라도 죽어도 크게 상관이 없었다.
아침에 눈을 떠서 내가 살아있음에 감사하지 않았다.
이제는 나에게 놓인 이혼이라는 큰 실타래를 잘 풀고
평범하게 작고 소소한 행복으로도 잘(?) 살고 싶은 마음..
아니 평범하게 소소하게 그냥 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어릴 적부터 내 소망은 마음이 편한 화목한 가정이었다.
카페에서 웃으며 대화하는 가족들, 그 평화로운 웃음이 묻어나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내 집에 공기가 편하고 말하는 것에 주저없이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말할 수 있음이.
부모에게 가끔 투정도 부리고 주저리주저리 만 가지 이야길 하고 어려운 일은 부탁도 하며
하하 호호 웃음만이 새어 나올 순 없지만
무심코 툭 던진 말에도 웃어넘길 수 있는
따뜻함이 있는 가정.
내 꿈이었고 희망이었다.
당장의 내 꿈은 깨어졌다.
그렇다고 바로 내 꿈 때문에 다른 가정을 꾸려나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내가 만든 가족의 결과는 이렇게나 비참하지만
4년은 즐거웠고 나름 행복했다고 생각하고 싶다.
내 미래는 이혼녀로 정해져 있다.
서류 정리의 과정과 결말의 기다림이 간혹 매우
잔혹하지만, 그 아픔 속에 내가 아주 조금은 성장한 것 같다.
내 인생은 잔인하게도 혼자다.
가끔 보단 자주 외로움을 느낀다.
둘이서 아픔을 나누고 싶었지만 그게 실패했다면
내 문제도 있는 법.
잘 받아들여지진 않지만
받아들여보고 싶다.
아직 죽지 않고 웃으며 잘 살아 있는 나에게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