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끝은 결혼만이 아니었다

지긋지긋한 연민

by 오떡순

결혼을 준비하면서 이혼을 생각하는 사람은 세상에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이 사랑의 끝이 결혼이라 생각하며,

찬란하진 않아도 함께할 미래가 설레었다.


이 사람과 함께라면 난 다 인내할 수 있을 것이라 단언했다.




그는 만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에게 고백을 했다.

나는 순간 두근거렸고, 여동생과 나이차가 많이 나서 속으로

'네 딸만 아니면 괜찮다'는 생각만 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모태 신앙이 '여호와의 증인'이며 '보이스 피싱' 1억을 당했다고 했다.


여호와의 증인은 처음 듣는 교회인데 뭔지 몰랐고,

1억은 있던 돈이 통장에서 빠져나갔다고 생각했다.


우리 집은 불교이지만, 절실한 불교 신자는 아니었다.


신기하게 주변에 교회를 다니는 친구가 없어서

여호와의 증인이 뭔진 몰랐지만,

이단 인가 하는 생각은 들었다.


교리에 깊은 관심도 없었지만

헌혈을 하지 않고, 초를 불지 않아 생일 명절 등을

챙기지 않는다고 했다.


어찌 보면 내가 편한(?) 일 일수도 있지만

우리 집은 가족들 생일을 다 챙기고

명절을 챙기는 집이라..

나는 시댁도 그런 집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남편은 종교를 나왔고 시댁 어른들이 나에게

종교를 강요할 일은 없으니 뭐 좋은 일이라고

우리 부모님께는 굳이 알리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사람에 대한 선입견이란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굳이 저런 일로 남편에 대한 선입견을 심어주기 싫었다.


알린다고 해서 해결이 될 일도 아니니깐.


그런데 돈은 내가 잘못 이해해서 뒤늦게 알았지만

모아둔 통장이 아닌 마이너스 통장에서

돈이 빠져 갚아야 하는 돈이라고 했다.


그래도 그는 전문직이기도 했고,

둘 다 돈도 벌고 있고

그도 아파트를 가진 게 있었고(대출이 80% 였지만)

제일 큰 건

내기 집이 있었기에 큰 걱정을 하진 않았다.


물론 돈을 갚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에게 인생이 무너질 일이 아니며

그 일로 인해 죄책감에 시달리지 말라고 하고 싶었다.


집 값은 오를 수도 있고

또 우리가 집 대출금을 갚지 않아도 되니

그거라도 어디냐며,

여윳돈이 생기면 갚으면 된다고

위로 아닌 위로를 주고 싶었다.


남편에겐 당연히 위축이 될 법한 중요한 문제였겠지만

나는 위축되는 그가 너무나 안쓰럽고

불쌍하게 느껴졌다.


인생이 무너질 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그가 느끼는 기분을 100%

이해할 순 없지만 털고 일어나라고

쉽게 말할 문제도 아니었다.


충분히 당당했을 사람이고

저런 일들이(?) 아니면 굳이 나랑 결혼도 하지 않았을 사람이니깐.




그는 어릴 때부터 신앙 활동을 하면서

이 신앙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고,

교리를 공부할수록 그만해야겠단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후 29살이 되어서야 거길 그만두며

평생을 함께 했던 친구, 가족들과

등을 졌기 때문에 엄청 힘들었을 것이다.


군대도 징역을 살아야 했는데 군의관으로 근무를 했기에

시댁과도 엄청 싸우고 5~6년 정도 절연하고 살았다고 한다.


나는 외로운 싸움을 했을 그가 많이 안타까웠다.

처음에는 그의 부모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멘털이 약해져서 아마도 군대에서

보이스 피싱을 당한 건 아닐까도 생각했다.


위로해주는 사람 하나 없이

자책과 괴로움으로 그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어렸을 때부터 친했던 친구들은 다 등을 졌고

돈 문제까지 생겼음에도

군대에 간 아들에 대한 괘씸함으로

부모도 그를 등졌고

죽고만 싶었을 그의 마음이 너무 공감되었다.

(자식이 군대를 가지 않고 교도소를 보낸다는 거 자체가

나는 정말 이해할 수 없다.)



나는 그런 그에게 진심으로 힘을 주고 싶었고

따뜻한 보금자리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었다.

네가 멍청해서 당한 게 아니라고

나를 만나 회복하는 그를 보고 싶었다.


아마도 난 내게 그런 힘이 있을 거라

기대도 착각도 했었던 것 같다.


결혼 생활 중에

웬만하면 그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다하고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원하는 삶을 살게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결혼은 내가 사람을 구하려고 하는 것이 아님을

내가 보호자가 되어서

기쁨을 주고 싶어서 선택하는 것이 아님을

지금에서야 알 것도 같다.



나도 원가정에서의 지나친 구속이나

보수적인 성격, 가치관에 힘들었기에

나는 그를 이해한다고 생각했고

누구도 부여하지 않은 사명감에 사로 잡혀 있었다.


또 능력적으로 기울어진 결혼이란 생각에

여자는 결혼을 잘했다고 주변에서 이야길 하지만,

남자도 결혼을 잘했다고 할까?

하는 자격지심도 컸었다.



그는 나와 사귀기 전부터 보이스피싱 소송을 2건으로

나눠 진행 중이었고 1건은 다행히 승소 판결을 받았으나

그 전달책이 벌이가 없어 돈을 받을 수 있을진 아직 모른다.


나머지 1건은 패소를 했고 그는 참 많이 괴로워했었다.

그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일 때면

내가 그에게 힘이 될 수 없다는 자책과

자기 연민에 깊이 빠졌다.


결혼 이후 패소한 소송에 항소를 하고 싶어 한 그는

변호사를 찾아서 소송을 진행했지만

패소했고 상대방 회사(코인 회사) 소송 비용까지

그가 지불했다.


결혼을 했기에 누구의 돈이라고

따질 수는 없지만 엄격히 말하자면

그의 돈이기에 내가 하지 말라고 말릴 수도 없었고

그가 하고 싶어 했다.


그는 변호사 선임까지 했지만

결국 천만 원 이상의 돈을 써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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