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B 북클럽] <프로덕트 오너, 김성한>
최근 7월부터 8월까지, 내로라 하는 IT 대기업에서 Product Manger 채용전환형 인턴 직무를 수행했다. (이 인턴 후기에 대한 자세한 준비과정과 결과는 이후에 기회가 된다면 기술하고자 한다!)
사실 정보보안/개발 쪽을 지향하다 서비스 기획 쪽으로 진로를 바꾼 것이지만, ITM이라는 학과를 졸업하면서 PM/PO와 연관 있는 기획, 데이터, 개발을 모두 경험해보았다. 그래서 썩어도 준치라고 4년간의 서비스 기획을 해 본 경험은 충분히 실무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예상했고 자신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무척 참혹했다!
8주간 총 2개의 과제를 수행했는데, 채용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을 거라는 예감은 2번째 과제를 수행하면서 무척 강하게 다가왔다. 정확히 콕 찝어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그 뉘앙스랄지.. 아니면 그 분위기랄지.. 왠지 '아, 나는 이번 전형에서는 통과를 하지 못하겠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결과를 본 날 이후부터 상실감에 정말 많이도 울었고, 왜 내가 되지 못하였는지에 대해서 이렇게 했으면 붙었을까? 저렇게 했으면 붙었을까? 하는 가정도 무척 많이 하게 되었다. 아무리 회복 탄력성이 좋다고 생각했더라도, 정말 꿈에 그리던 기업이었기에 쉽사리 회복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평정을 되찾은 상태에서 다시 나의 인턴 생활을 생각을 해보면, 나는 떨어질만 했기에 떨어진 거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실제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며 하나의 프로덕트를 정말 관리해 본 경험을 겪어본 이들에 비하면 당연히 나는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하는 것 뿐만 아니라, 어떻게 유저를 유입시킬 것이며, 유입시킨 유저들을 락인시키는 방법, '왜' 유저는 이 서비스를 채택할 것인지며 '왜' 기업은 이 서비스를 해야 하는지.. 등 정말 많은 부분에서 부족했다. '와, 저 사람은 정말 최고다..' 하는 분은 정책 설계까지 해오신 걸 보고 정말 놀라 뒤집어질 뻔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 인턴 과제 수행 때문에 잠시 쉬고 있던 북클럽에서 다음 책으로 김성한 쿠팡 PO의 저서인 <프로덕트 오너>를 채택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클럽원들은 이 책으로 말미암아 PM/PO 직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실제 실무에 투입되더라도 PM/PO라면 응당히 해내야 할 것들을 해내기 위해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나 역시 이전의 실수는 두 번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책을 사서 읽기 시작했다.
이번 책을 읽고 또 읽으며 내재화시키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 실수를 한번 더 하게 된다면 그건 실수가 아니라 실력일테니까.
"우와, 차 색상이 변하네? 이런 것 까지 신경 쓰는구나!"
"왜? 차 색깔이 달라?"
"응, 아까는 검정색이었는데, 지금 오는 우버Uber는 흰색이라서 아이콘도 흰색으로 변했어. 한국에서는 캐릭터로만 보여주는데"
- <프로덕트 오너, 김성한> 中
저자는 책의 프롤로그로 친구의 우버에 대한 감상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친구의 프로덕트에 대한 즐거움과 감동을 잡아내었다.
우리는 언제 감동을 할까?
경이로운 것을 보았을 때?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했을 때? 모든 것이 정답이 될 수 있겠지만, 나에게 있어 감동은 '세심한 것 하나라도 나를 위해서 배려해줬을 때' 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감동은 나에게 영원히 잊혀지지 않으며 계속해서 지속하고 싶을 것이다.
이는 프로덕트를 사용하는 고객에게도 적용되는 말이 아닐까?
우버의 예시만을 봐도 그렇다. 한국에서의 서비스나 우버의 서비스나 편리함을 주는 것은 동일할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요청한 차량을 신속하게 보내주는 것에 멈추지 않고, 사용자가 차량을 조금이라도 더 잘 인식할 수 잇도록 색상까지 바꿔준 그 섬세함, 그 감동을 느끼는 순간 고객은 그 서비스에 매료될 것이다.
그러므로 PM/PO는 사랑받는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해 고객에게 감동을 제공하려고 집착하고 또 집착해야 한다.
그렇다면 자연히 집착의 방법에 대해 궁금할 것이다. 고객 집착, 집착.. PM/PO가 되기 위한 사람이라면 그 누구든, 귀에 못이 박힐 만큼 들을 말이 바로 '고객 집착'일 것이다. 그러면 그 고객 집착을 하기 위해서는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데?
고객 집착의 방법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는 먼저 그 시초에 대해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시초는 PM/PO라면 흔히들 들어봤을, 닐 맥엘로이의 <브랜드 맨>에서부터 시작한다. 닉 맥엘로이가 채용하고자 한 브랜드 맨의 직무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자신에게 주어진 제품의 판매 추이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고객을 면밀히 살펴보며 고객들과의 소통을 통해 그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사람이다.
예컨데, 비누 제품의 브랜드 맨이라면 정말 그 비누가 고객들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지, 패키지 디자인은 고객들의 호감을 사기에 충분한 지, 비누가 진열되어 있는 매대는 고객들이 찾기에 적절한 지, 광고 효과는 있는지, 비누를 사용하기에 불편한 점은 없는지 등등.. 비누라는 제품의 개발, 출고, 유통, 마케팅, 데이터 분석, 그리고 다시 고객과 동료들로부터 문제점을 듣는 과정을 모두 반복하는 책임자인 것이다.
즉, '고객 집착'을 한다는 것은 현장 있으면 현장으로, 공장이 있으면 공장으로, 판매처가 있다면 판매처, 심지어 단순하게는 고객센터에 가서 통화를 듣는 것.. 고객과 마주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이 포함되는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고객이 무엇이 원하는지, 어떤 경험을 원하는지 등을 데이터까지 분석하며 파악하는 것, 그것이 바로 '고객 집착'이다.
정말 간단한 예시를 들자면, 바로 LINE의 사례가 있다.
많이 알려져있다시피, LINE은 일본, 태국, 대만에 많이 쓰이는 커뮤니케이션 tool로 국내의 카카오와 굉장히 유사한 기업이다. 그리고 위의 인터뷰 대상자는 태국 라인뱅크에 일하시는 개발자이시며, LINE에서 하나의 feature을 만들어내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설명해주신다.
그 중 고객 집착과 관련된 내용은 4:11 정도에 나오는데, 태국 현지에서의 specialized feature로는 계좌 이체를 실행하면 이미지 슬립이 자동으로 갤러리에 저장되는 기능이 있다고 한다. 해당 기능은 원래 라인 뱅크에 없었던 feature이지만, 태국 현지에서는 이미지 슬립으로 물건을 구매하거나, 구매한 것에 대한 증빙으로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태국 현지의 은행 서비스라면 보편적으로 구현된 기능이라고 한다.
태국 라인뱅크는 현지의 사람들로부터 요구사항을 받아내고, 이를 분석하여 기능으로 구현해낸다. 이와 같은 '고객 집착'의 태도가 곧 570만명이 사용하는 사랑받는 프로덕트, 라인 뱅크를 만들어 낸 것이다.
정말 많은 이들이 '밀크셰이크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것도 특히나 PM/PO라면 더더욱! 그리고 이런 밀크셰이크 이야기가 말하는 바는 매우 간단하다.
제품은 각각의 니즈에 의해 고용된다는 것
밀크셰이크의 이야기만 봐도 알겠지만, 밀크셰이크를 주로 구매하는 사람은 성인 남자, 그 중에서도 아버지였다. 하지만 시간대별로 구입 목적이 달랐다.
오전에는 허기를 메우기 위해 밀크셰이크를 고용하였고, 오후에는 아이들을 위한 간식으로써 밀크셰이크를 고용하였다. 즉, 같은 '성인남성'이라는 고객 정보를 가진다 하더라도 그 니즈는 개별이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점이 시사하는 바는, 고객은 자신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다른 프로덕트를 '고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밀크셰이크를 예로 들자면, 오전 시간대에 밀크셰이크만큼 오래 섭취할 수 있고, 적당한 포만감을 주며, 더 쉽게 살 수 있는 제품이라면 얼마든지 고객들은 밀크셰이크가 아닌 다른 프로덕트를 고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점에서 한 가지 고백하며 반성할 것은, 나는 인턴 근무 당시 이 중요하디 중요한 사실을 망각하고서 서비스를 기획하려 했다. 자세한 것은 대외비이므로 간략히만 설명을 하자면, 당시 회사에서는 A라는 국가에서 B라는 프로덕트에 사용자를 빼앗기고 있던 상황이었고, 어떻게 하면 사용자 점유율을 다시 뺏어올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엇다.
이에 나는 해결책을 찾아내기 위해 고객 세그먼트를 진행하였는데, '왜' B라는 프로덕트를 고용하는 지를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사용성과 편의성에만 치중하여 B라는 프로덕트를 A 국가 사람들은 많이 쓰는데, 굳이 자사 프로덕트로 다시 옮길 필요 없이 B라는 프로덕트를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빼앗기고 있다고 결론을 지었다. 그러므로 자사 프로덕트로의 이동 편의성을 보장하자는 해결책을 내었는데, 정말 이 책을 읽고 나서 다시 생각해보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는지 얼굴이 붉어질 정도이다.
실제로 해당 해결책을 제시하고 나서 받은 피드백이 바로 '왜 A 국가 사람들이 B 프로덕트를 쓰는지 그 이면에 깔린 니즈를 좀 더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였다. 이미 리드장님은 나의 해결책의 어떤 부분이 부족한 지를 한눈에 파악하신 것이다.
PM/PO는 표면적으로만 보이는 고객 데이터에 매몰되면 안된다. 동일한 프로덕트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이를 고용하는 고객들의 목적은 다 가지각색이다. 그러므로 설문 조사나 이미 지나간 과거의 데이터만을 보고 시장의 수요를 추측하는 것이 아닌, 당장 직면한 현재의 고객이 어떤 제품을 고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왜 그걸 선택하는지에 대한 관점으로 분석해야 한다.
우리는 언제든 고객이 다른 프로덕트를 고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고객에게 집착하고, 고객에게 공감해서 왜 다른 프로덕트를 고용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분석해내고, 이를 해결해내야만 한다.
*데이터, 일정, 요구사항에 대한 글이 추가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