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tter in New Town Nov 07. 2022

명상 앱 헤드스페이스 분석하고 이해하기

역기획 준비과정


지난 글에서 알아본 국내외 명상 시장의 성장배경에 이어 이번엔 헤드스페이스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보려 한다. 헤드스페이스는 가이드형 명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모바일 앱이며 현재 소량의 freemium 콘텐츠와 유료 구독제를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의 콘텐츠는 오디오 기반이나 몇몇 강의 혹은 애니메이션 형태의 콘텐츠도 있다. 현재 월 구독료는 $12.99이며 연간 결제를 하면 조금 더 저렴하게 이용 가능하다.





뭐든지 해본 적 없는 것을 도전하는 것에는 장벽이 있다. 명상 초보자가 명상을 시작하면 나도 모르게 딴생각이 들어 집중력이 흩트려지기 십상이다. 가만히 앉아서 무얼 해야 하는지 혼란스럽기도 할 것이다. 헤드스페이스는 이런 입문자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명상 지도자가 녹음해둔 명상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이다. 자세는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호흡은 어떻게 따라 하는지, 그리고 딴생각이 들 때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방법적인 면도 도와주지만 나의 마음을 되돌아보게 하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거나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한다.






헤드스페이스의 비전은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행복과 건강을 증진시킨다는 데에 있다. 헤드스페이스는 TED Talk에서 CEO가 직접 연설하거나 넷플릭스에 전용 시리즈를 제작하여 배포하는 등 꽤나 다양한 미디어 접점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알리고 있다. 그러한 노력이 이해가 가는 이유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명상을 일상을 개선할 수 있는 마음 챙김 도구로써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분석한 헤드스페이스의 가장 큰 전략은 '다가가기 쉬운 앱'이다. 명상을 특정 문화나 종교에서 행해지는 이국적 활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명상은 알고 보면 꽤나 쉽고 친근하며 정신적인 피로를 감소시키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설득하는 것이다. 헤드스페이스가 푸는 문제는 단순히 사람들로 하여금 명상을 많이 하게끔 하는 것이 아니라 명상에 경험이 없거나 적은 이들이 명상을 생활 습관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장벽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앱의 여러 측면에서 이러한 전략을 엿볼 수 있는데 우선은 타겟 고객이다. 미국 시장에서 헤드스페이스는 경쟁사인 캄(Calm)에 이어 2위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서 차별점은 캄은 초중급자를 전체적으로 겨냥한 반면 헤드스페이스는 초급자만을 집중 겨냥했다는 것이다. 헤드스페이스의 모든 명상 콘텐츠는 가이드의 오디오 안내를 따라 하는 방식인 반면 캄은 느긋한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제공하며 사용자가 주체적으로 명상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식을 많이 이용한다. 헤드스페이스는 명상에 대한 기초 지식이 상대적으로 적은 유저풀을 상대하기 때문에 앱 초반에 명상에 대한 베이직 가이드를 제공하고 따라가기 쉬운 코스 형식으로 구성해 놓았다.


각 명상의 길이도 3-10분 정도로 굉장히 짧은 편에 속한다. 창립자인 앤디 푸디콤의 TED Talk 제목이 <All it takes is 10 mindful minutes> 였듯이 헤드스페이스는 소화하기 간편한 분량의 명상을 장려한다. 사용자는 기분이나 컨디션에 따라서 카테고리를 선정할 수 있고 그 카테고리 내의 관심 가는 키워드를 통해 입맛에 맞는 명상 콘텐츠를 찾을 수 있다. '스트레스', '수면' 등 직관이고 짧은 키워드로 카테고리를 나눠두었기 때문에 내가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브라우징 한다는 것보다는 본능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간다는 경험에 가까운 플로우를 구현해냈다.



헤드스페이스는 특유의 그래픽과 모션 디자인으로도 유명하다. 심리안정이나 명상을 돕는 앱이라고 하면 유틸리티 앱과 같은 디자인을 많이 예상할 텐데 헤드스페이스는 귀여운 캐릭터와 모션 그래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명상을 마치 놀이화 하였다. 넷플릭스 시리즈인 <헤드스페이스:명상이 필요할 때>의 예고편 영상을 보면 헤드스페이스가 어떻게 그래픽 아셋을 활용하는지 엿볼 수 있다.






헤드스페이스의 비즈니스 구조를 살펴보면 그들이 원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방향이 조금 더 잘 보인다. 헤드스페이스는 크게 세 가지의 수익 채널을 가지고 있는데


1. 모바일 앱을 통한 B2C 솔루션, 구독료로 수익 창출.

2. B2B 기업 교육,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과 규모에 맞게 계약.

3. 공식 의료 사업인 Headspace Health, 공식 의료기관과 협업 예정.


라고 정리해볼 수 있겠다. 2번은 헤드스페이스 측에서 Customer Success Manager와 관련 팀원들을 클라이언트 기업에 배정하여 해당 기업의 직원들에게 마음 챙김과 명상의 효능을 가르치는 사업이고 3번은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의사로부터 명상을 '처방'받아 이용할 수 있도록 구상한 아이템이다. 우리가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조제약을 구입할 수 있듯이 명상이라는 활동도 하나의 치료 매체로 공식화하려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꽤나 혁신적이고 처방전이라는 전문 절차가 포함된 만큼 아직도 FDA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얼마 전 또 다른 헬스케어 기업인 Ginger(진저)를 인수하면서 헤드스페이스는 본격적으로 명상의 의료적 효능을 지지했다. 진저는 공인 자격증이 있는 클리닉 전문인을 통한 텔레테라피를 제공하는 서비스였는데 이 둘의 합병에서 헤드스페이스가 제공하는 명상을 보조 활동 그 이상의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의지가 보인다.


전체적인 흐름을 요약해보자면 명상 초급자들에게 모바일 앱을 통해 낮은 장벽으로 명상에 입문할 기회를 제공하고, 나아가 단체 교육 그리고 의료화까지 꿈꾸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헤드스페이스가 이 전략을 한층 더 강화할 수 있는 방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나는 개인 고객으로서 모바일 앱을 사용해보며 헤드스페이스가 목적을 더 효과적으로 이루게 할 수 있는 기회 영역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구독자가 재방문을 위해 앱을 처음 켰을 때 나타나는 랜딩 페이지에서 개선 포인트를 찾아내었다 (아래 사진 참고)


Start your day라는 랜딩페이지의 콘텐츠 구성이 헤드스페이스가 지향하는 방향과 맞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헤드스페이스는 따라 하기 쉬운, 초급자에게도 간편한, 하루에 십 분으로 해결되는 '간단함'을 핵심으로 밀고 있다. 사실 일에 치이고 일상에 치이다 보면 10분이라는 시간을 내는 것도 많은 노력이 쓰인다.


그러나 위의 랜딩페이지는 하루의 일과를 약 5-6개의 콘텐츠로 묶어 놓았다. 이런저런 코스들에서 발췌해온 코스들을 하루 일과처럼 세트 구성해놓은 형식이다. 끝까지 스크롤을 내리면 총 6 콘텐츠가 하루 일과로 추천되어 있고 이 중 최소 시간 콘텐츠만 골라들어도 총 27분이다. 시간 길이로 보면 와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 6번을 잊지 않고 앱에 재접속해야만 추천하는 하루 일과를 마칠 수 있다는 건 어마어마한 요구사항이다. '하루에 십 분만 내어서'라는 앤디 푸디콤의 말과 앞뒤가 다르다.


물론 이 Start your day를 꼭 이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를 안 한다고 해서 연속 기록(Streak)이나 나의 성취 통계에 영향이 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 개선의 여지가 많이 있는 페이지라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나는 지금 Managing Stress라는 총 4주짜리 코스를 듣고 있는데 내가 현재 듣고 있는 시리즈는 메인화면에 노출되지 않으면서 알고리즘을 통해(혹은 무작위로) 추천된 콘텐츠들이 하루 일과로 제일 앞에 노출된다는 점이 아쉬웠다. 내가 현재 듣고 있는 코스는 하단 내비게이션 바를 이용하여 Explore 탭으로 이동한 뒤에서야 노출되었다 (아래 사진 참고)


헤드스페이스가 B2C 플랫폼을 통해 추구하려는 가장 핵심 사항이 초급자가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명상 플랫폼이기 때문에 하나라도 더 떠먹여 주고 싶은 그 마음이 이해가 안 가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초급자라 미리 짜여진 일정을 선호한다 하더라도 하루 6회 총 27분의 명상은 편리보단 장벽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커보인다. 나 같은 경우는 이런 걸 안 해도 그만, 하다가 다 못 마쳐도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타입이지만 '하루 일정'이라고 정해진 분량을 다 끝마치지 못하면 그 자체를 찝찝해하는 성격의 소유자들이 생각보다 많다. 애매하게 닫힌 서랍을 싫어해서 꼭 뒤돌아 끝까지 닫고 비뚤어진 책상 용품에 꼭 각을 세워야 속이 풀리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마음을 편히 하기 위해 찾은 앱인데 정해진 하루 일과를 다 수행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안고 가서는 안될 일이다.


<계속>







출처

How Headspace built a content marketing strategy that generates over 722,000 monthly organic visitors

작가의 이전글 국내외 명상 시장의 성장배경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